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위 정준하, 5위 한성주 | ||
‘스타들의 모교 장학금 획득을 위한 본격 서바이벌 퀴즈!’라는 구호를 내걸고 방송을 시작한 ‘브레인 서바이버’는 2002년 여름, 첫 방송을 내보낼 때만 해도 화면 구성이 특이한 또 하나의 퀴즈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그러나 몇 가지 고정관념을 뛰어넘음으로써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유일무이’한 퀴즈 프로그램이 되었다. 녹화 현장에서 겪은 스타들의 면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레인 서바이버’가 탈피한 고정관념은 ‘반드시 잘나가는 스타들이 출연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기검색어 1∼2위에 오르는 스타 한둘이 나오는 프로그램과 달리 ‘브레인 서바이버’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남녀노소가 출연한다.
이처럼 다양한 <브레인 서바이버>의 출연자 1천여 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 ‘베스트5’를 꼽자면, 5위는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1호인 한성주!
지성과 미모를 겸비했다는 그간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엽기적인 ‘공주병 환자’로 돌아온 그녀는 앞자리에 앉아서 늘씬 매끈한 다리를 뽐내고, 남자 출연자들의 옆자리가 아님을 한탄하며 잿밥(?)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그녀는 꼴찌에서 2등이라는 예상치 못한 성적을 내며 1라운드에서 탈락,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4위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제1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개그맨 정준하다. ‘브레인 서바이버’를 패러디한 <코미디 하우스>의 ‘노브레인 서바이버’에서 바보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는, ‘노브레인 서바이버’ 속 바보 복장 그대로 출연해 우승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해 좌중을 놀라게 했다.
▲ 2위 홍은철, 3위 정준호 | ||
3위는 반듯하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영화배우 정준호.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생각했던 제작진의 예상과는 달리 시작부터 시종일관 틀려대던 그는 ‘12문제 연속 오답’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정준호의 궁색한 변명은 “집안에 일이 있어서…”였다.
충청도 양반인지라 정답이 공개되고 나서 버튼을 누르는 여유를 보여주던 그는 13문제 만에 옆자리에 앉은 비의 답을 커닝해 맞추고, 소년처럼 즐거워했다. 이날 그가 꼴찌를 하자, 다음날 ‘정준호, 정준하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기도 했으니, ‘브레인 서바이버’에만 나오면 둘의 운명이 뒤바뀌는 것은 아닐까?!
2위는 홍은철 아나운서다. 지난 여름 아나운서 특집 때 아나운서들이 무슨 장학퀴즈에나 나온 듯이 대기실에서 대본을 딸딸 외우며 문제 연구를 하고 있을 때, 쫄티에 청바지 차림, 게다가 가슴에 앙증맞은 빤짝이 스티커까지 붙이고 유유히 등장한 홍 아나운서. 잘못하면 똑똑한 아나운서 이미지에 흠집이나 날까 긴장했던 후배 아나운서들 앞에서 그는 스스로 망가지며 그날의 녹화를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그의 ‘솔선수범’ 망가짐은 후배 아나운서들의 연쇄적인 망가짐을 유도하였고 당연히 시청률은 대박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나운서들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깨고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 주었으니 ‘일석이조’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일 것이다.
▲ 1위 바둑계의 뉴스메이커 이세돌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던 하이톤의 목소리로 스튜디오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
바둑계의 뉴스 메이커, 아시아의 불패소년! 이세돌 9단이다. 아시아 각국의 고수들을 물리치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던 그를 오락프로그램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을까 싶게 앳된 그와 첫인사를 나눴을 때, 작가는 미리 준비한 대본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예상치 못했던 그의 특이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녹화가 시작되고 MC가 그에게 말을 걸었을 때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웃음바다가 되고야 말았다. 진지하게 한 수 한 수 고심하는 모습만 보았던 그에게서 그런 특이한 목소리가 나올 줄이야! 게다가 “바둑을 할 때 잘못 두어 이긴 적이 있다”는 그의 ‘충격’ 고백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이세돌이라는 인물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