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 조선대병원 의성관에서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열린 조선대학교 의학연구원(원장 소금영) 초청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조선대학교 의학연구원은 조선대 의학연구소와 암센터, 당뇨병센터 등 조선대학교 산하 여러 기관이 참여한 통합연구원으로 매달 국내·외 권위자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고 있다.
# 새로운 암 연구, 치료방법 제시
이날 강연을 맡은 박양호 BRM연구소 실장은 암줄기세포를 체세포로 재분화시키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재분화요법(Reprogramming Control Therapy)에 대한 내용을 설명했다.
지난 3월 6일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열린 조선대학교 의학연구원 초청 학술세미나에서 박양호 BRM연구소 실장이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암줄기세포를 재분화시켜 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되는 연구 결과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재분화요법은 암세포를 보호하고 재생하는 1%의 암줄기세포가 남아 있으면 언젠가는 재발, 전이된다는 ‘암줄기세포 이론’과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려 체세포를 미분화 줄기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역분화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암 연구·치료방법이다.
우선 암줄기세포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암줄기세포의 존재가 입증돼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이미 암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상황이다.
‘역분화’는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박사에 의해 2006년에 증명됐다. 이전까지는 원시세포인 줄기세포가 2세포, 4세포, 8세포, 16세포 등 발달 과정을 거치며 몸의 특정 부위 세포로 변하는 것이 ‘분화’로, 미분화 세포인 줄기세포가 정상 체세포로 분화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야마나카 박사는 이후 배아줄기세포의 유전자들 중 20여 개의 유전자를 고르고, 이들 중 역분화에 필수적인 유전자 4개(Oct4, Sox2, Klf4, c-Myc)를 찾아 처음에는 생쥐 섬유아세포에 도입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유도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로 야마나카 박사는 2012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 체세포 때 유전자 끄고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켜면 암줄기세포 증식
다시 말해 성숙한 정상 체세포가 암줄기세포로 분화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끄고, 암줄기세포가 다시 정상세포로 재분화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켜는 것이 재분화요법의 핵심이다.
암줄기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를 끄는 것은 바로 ‘DNA 메틸화’라는 과정이다.
박양호 실장은 “후생유전학에서 말하는 ‘DNA 메틸화’ 과정을 알면 이해가 쉽다. 모든 생물은 DNA가 단백질을 만들어 내면서 특정 형질이 나타나는데 특정 세대에서 ‘메틸’이라는 것이 붙으면 형질이 나타나지 않거나 과발현된다. DNA에 메틸이 붙으면 DNA가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암은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이 원인이 되는데 DNA 염기서열이 문제가 아니라 후성유전학적으로 메틸로 인해 특정 유전자가 과발현됐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는 인체의 복잡한 메커니즘이 관여한다. 수많은 유전자 중 우리 몸속에서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유전자는 3% 정도에 불과하다. 3%의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고, 단백질이 세포의 분화와 증식에 관여한다. 이 과정을 조절하는 것이 마이크로RNA다. 20개가량의 염기로 이뤄진 아주 작은 RNA 분자인 마이크로RNA가 어느 하나라도 제 역할을 못하면 암이나 당뇨병 등 질환이 생긴다.
예를 들어 암줄기세포 유전자는 린(Lin)28이라는 단백질에 의해 활성화, 증식되는 반면 렛(let)-7이라는 마이크로RNA에 의해서는 억제된다. 또 린28은 렛-7의 활동을 억제해 암줄기세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암줄기세포의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MicroRNA) 125이나 128는 이 Lin28을 억제하는 동시에 렛-7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간암 환자의 경우 렛-7이 활성화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간암줄기세포가 정상줄기세포로 재분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울산대의대 박종우 교수팀은 “천연물 속의 트리스테트라프롤린(TTP, Tristetraprolin)이라는 단백질이 암줄기세포를 만들고 증식시키는 린28을 억제하고, 정상세포로 분화시키는 렛-7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 엉겅퀴, 민들레나 녹즙, 엽산 등 천연물 암줄기세포를 정상세포로 재분화 유도
그렇다면 재분화를 유도하는 데 어떤 천연물이 효과가 있을까.
렛-7이 활성화되어야 암줄기세포가 정상세포로 재분화되는데, 여기에는 염증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진 황금의 우고닌을 비롯해 엉겅퀴나 민들레에 들어 있는 실리마린 등 여러 가지 천연물이 효과가 있다.
