▲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 ||
얼마 전 한 여배우는 “찍을 땐 너무 야해서 민망할 정도였는데 완성작이 이렇게 밋밋할 줄이야…”라며 자신의 베드신이 일부 편집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연 그동안 어떤 영화의 베드신이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져 갔을까.
최근 영화 <정사>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무삭제 판정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영화가 남녀 배우들의 실제 정사장면을 담았다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 <정사>는 과연 ‘국내 개봉이 성사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했을 만큼 파격적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결국 원작에 손을 대지 않은 채 국내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
<정사>는 지난 2001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포함해 여우주연상, 최우수 유럽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지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매주 수요일마다 만나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 최고의 ‘문제장면’은 초반 30여 분간 등장하는 격렬한 정사신. 삽입이나 오럴섹스의 모습 등이 도저히 ‘연기’라고는 여길 수 없는 리얼한 장면들이어서 배급사마저도 “애초 무삭제 개봉은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원작이 고스란히 심의에서 통과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국내 영화들은 애초 심의를 염두에 두고 자체적으로 영화를 자르기도 할 만큼 심의에서 자유로운 형편이 아니다.
▲ <색즉시공> | ||
섹스코미디물인 <색즉시공>에선 베드신 외의 일부 장면도 문제가 됐는데, 임창정의 자위 장면은 예고편 심의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임창정의 ‘야한 포즈’보다는 그가 열심히 보고 있던 TV 속의 강도 높은 ‘포르노 장면’이 원인이었다.
김하늘이 처음으로 노출을 시도한 <빙우>에서도 베드신이 잘려나갔다. 김하늘과 이성재가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것. 이성재가 김하늘의 옷깃 사이로 손을 살짝 넣으면서 김하늘의 속살이 보이는 이 장면 외에도 두 사람이 극장 앞에서 열연한 키스신마저 삭제된 터라 김하늘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3백만 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역시 베드신 중 일부가 아깝게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화 속에서 다양한 여자들과 베드신을 선보인 배용준은 기자 시사회 당시 “열심히 찍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잘린 것 같아 아쉽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 속 배용준과 여인네들의 베드신은 관객들로부터 이미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무조건 벗는 영화보다 훨씬 야한 분위기였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품격 높은’ 영상을 중요시하는 이재용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배용준의 무성했던 다리털에 대해서는 여성관객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 자극적이었다’는 것과 ‘좀 놀라웠다’는 두 가지 반응.
봉만대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서는 잘려진 필름이 거의 대부분 베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영화 내내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베드신들은 수많은 편집 과정을 통해 가려진 ‘옥석’들. 최대한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주연 배우인 김서형, 김성수와 봉만대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온몸을 던졌다. 김서형은 베드신은 아니지만 잘려나가 아쉬웠던 장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브래지어를 머리에 쓰고 ‘포스트 잇’을 머리와 몸에 붙이고 장난을 치는 장면.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는데 편집돼 아쉬웠다고.
▲ <정사> | ||
한편 11월14일 개봉되는 영화 <천년호>의 베드신은 현재 편집작업중이다. 영화사는 정준호와 김혜리, 정준호와 김효진의 베드신 수위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고. 애초 시나리오상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사랑을 나누었다’ 정도의 단 한 줄로 묘사돼 있었지만, 현장에서 만들어진 이광훈 감독의 콘티에 의해 예상보다 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고 한다.
특히 정준호와 김혜리는 베드신 촬영 당시 매우 ‘노련한’ 모습을 보여줘 제작진을 감탄하게 했다는 후문. 김혜리는 가슴까지 드러내는 열의를 보였는데 이 장면이 편집과정에서 어떻게 손질될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마케팅 담당 리주영씨는 “김혜리씨의 노출이 망사천으로 살짝 가려진 모습이어서 더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미 <죽어도 좋아>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듯, 국내 영화들은 등급심의에서 다소 불리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외화의 경우 베드신 심의에서도 다소 완화된 잣대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 이른바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논란에서 예술성에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셈.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등급 심의 기준이 명쾌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며 “같은 수위의 노출 장면에 대해서도 국내외 영화가 서로 다른 평가를 받을 때면 뒷맛이 씁쓸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