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개봉 13일 만에 5백만 관객을 돌파해 이미 <실미도>가 세운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과연 두 영화는 어떤 기록을 남기며 역사 속에 기억될까.
그렇담 이쯤에서 두 영화를 색다르게 비교해보자. 바로 영화 속 ‘옥에 티’를 찾아보는 거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다시금 곱씹어보고, 아직 보지 못한 예비관객들은 나중에 눈에 불을 켜고 확인해보시라.
제아무리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영화라도 자그마한 실수 하나쯤은 갖게 마련이다. 영화 현장에서 수많은 스태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면들이지만, 때로 ‘숲보다 나무를 보는’ 능력은 객관적 입장을 가진 관객들이 더 뛰어난 법이니까. ‘옥에 티’ 장면을 수많은 편집과정을 거쳐서도 잡아내지 못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먼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관객들 중 상당수가 지적한 장면이 있다. 18세 이상의 청년을 대상으로 징집하는 초반 부분.
원빈(진석 역)이 분명히 18세라고 했는데 쓰고 있던 학교모자에는 ‘中’자라고 씌어져 있는 것. ‘나이상 고등학생이어야 맞는데 중학교 모자를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왜 그런고 하니, 이에 대한 한 관객의 설명을 살펴보자. 당시(1950년대)에는 중학교 교육과 고등학교 과정이 합쳐져 있어 총 5년으로 되어 있었다는 것.
이 장면을 더 자세히 보면 교복 상의 깃부분에 ‘5’라고 적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의 ‘고등학교 2학년’을 뜻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또 다른 관객은 다소 ‘엉뚱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마도 학교 이름 중에 ‘중’자가 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 예를 들어 ‘중앙고’와 같은.”
이외에도 시대배경상 맞지 않는 소품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장동건(진태 역)이 원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장면. 아이스크림 막대가 동그란데 당시에는 납작한 모양의 막대밖에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원빈이 전쟁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에서 언뜻 LPG가스통이 보였다는 이도 있었다. 이 정도면 관객들의 눈썰미가 어느 정도인지 놀라울 따름.
분명히 대전차 지뢰인 ‘M15’를 매설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잠시 뒤 이를 밟은 병사의 다리가 절단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 대전차 지뢰는 130kg 이상의 압력이 가해져야만 터지므로 사람이 밟아 폭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각도 제기됐다. 실제 대전차 지뢰를 설치할 때는 대인용 지뢰를 함께 묻기 때문에 극중 병사가 밟은 것은 그 사이에 있던 대인지뢰였을 것이라는 주장. ