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랜스 얼짱] 인터넷에서 하리수 못잖는 인기를 누리는 이가은이 트랜스바를 찾는 일부 연예인들의 행태를 털어놨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하지만 ‘그녀’에게 인터넷이 ‘양지’라면, 세상은 아직 ‘음지’다. 이가은은 다른 대부분의 트랜스젠더들과 마찬가지로 트랜스바에서 춤을 추며 돈을 번다.
그렇다면 사이버 세상의 이 별난 스타가 그들만의 세계에서 바라본 연예계 톱스타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녀가 전국 각지의 트랜스바에서 근무하며 손님으로 만났던 연예인들의 천태만상을 들어봤다.
물론 전체 중 일부겠지만 트랜스바에서 만난 연예인들은 상당수가 변태나 짠돌이다. 연예인은 TV에서나 봐야지 실제로 보는 것은 너무 싫다.”
이가은은 손님으로 만난 일부 연예인들의 인상에 대해 상당히 혹평했다. 트랜스바 안에서는 팁에 궁색하고 ‘2차’에 나가서는 변태로 돌변하는 이들 몇몇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든 연예인은 영화배우 C씨. “C씨가 게이라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다”고 말한 이가은은 “C씨는 트랜스바 마니아인데 심한 변태로 소문이 나서 트랜스젠더들이 극도로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트랜스바가 가장 성업중인 도시는 부산과 서울. 하지만 두 도시 트랜스바의 모습은 상이하다. 부산의 경우 쇼 위주의 술집에 가깝고 2차는 거의 없다. 만약 2차를 나가더라도 최하 50만원 이상,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반면 서울은 쇼가 겸비된 룸살롱 형태로 운영되는데 2차가 기본이다. 2차 가격은 20만원에서 30만원 사이. 영화배우 C씨의 경우 서울에 있는 트랜스바를 주로 찾는 편이다.
반면 부산 쪽 트랜스바를 찾는 연예인들의 경우 C씨와는 다른 모습이다. 2차 문화가 없기 때문에 주로 재미난 볼거리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대부분 동료 연예인의 권유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았다가 흥미를 느껴 단골이 되는데 간혹 ‘트랜스 러브’ 취향의 연예인도 있다고 한다.
이가은은 트랜스바를 자주 찾는 연예인으로 여러 명의 이름을 거론했는데 이 가운데 나이 어린 영화배우 K씨와, 연예인 커플로 유명한 영화배우 L씨의 이름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트랜스바를 찾는 연예인들 중 상당수는 눈에 안 띄는 한쪽 구석에서 분위기를 잡고 쇼를 즐기는 스타일. 반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인기그룹 멤버인 L씨. 그는 신이 나면 테이블 위로 올라가 직접 ‘쇼’를 벌이기도 한단다. 한번은 의상을 빌려 입고 직접 쇼를 펼친 뒤 손님들의 팁을 받아가 쇼걸로 일하는 트랜스젠더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고.
부산 지역 트랜스바에 연예인 단골이 의외로 많은 이유는 행사차 부산을 찾은 연예인들이 단체로 찾아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 이가은은 “부산에서 행사가 있으면 참석 연예인들이 단체로 트랜스바를 찾곤 한다”며 “해운대의 M, S, 광안리 J 등의 업소가 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여자 연예인들도 트랜스바를 자주 들른다는 사실. 대부분의 경우 남자 연예인들이나 매니저 등 일행과 함께 찾아온다고 한다. 얼마 전 출산한 배우 A양은 앞에서 언급한 가수 L씨, 가수 Y양과 함께 과거 부산의 한 트랜스바를 찾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시기가 결혼 직전이었다는 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끝까지 자신이 A양이 아니라고 애기했지만 Y양이 살짝 귀띔해줬다”고 밝힌 이가은은 “그날 가게에서 A양이 최고의 인기였다. 며칠 뒤 A양이 결혼한다는 뉴스를 듣고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A양과 동행했던 가수 Y양 역시 자주 트랜스바를 찾는데 연예인 가운데 가장 시원시원하게 팁을 주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이가은은 연예인들이 트랜스바를 자주 찾는 가장 큰 이유를 “갈 데가 없어서”라고 설명한다. “C씨처럼 변태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쇼 보며 술 마시고 재밌게 놀려고 온다. 일반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트랜스바를 찾는다고 말하는 연예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트랜스젠더들의 ‘환영’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룸살롱의 호스티스와 달리 트랜스젠더는 ‘기본 차지’(봉사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쇼 등을 하며 팁을 받는데 트랜스바를 찾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팁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이가은은 “일을 막 시작한 막내들은 연예인이라서 무조건 좋아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연예인 손님을 싫어하게 된다”며 “팁을 주기는커녕 ‘나랑 노는 것을 영광으로 알라’는 식의 처신 때문이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가은은 트랜스바가 ‘은밀한’ 곳은 맞지만 ‘퇴폐적인’ 곳은 아니라고 말한다. 연예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역시 퇴폐적인 경향 때문이라기보다는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즐기기 위해서라는 것. 하지만 이가은은 “그들이 연예인이라는 특권 의식을 놀이 문화에서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신민섭 기자 ksim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