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MBC 드라마 <천생연분>에서 서른여섯 살 새색시 ‘종희’ 역을 맡아 열연중인 황신혜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황신혜에게 과연 저런 모습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그럴듯하게 ‘망가지고’ 있지만, 그 모습마저 아름답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며 연기력에 대해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황신혜를 화제작 <천생연분> 촬영장에서 만나봤다.
지난 14일 오후 2시. MBC 의정부 세트장은 북적거렸다. MBC 인기프로그램인 <대장금> <타임머신> <천생연분>의 촬영이 몰려 있었던 것. 세 프로그램의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던 탓에 여느 때보다 추위가 덜 느껴지는 듯했다.
20분간의 휴식시간 동안 후다닥 점심식사를 해결한 <천생연분> 촬영팀이 다시 세트장에 모여들었다. 이날 촬영분은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 황신혜·안재욱(석구 역)의 알콩달콩한 신혼생활 스토리. 시골에서 올라온 시누이 박시은(재선 역)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도 포함돼 있었다.
감독의 큐 사인과 함께 황신혜가 안재욱을 출근시키는 장면이 시작된다. 현관으로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며 황신혜는 “자기야∼, 밥 잘 챙겨먹어”라고 아양을 부린다. 이에 안재욱은 “응, 뽀뽀”라고 맞받고 이어 두 사람이 닭살 돋는(?) 키스를 나누는데…. 이때 방에서 나오는 시누이 박시은의 ‘눈꼴이 시어’ 못 보겠다는 듯 못마땅한 표정.
이 장면에서 여러 차례 NG가 났다. 때문에 TV 방영분에서는 단 한 차례 키스한 것으로 나갈 장면이지만 안재욱과 황신혜는 실은 무려 열 차례 가까이 키스를 나누어야 했다.
꼼꼼하게 콘티를 준비해 오는 이재원 PD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장면도 여럿 있었다. 화제가 되었던 안재욱과 황신혜의 첫날밤, 안재욱이 목욕가운을 확 펼쳐 보이는 신이 있었는데 바로 이 PD의 아이디어였단다. 안재욱이 식탁 아래로 황신혜의 발을 건드리며 ‘오늘 한번 어때?’라는 사인을 보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 마침 기자와 안면이 있던 이 PD는 “감독의 역량이 큰 것 같다”는 기자의 ‘칭찬’에 “다 내 경험담”이라며 웃었다.
뭐니뭐니해도 <천생연분>이 주목받고 있는 데에는 황신혜의 몫이 크다. 과연 ‘종희’라는 독특한 캐릭터에 부담감이 없었을까. 황신혜가 출연을 결정한 것은 작가 박예랑씨와의 두터운 친분 때문이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캐릭터를 맡고 싶은’ 열망이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신혜를 ‘아는’ 사람들은 극중 종희와 실제 황신혜가 너무 닮았다고 만장일치의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첫 방영분이 나간 날 황신혜는 폭주하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단다. 황신혜는 “(사람들이) 이제야 네게 딱 맞는 배역을 맡은 거 같다는 얘기를 하더라”며 만족해했다. 박예랑 작가 역시 “황신혜의 평소 모습을 보고 종희 역을 만들어냈다”고 말했을 정도.
극중 연하 남편 안재욱과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때문에 처음 베드신을 찍을 때는 다소 어색하기도 했다고. 그런데 이젠 안재욱과 호흡이 너무 잘 맞는다며 ‘천생연분’을 과시할 정도가 되었단다.
뿐만 아니라 극 초반에 애인 역으로 깜짝 등장했던 탁재훈과 동생 역의 권오중과도 친해졌는데 권오중은 얼마 전 “황신혜가 이상형이었다”고 고백하기도. 스태프들과 촬영 전 한 술자리에서 권오중은 “옛날 책받침에 황신혜 누나의 사진을 끼워 가지고 다녔다”고 슬며시 털어놨는데 황신혜는 “어머, 그랬니?”라며 내심 좋아했단다.
황신혜의 샤워신 촬영 때의 일이다. TV방영분에서는 불투명한 유리 뒤로 황신혜가 샤워하는 모습이 잠시 스쳐갔지만, 현장에서는 이 샤워신을 무려 두 시간 가까이 찍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살리자며 ‘속옷만 입고 찍자’는 주문을 했고, 황신혜는 ‘영화도 아닌데 그 정도까지 해야 하느냐’며 난색을 표했던 것. 결국 살색 탑과 수건을 몸에 두르고 유리에 테이프를 붙여 불투명하게 만든 뒤에야 샤워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컴퓨터 미인’이란 찬사답게 여전히 미모를 자랑하고 있긴 하지만 과연 황신혜 자신만이 느끼는 콤플렉스는 없을까. 예상대로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주름’이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인 듯하다.
황신혜의 매니저는 “자세히 보면 한쪽 뺨에만 주름이 있는 게 굳이 꼽자면 꼽을 수 있는 콤플렉스”라고 밝혔다. 요즘 가장 신경 쓰는 신체부위(?)는 바로 ‘앞머리’라고 한다. 본인이 직접 자른 앞머리를 그대로 고수해 극중 종희의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낸 황신혜는 뛰어난 패션감각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종희가 입고 나온 옷 중 상당수가 본인의 옷이라는 귀띔.
황신혜는 밤샘촬영 뒤에도 새벽에 술자리를 가질 만큼 나이에 비해 체력이 강하다. 이는 매일 두 시간씩 끊임없이 해오고 있는 헬스 덕분. <위기의 남자> 촬영 당시에는 새벽 7시까지 촬영한 뒤에도 ‘술 좋아하는’ 신성우의 제안에 오전 내내 술을 마시고 오후에 다시 촬영을 이어간 적도 있을 정도였단다.
그러나 ‘강철체력’을 자랑하던 황신혜도 요즘은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자가 촬영장을 찾은 날도 3일째 밤샘촬영을 이어오던 상황이었다. 때문인지 기자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그의 매니저는 촬영장 한 귀퉁이에서 잠들어 두 시간이나 연락이 두절되는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황신혜는 조만간 영화로 팬들에게 인사를 할 계획이다. 영화배우 방은진의 입봉작이 될 <첼로>(가제)에서 종희 역 못지않은 색다른 캐릭터를 맡을 예정이라고. 새아빠가 딸과 ‘연결’되는 스토리인데 황신혜가 연기하는 것은 바로 엄마 역이다. 자신이 ‘필이 꽂혀야’ 배역을 결정하는 황신혜. 그녀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