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윗)대장금, (아래)다모 | ||
“올 한 해 동안 브라운관을 통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와 배우는?”
시상식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각 방송사가 ‘2003연기대상’의 최종 후보를 발표한 가운데 ‘당연히 A가 받아야 한다’ ‘A보단 B가 마땅하다’식의 열혈 네티즌 팬들의 호소도 나날이 거세지는 상황. 필자가 방송 관계자라는 ‘빽’으로 ‘2003연기대상’을 준비중인 제작진의 ‘비밀스런’ 회의실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MBC]
MBC의 경우 최우수상 남자 후보로 <옥탑방 고양이>, <눈사람>의 김래원과 <앞집 남자>의 손현주, 최우수상 여자 후보로 <대장금>의 이영애, <다모>의 하지원을 최종 후보로 올린 상태. 제작진은 “사실상 <대장금>과 <다모>, <옥탑방 고양이>의 삼파전이 뜨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다모 열풍’의 주역인 하지원과 ‘옥탑방’의 김래원이 각각 최우수 남녀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 더불어 영예의 대상은 “MBC에게 꿈의 시청률(50%)을 선사하며 승승장구중인 <대장금>의 이영애에게 좀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 ‘상도’ 아니겠느냐”는 게 제작진의 귀띔이다. 거기에다 <대장금>의 대본을 쓴 김영현 작가, 임현식과 양미경 등이 ‘특별상’ 수상자로 예상돼 ‘대장금 싹쓸이’가 될 조짐.
그런데 제작진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시상식의 가장 큰 볼거리는 그 해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의 출연진이 시청자 서비스 차원의 ‘특별 무대’를 선사하는 것인데 <대장금>의 출연진이 이를 고사했기 때문.
이때, 마침 정의의 기사처럼 등장한 ‘구세주’가 있었으니 바로 <다모>의 연출자 이재규 PD였다. 그가 ‘대장금 출연진’의 특별무대가 펑크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대신 우리 연기자들 좀 잘 부탁한다”며 자진해서 하지원과 김민준을 ‘공수’, ‘다모 출연진의 축하무대’를 기획해 제작진을 감동시킨 것. 또한 신인상 시상자로 확정됐던 김재원(작년도 수상자)이 돌연 ‘펑크’을 내자 그 자리도 이재규 PD가 메워주기로 했다. 이쯤 되자 한 스태프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이 PD의 노력이 결국 수상에 플러스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모호한(?) 발언을 하기도.
▲ KBS(윗)장희빈, (아래)보디가드 | ||
‘2003MBC연기대상’은 오는 30일 밤 9시55분부터 두 시간 동안 생방송될 예정이다.
[KBS]
KBS는 최우수 연기상 남자 후보로 <보디가드>의 차승원, <저 푸른 초원 위에>의 최수종, <무인시대>의 서인석, <아내>의 유동근, <노란 손수건>의 김호진, <로즈마리>의 김승우를 최종 낙점했다. 최우수 연기자 여자 후보로는 <장희빈>의 김혜수, <아내>의 김희애, <로즈마리>의 유호정, <무인시대>의 김윤경, <노란 손수건>의 이태란이 오른 상태.
세인의 가장 큰 관심은 “KBS가 그동안의 관례대로 ‘자기 연기자’를 챙길 것이냐, 아니면 이례적으로 ‘새 식구’를 챙길 것이냐”다. 반드시(?) KBS 출신 연기자에게만 대상을 안겨주는 것으로 유명해 일각에서 ‘공정하지 못하다’ ‘보수적이다’라는 비난을 받아온 만큼 “올해는 훨씬 젊고 파격적인 시상식을 선보이겠다”는 게 제작진의 전략이다.
우선 예년과 달리 신세대 네티즌들을 대폭 참여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드라마국과 심사위원단은 연기대상 수상자로 서인석과 유동근을 거론중이지만 네티즌 투표에선 차승원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차승원이 관례를 깨고 대상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제작진은 내다본다. 신인상 남자 수상자로 가수 비(<상두야 학교가자>)가 유력해진 것도 이 같은 영향 때문이다.
KBS와 SBS에 연기대상 후보로 동시에 오른 김희애의 ‘2관왕’ 수상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와 관련, 두 방송사는 수상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설사 한 방송사의 대상은 놓치더라도 김희애는 최소 ‘최우수상 2관왕’을 거머쥐게 될 듯. 방송은 오는 31일 밤 9시20분부터 두 시간 동안 펼쳐진다.
▲ SBS(윗)올인, (아래)완전한 사랑 | ||
31일 밤 문을 열 ‘SBS2003연기대상’의 특징은 대상 수상자 자격이 부여된 최우수 연기자 후보들을 대거 무대 위에 출연시킨다는 점. 시청자의 볼거리라는 면에서 다른 방송사에 비해 가장 화려한 색채를 띠고 있는 셈이다.
올해 역시 네티즌 지지율과 심사위원단 집계를 토대로 한 ‘최우수 연기자 후보 11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안재욱과 김민선(<선녀와 사기꾼>), 이병헌과 송혜교(<올인>), 차인표와 김희애(<완전한 사랑>), 최민수와 최명길(<태양의 남쪽>), 신현준과 최지우(<천국의 계단>), 신성우(<첫사랑>) 등이 그 주인공.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올인> VS <완전한 사랑>의 치열한 접전이 중심을 이룰 듯. 한 달간의 네티즌 집계 결과는 <완전한 사랑>이 우세했으나 최근 지난 여름에 폐쇄된 <올인>의 드라마 홈페이지가 부활하면서 열성 팬들의 ‘무더기 표’가 몰리기 시작, 점차 우위를 가리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분위기가 <올인>과 <완전한 사랑>으로 집중되면서 제작진은 여타 다른 스타들의 섭외가 이루어지지 않아 큰 고초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최민수와 안재욱. 행사 10일 전까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버텨’ 제작진이 애를 먹었다고.
한 관계자는 “심지어 ‘남의 잔치에 들러리 서고 싶지 않다’고 말한 배우도 있었다. 수상이 확실하지 않으면 거의 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상 내역이 쓸데없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 올해부터는 상의 권위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기자상, 시청자상 등을 폐지해 상대적으로 스타 섭외에는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그래도 ‘비밀’ 하나를 폭로하자면 올해 ‘2003연기대상’은 “절대 이병헌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강한 추측이다. 왜?
“이병헌에게 꽃다발 안기기 위해 나긋나긋 무대에 오를 송혜교의 특종 그림을 과연 SBS가 포기할까요?”라는 게 한 제작진의 귀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