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디오의 진한 정사 장면을 보며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사실 에로 업계가 호황을 누리던 2∼3년 전까지만 해도 에로여배우들은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출연료 등으로 매달 수천만원씩 버는 배우들도 상당수였고 이런 에로여배우를 데리고 있는 연예기획사에도 돈이 넘쳐났다.
하지만 에로비디오가 인터넷 성인사이트 등에 밀려난 뒤부턴 상황이 정반대다. 매달 촬영되는 에로비디오 편수가 3편 이하로 떨어진 요즘, 에로여배우들의 출연료 수입은 어지간한 직장인 월급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 까닭에 에로여배우들은 자꾸 비디오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이들의 이색 ‘알바’(아르바이트)를 밀착 취재했다.
이제 데뷔 2년 차에 접어든 에로 여배우 잎새(22·가명)는 얼마 전 색다른 아르바이트를 제의받았다. ‘에로 배우와의 색다른 통화’ 이벤트를 준비중인 A성인전화방 서비스업체가 5일 동안 하루 2시간씩 총 10시간에 1백만원을 ‘통화료’로 제시한 것.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전화 통화에 임했다”는 잎새는 “다만 대부분 비슷한 내용의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해야 하는 게 조금 지루했다”고 말한다. 10시간의 통화에서 수많은 상대 남성들이 묻는 질문은 통속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진짜로 하는 거냐” “정사 장면을 촬영할 때 흥분되지 않느냐” “쉬는 날 뭘 하냐” 등의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지방 출신의 ‘중고 신인’ 배우 혜리(22·가명·여)는 최근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학 강의실에 들어갔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모 대학 미대 실습실에서 누드 모델을 한 것. “다른 일과 달리 누드 모델은 벗는 것 외에 자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힘들었다”고.
이렇게 에로 여배우들이 색다른 아르바이트에 열중하는 이유는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다.
잎새는 “예전에는 주연급은 편당 2백50만원쯤 받았고 한 달에 7∼8편씩 찍었다는데 요즘에는 한 달에 한두 편 출연도 힘들다”면서 “요즘에는 매달 촬영되는 에로비디오가 모두 합해야 3편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출연료로 일당 70만원을 받는데 이틀이면 한 편 촬영이 끝난다”고 밝혔다.
때문에 여배우들은 비디오 출연이라는 본업 외에도 수많은 아르바이트로 부족한 수입을 메우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은 일거리를 제공하는 곳은 단연 모바일.
에로배우 기획사 ‘Arrows’의 박우람 부사장은 “모바일 성인콘텐츠업계는 나름대로 불황을 모르고 질주중이다. 현재 에로 배우들의 수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모바일 성인콘텐츠 출연료다”면서 “성인콘텐츠물은 5분짜리 짧은 에로 비디오라고 보면 된다. 일당 70만원을 받는데 하루에 수십 편의 성인콘텐츠 촬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H양 비디오’로 오인됐던 에로배우 하늘의 7분짜리 동영상이 바로 이런 종류다.
가끔 ‘화보 촬영’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상당수 여배우들은 이를 꺼린다고 한다. 대부분 가족 몰래 에로배우로 일하고 있는데 스쳐지나가는 동영상과는 달리, 정지돼 있는 사진 속에 벗은 몸과 얼굴을 담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에로여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아르바이트는 얼굴이 나오지 않는 일. 대역 출연과 ‘페티시 모델’이 대표적이다. 각종 영화의 노출 장면 대역으로 에로배우가 출연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관행. 영화 <청춘>의 배두나와 <중독>의 이미연의 정사 장면 등에 에로배우가 대역으로 출연한 게 비근한 예.
최근 들어 영화배우들이 대역 출연 없이 직접 노출 연기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에로배우들은 뮤직비디오업계를 주시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노출 강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이들의 ‘알바’ 자리도 증가하고 있는 것. 노골적인 노출이 아니라 벗은 몸의 옆모습이나 등 정도만 보여주면 되기 때문에 더욱 인기다. 최근에는 성시경과 JK 김동욱의 뮤직비디오의 노출신에도 에로배우들이 대역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일당 70만원 수준에서 출연료가 결정될 듯.
Arrows의 박 부사장은 “가끔 등이나 엉덩이 같은 특정 부위만 출연하면 출연료가 얼마나 되는지 묻는 전화를 받는다”면서 “우리가 무슨 정육점도 아니고 부위별로 계약을 하지는 않는다. 특정 부위만 촬영해도 정식 일당을 받고 일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페티시 전문 사이트의 의뢰도 증가하는 추세. 다리, 가슴, 엉덩이 등 특정 부위만 촬영할 뿐 얼굴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우들의 거부감이 적은 편이다.
이제 비디오용 에로 연기만으론 더 이상 생존이 쉽지 않은 시대. 한때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에로여배우라는 존재도 이런 시대의 그림자 뒤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