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말도 술술, 웃음도 시원시원. 김 디에나는 혼혈 연예인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개성이라며 활짝 웃는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디에나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미국에서 자랐다. ‘혼혈 연예인’이란 점 때문인지 국내 연예계에 본격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그녀의 각오는 남다른 것 같았다. 특유의 깜찍한 미소를 지닌 디에나를 만나 그간의 연예계 체험담을 들어보았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디에나가 한국으로 건너온 것은 지난 2001년 말. 현지에서 파충류 농장을 하던 그녀의 부모는 당시 한국에 와서 국내 최대 규모의 파충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디에나가 ‘파충류 소녀’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어릴 적부터 파충류와 자연스레 친해질 수밖에 없던 가정환경 때문.
“한국으로 오는 것이 혹시 싫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디에나는 미국인으로 나고 자란 소녀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답했다.
“친구들이 ‘북한’의 이미지 때문에 가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어요. 저도 솔직히 무섭기도 했지만 부모님들이 모두 건너가시는데 어린 제가 혼자 살수도 없고 따라올 수밖에 없었죠(웃음).”
이렇듯 조금은 부담스런 마음으로 ‘어머니의 나라’로 건너왔지만 그녀의 적응 속도는 놀랍도록 빨랐다. 기자의 다소 의미심장한 질문에도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전할 정도. 그곳에서 ‘아빠’ ‘엄마’ ‘이리 와’ 정도의 한국말밖에 몰랐었다는 말에 기자는 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파충류 소녀’로 알려지기 전에도 디에나는 이미 모델계에서 나름대로 인지도를 얻어가고 있었다. 현재 1만 명이 넘는 인터넷 팬카페 팬 중 1천여 명은 이미 그때부터의 팬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가수로, 후년에는 배우로의 ‘데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방송인’ 디에나는 “‘파충류소녀’라는 닉네임 덕분에 이렇게 인기를 얻어 좋지만 앞으로는 그냥 디에나로 불리고 싶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디에나는 곧
디에나가 한국말을 빨리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남다른 의지 때문이었다. 한국말을 거의 할 수 없었음에도 외국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를 택했던 것. 디에나는 “처음에는 학교에서 멍하니 그냥 앉아 있었지만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며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좋아하는 음식도 “감자탕과 족발”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문화가 많이 다른 이국 생활에서 느끼고 배웠던 점도 많았다고. 더구나 한국에서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한 후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유진씨가 뒤늦게 혼혈임을 밝혔을 때 기분이 남달랐겠다”고 묻자 디에나는 이렇게 답했다.
“좀 안타까웠어요. 그러나 처음부터 당당히 밝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그 언니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요.”
디에나는 자신이 ‘혼혈 연예인’이란 사실이 전혀 마음에 거리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은 개성이 중요하잖아요. 일본서도 혼혈 연예인들이 더 인기가 많은데요, 호호.”
아직은 연예인을 만나면 동료의식보다는 선망의 대상으로 느낀다는 디에나. 열여섯의 철모르는 여중생이니 그럴 만도 하다. “연예인 중 누가 제일 예쁜 것 같냐”고 했더니 “아직은 많이 못 만나봤지만 이효리와 김정화가 예쁜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닮고 싶은 연예인은 보아”라며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해서 멋져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상형은 누구일까?
“키 크고 바람기 없고 귀엽고 약간은 엽기적인 사람이 좋아요. 눈이 작고 눈웃음이 예쁜 사람도 좋구요. 비처럼.”
내년 여름께 음반을 낼 계획인 디에나는 요즘 춤과 노래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녀는 “다 보여드리지 못한 제 색깔을 보여드릴 테니 기대해 주세요”라며 팬들에게 미리 ‘초대장’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