또한 건강을 위해 마시는 녹즙도 암줄기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마이크로RNA를 활성화시킨다. 녹즙 속에 많은 베타카로틴 성분은 몸속에서 레티노익산(retinoic acid)으로 바뀌어 린28을 억제하고 렛-7은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것과 관련된 연구 결과는 2014년 <네이처> 자매지인 <세포와 죽음 그리고 질병>(cell and death and disease)에 실렸다.
한 가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엽산이라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엽산이 부족하면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운 반면, 엽산이 충분하면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간암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엽산은 녹즙이나 효모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또한 “면역증강 방법만 쓰면 성장하는 암세포는 죽일 수 있지만 오히려 암줄기세포 증식을 촉진시킬 수 있다. 때문에 면역요법도 암줄기세포를 죽이는 천연물을 통합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줄기세포가 배아세포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암줄기세포를 배아세포로 착각해서 영양을 공급하고 성장을 도와주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천연물을 이용한 재분화요법으로 20㎝의 큰 간암이 깨끗하게 사라진 환자의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세미나를 주관한 김성환 조선대병원 교수(외과)는 “현대의학의 항암제, 방사선 요법이 크게 발전했지만 ‘재발이 없는 근본치료’라는 과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암학회에 가 보면 암줄기세포에 대해 관심이 높고 많이 다루는데,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암줄기세포를 제대로 잡는 통합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인터뷰] 정동기 제주대 교수 “암 뿌리 제거, 천연물이 열쇠” 이날 세미나에서 제주대학교 정동기 교수는 직접 진행한 천연물의 암줄기세포 억제·분화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독소루비신 항암제와 BRM270을 비교실험하고 무처리구와 비교했을 때 그림 A의 경우는 골수암(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알려진)에서 사멸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림 B에서도 핵염색체가 파괴되는 모양이 보이고 암줄기세포의 표지인자와 줄기세포의 표지인자가 대조구에 비하여 급격하게 줄었다(그림 E). 그리고 그림 F는 DNA가 BRM270에 의하여 조각이 나는 모습이다. 제주대학교 생명공학부 동물유전공학 및 줄기세포 연구실(정동기 교수)과 BRM연구소(박양호 실장)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골수암 줄기세포와 간암줄기세포 실험 모델 쥐에서 암세포가 대조구에 비하여 급격하게 줄어들고 암 전이가 억제되면서 관련 유전자가 조절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논문 ‘International Journal of Oncology(SCI IF 2.773)’에 최근 게재 승인을 받았다. 1999년부터 국립보건원, 존스홉킨스의대 등에서 줄기세포와 암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해 온 정동기 교수는 “제주에서 나는 감귤 청피, 삼백초 등의 천연물을 주원료로 한 복합추출물 ‘BRM270’으로 암줄기세포를 이용한 암세포주와 암유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암 억제·전이에 매우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암줄기세포에 대해 천연물 속의 특정물질 한 가지가 이런 효과를 보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암줄기세포의 증식 억제와 관련된 신호전달 경로를 다각도로 통제할 수 있는 효능을 천연물에서 찾아내, 여러 가지 천연물이 독성 없이 작용하도록 만든 물질이 BRM270”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제주대학교에서는 다양한 암줄기세포주를 확립하기 위한 연구를 병행해 암종별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며, 실시간 암종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이미지 장비를 사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정동기 교수는 “앞으로도 국제적으로 계속 검증을 받아 천연물의 효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싶다. 암 줄기세포를 역분화시키거나 사멸시키는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송] |
[인터뷰] 송창훈 조선대의대 교수 “병원치료 한계…통합치료 절실” 세계적으로 통합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통합치료에 대한 의학계의 배타적인 부분이 있음도 언급했다. “초기 암은 조기에 발견해 잘 치료되지만, 일정 병기를 넘어서는 암환자의 치료율은 큰 발전이 없다. 또한 항암제의 내성, 몇 개월의 수명연장에 불과한 표적치료제의 한계 등 병원치료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 현대의학에서도 열린 자세로 통합치료에 접근해야 하고, 암 줄기세포를 잡는 천연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그는 “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관련 신약이 개발 중이지만 실제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이 기다려야 한다”라며 “이런 때에 BRM270처럼 천연물의 효과가 입증돼 환자들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투병 중인 암환자들을 위해서도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제 등 현대의학적인 치료와 천연물요법 등을 통합치료하는 것, 이와 함께 암 치료의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암의 재발과 전이를 막으려면 병원치료가 끝이 아니라 영양관리, 면역기능 등을 전반적, 지속적으로 통합관리할 때 암을 극복할 수 있다.” [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