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는 <도쿄 데카당스>, 아래는 <죽어도 좋아> | ||
전체적인 표현 수위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변태적’이라고 판정을 내릴 만큼 ‘어지럽다’. 여자 주인공의 몸을 끈으로 묶어 자위를 하도록 시킨 뒤 그 앞에서 섹스를 벌이는 남녀, 남자를 엎드리게 한 뒤 그 앞에서 동성애를 즐기는 두 여성 등 변태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은 물론 여성이 오줌을 싸고 이를 남자가 그릇에 받아 마시는 장면까지 등장할 정도.
충격적인 장면으로 가득한 이 영화는 ‘일본문화 4차 개방’ 이후 최초로 영등위의 수입추천 심사를 받은 <도쿄 데카당스>.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 겸 영화감독 무라카미 류가 자신의 소설 <토파즈>(1988)를 지난 92년 직접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백두대간’의 김상아 팀장은 “성의 상품화로 대변되는 도쿄를 SM클럽에서 일하는 여성을 통해 표현한 것”이라며 “현대사회의 허무와 방황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적인 묘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영등위는 “성애 장면이 지나치게 변태적이어서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이 영화의 수입추천을 ‘불허’했다. 결국 기대와 우려 속에 일본문화 4차 개방이 시작됐지만 첫 주자부터 커다란 벽에 부딪친 셈이다.
18세 이상 등급의 일본 영화의 경우 과거에는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작품’에 한해 국내 수입이 허가됐다. 올 들어 정부의 일본문화 4차 개방조치로 ‘18세 이상’ 등급의 모든 일본 영화에 문호가 개방되면서 국내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올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국내 시장을 두드려온 일본 영화 가운데 ‘국제 영화제 수상 경력이 없는 18세 등급 영화’는 대략 10여 편. 이 가운데 평범한 40대 남편과 요염한 30대 부인,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든 20대 청년을 중심으로 혼외 정사와 살인을 다소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영화 <죽어도 좋아>는 지난해 수입 추천 ‘관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영등위 김수용 위원장이 한 인터뷰에서 “정말 눈뜨고 보기 어렵다”며 ‘제한상영가’ 판정 의사를 밝혀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추천 심의가 접수돼 있는 일본 영화로는 <브라더>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 등이 있다. 두 편 모두 ‘18세 등급’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브라더>의 경우 기타노 다케시 감독 특유의 다소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과 신체 절단 장면이,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붉은 다리 아래 뜨뜻한 물>의 경우 성애장면 표현 수위가 문제가 될 전망이다.
▲ <퍼펙트 블루> | ||
하지만 개중에는 영등위의 등급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엽기적인 화면이 즐비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데드 오어 얼라이브>와 콘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 <퍼펙트 블루> 등이 대표적 사례. 이렇게 여러 편의 일본 영화들이 ‘4차 개방’으로 국내 시장을 노크하고 있으나 ‘수입추천 불허’ 또는 ‘제한상영가’라는 영등위의 견제 카드 앞에 다소 움츠러든 모습이다.
최근 <도쿄 데카당스>에 대한 ‘수입 심사’를 통해 성 표현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영등위가 일본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인 신체 절단 등 잔인한 표현에 대해서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등위가 최근 발표한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 영화의 등급 심사 모니터 자료’에는 ‘등급 부적절’ 의견이 상당해 영화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 심의 기준이 보다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