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유준상, 임창정,김창완,이승연, | ||
누구나 한 번쯤은 TV 속 스타의 모습을 보고, 저 스타의 저 모습엔 과연 얼마만큼의 ‘진실성’이 담겨 있을까라고 궁금해하곤 한다. 더구나 평소 이미지에 찬물을 확 끼얹는 스캔들 기사라도 접할 때면 그 궁금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는데….
나는 2년가량 작가일을 하면서 2백 명이 넘는 스타들을 직접 보고 겪어왔다. 특히 ‘어른들의 시선을 통해 본 동심의 세계’라는 독특한 캐치프레이즈의 <전파견문록>을 통해서는 스타들의 의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전파견문록>은 퀴즈 형식을 빌린 대결구도라는 성격상 녹화를 딱 한 번만 해도 그 동안 긴가민가했던 스타들의 숨은 성격이 다 나온다. 오늘은 그간 느꼈던 연예계의 ‘순수지존’과 ‘오염지존’을 가려보며 스타들의 겉과 속에 대해 짚어볼까 한다(오해는 마시라. 순수와 오염의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니까).
먼저 동심의 세계와는 사뭇 거리가 있는 오염지존(?) 후보들부터 소개를 하자면….
홍은희와의 결혼을 앞두고 한창 상종가를 치던 유준상이 출연했을 때의 일이다. 평소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인 그가 막상 녹화에 들어가서는 입도 뻥긋 못하는 ‘벙어리 게스트’가 된 게 아닌가. 심지어 다른 출연자들 이야기에 별다른 리액션도 없이 ‘무심’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스타 숨은 성격드러나]
그는 녹화가 끝나고 나서야 문제와 정답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랬고, 왜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웃는지조차 모르겠다며 머쓱해했다. 그런 그에게 패널 조형기는 “그러니까 얼른 장가가서 애도 낳아보고 그래. 그런 다음에 나와”라고 면박을 줬었다. 애들을 키워보면 문제를 내는 어린이들과 ‘코드’가 맞을 거라는 얘기였다.
<전파견문록>은 녹화 들어가기 전 항상 패널들에겐 오늘의 주인공인 어린이에게 ‘야, 너…’ 이런 식의 반말보다는 경어를 써달라고 부탁을 한다. 이걸 가장 잘 까먹는 게스트는 바로 임창정. 방송중 재미를 더하기 위해 “야! 문제 정답이 뭐냐?”라고 어린이에게 한마디 한 게 화근이 돼 그 어린이는 중간에 기분이 상해 문제도 안 내고 씩씩거리기만 했다. 이후 임창정이 삐친 어린이를 달래 녹화를 다시 시작하게 하느라 애 먹은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보다 더 ‘위험한’ 수위의 주인공들은 방송의 재미보다는 자기의 이미지 관리상 ‘일단 이기고 보자’ 식의 마인드(?)를 가진 게스트들. 이 대표주자로 문희준과 이승철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일단 ‘슛’이 들어가면 녹화 내내 매니저들과 눈빛을 나누기 바쁘다. 이유인즉 방청객과 상대팀에게만 공개되는 정답을 살짝 본 매니저와 코디들이 손짓 발짓 다해가며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스타 매니저들의 바디랭귀지의 향연은 갈수록 고도화돼 제작진들을 괴롭히는데, 어떤 때엔 안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파견문록>으로 본 ‘오염지존’ 그 불명예의 1위는 누구일까? 두구두구두구….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모든 시청자들로부터 두루 사랑받는 MC 한선교다. 그렇게 반듯한 이미지의 그가 녹화 이틀 전부터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방송 펑크를 낼 거라고 엄포(?)를 놓는 바람에 제작진은 <전파견문록> 유래에 없이 문제만이라도 가르쳐주기로 했다. 문제는 “엄마가 갑자기 느린 음악을 듣는 거예요”.
그런데 녹화 당일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생각나질 않는다며 ‘명색이 아나운서인데 틀리면 무슨 망신이냐’며 또다시 ‘방송펑크’를 앞세워 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임신”이라고 오답을 가르쳐줬던 적이 있다. 사실 그 문제의 정답은 ‘가을’이었으나 녹화 내내 다른 게스트들은 아니라고 해도 본인만 극구 ‘임신’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그는 진정한 망신살의 챔피언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순수지존’으로는 본인만 모르는 대형 방송사고를 터뜨려 제작진을 긴장하게 한 김애경을 뽑겠다. 사연인즉, “여기엔 털도 있고 구멍도 있어요”라는 어린이의 문제에 그가 계속 “신체의 중요부위가 아니냐”며 야릇한 ‘에로버전’으로 문제를 풀어 남극북극 저리 갈 정도의 썰렁한(?) 분위기를 만든 적이 있었다. 당황한 MC, 출연자 모두가 눈치를 주는데도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국 그 문제는 <전파견문록> 방송 역사상 처음으로 ‘방송을 내보내지 말라’는 ‘판정’까지 받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