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쿄에서 만나 교감을 나누게 된 샬롯(스칼렛 요한슨 분)과 밥 해리스(빌 머레이 분)는 어느날 샬롯의 친구들과 함께 파티를 벌인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한바탕 노래도 부른 뒤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숙소인 호텔로 향한다. 잠이 든 샬롯을 품에 안고 그녀의 방까지 에스코트하는 밥. 그는 샬롯을 침대 위에 살며시 눕히고 지긋이 그녀를 바라본다.
바로 이 장면, 침대 위에 눕혀진 샬롯의 배가 한 뼘 정도 보이는가 싶더니 잠깐 뒤 그녀가 다시 나오는 화면에선 속살을 드러냈던 배부분이 윗도리로 가려져 있다. 그 눈깜짝할 새에 술 취한 그녀가 옷을 잡아당겼을 리는 만무한데….
후속 장면에서도 연이은 ‘옥에 티’가 눈에 띈다. 밥이 샬롯에게 곤히 자라며 이불을 덮어주는데 이불은 어깨를 모두 가렸다. 그런데 잠깐 뒤 밥이 약간 드러난 샬롯의 어깨를 손으로 짚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의 애절하고도 절제된 관계를 나타내는 중요 장면 중 하나. 밥이 덮어주었던 이불을 다시 내리진 않았을 텐데, 역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몇몇 실수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수작.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한 이 작품은 이미 유수의 상을 휩쓸었다. 2004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부문에서 작품상, 최우수남우주연상, 각본상을, 2003베니스영화제에서는 최우수감독상과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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