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하지만 이런 한류 관광이 오히려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장 광고나 무책임한 사기성 관광상품 때문에 피해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 심지어 일본에서는 일부 한류 관광상품에 대해 자국 소비자보호원에 대대적으로 고발이 접수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의 스타들이 한국 관광 홍보에 나섰습니다.”
한국관광공사 건물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에 새겨진 글이다. 2004년을 ‘한류 관광의 해’로 정한 관광공사는 한류 열풍을 이용한 관광상품으로 ‘대박’을 노리고 있다.
실제 한류 관광상품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겨울연가>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촬영지인 남이섬에 지난 한 해 동안 8만여 명의 해외 관광객이 몰렸을 정도.
게다가 한류 관광은 상당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일본의 경우 2박3일짜리 한국 관광 상품이 통상 3만∼5만엔(약 33만∼55만원) 정도지만 한류 관광 상품의 경우 비용이 보통 8만엔 이상이다.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촬영장 공개 상품’의 경우 비용이 3박4일에 13만5천엔이나 됐다.
한류 관광의 가장 큰 상품성은 역시 보고 싶은 스타를 직접 만난다는 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한류 관광상품은 광고 전단지에 이와 관련된 ‘약속’ 사항을 기재해 둔다. 대개의 여행객들은 광고전단지를 보고 참가 여부를 결정하게 마련. 그런데 전단지에 과장된 내용을 담아 물의를 빚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일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던 그룹 ‘신화’ 관광상품. 당시 일본 현지에서 제작된 홍보 전단지에는 신화와의 만남에 대한 약속 사항이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관광 내용이 약속과 달라 일본 소비자보호원에 여러 건의 고발이 접수됐고 이를 담당한 일본 여행사 JTB는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고발 대상은 여행을 담당한 JTB였지만 사실상 원성의 대상이 된 것은 국내 진행을 맡은 회사와 신화였다.
당시 고발 내용에 따르면 우선 관광 팸플릿에는 신화의 스페셜 콘서트가 약속돼 있었지만 2곡 정도를 부르는 ‘성의 없는’ 공연이 전부였고, 신화 사인회와 토크쇼는 약속대로 진행됐지만 한국 팬과 함께하는 자리여서 일본 관광객들은 주변에서 구경하는 수준이었다는 것. 또한 신화 멤버들이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는 약속 역시 실행되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 사진을 한국측에서 보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신화를 보기 위해 한국에 왔던 일본 팬들은 오히려 스타와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안고 일본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심지어 JTB 관계자가 “일본에 신화 열성팬이 1만여 명가량이었는데 당시 관광으로 등을 돌린 팬들이 많다”고 말할 정도. 현재 한 여행기획사가 신화와 관련된 새로운 한류 관광상품을 기획중이나 JTB의 반응은 냉담한 상태다.
최근에는 최지우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한 여행사가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해 ‘<겨울연가> 최지우와 만나 보는 한국여행 상품’을 만들어 예매까지 했지만 정작 최지우와는 협의가 되지 않아 문제가 된 것.
당시 관련 회사들의 막판 협상으로 일본 관광객이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날 ‘최지우가 40분가량 팬미팅에 참석한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지우가 촬영 일정상 도저히 시간을 내지 못해 이 팬미팅은 무산되고 말았다.
결국 일본 관광객들은 촬영 현장 먼발치에서 최지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고 이런 ‘실망스러운’ 상황에 몇몇 일본 팬은 눈물까지 흘리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이 무성의한 관광상품이 또다시 현지 소비자보호원에 고발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 결과 내려진 조치는 ‘관광객 전원 전액 환불’. 일본 최대 관광사인 JTB는 신화에 이어 최지우, 두 건의 대형 한류 관광상품의 부실화로 상당한 이미지 손상을 입어야 했다.
▲ 원빈 | ||
신화의 경우가 여기에 속하는데 신화 소속사와 일본 여행사가 각기 다른 조건을 제시받았고 그 가운데서 일본 관광객이 피해자가 된 것이다. 또한 이 ‘잘못된 중개’로 인해 신화 역시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된 셈이다.
그러나 국내 여행기획사 쪽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외국 여행사들이 한류 스타측과의 협조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들은 광고 문구에 ‘배우와의 만남이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일종의 면책 조항을 두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 해당 한류 스타만 나쁜 이미지로 덤터기를 쓰게 마련이다. 최지우의 경우가 비슷한 케이스. 때문에 국내 관광을 총괄하는 한국관광공사가 쏟아지는 한류 관광상품 가운데서 ‘옥석’을 가려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물론 ‘한류 관광’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스타들의 마음가짐이다. 원빈의 경우 직접 자신의 생일파티에 일본 관광객을 초대하는 상품을 기획해 성심성의껏 그들을 맞이했다. 또한 <태극기를 휘날리며> 촬영장에서는 관광객 가운데 10명을 선발, 엑스트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관광객의 호응도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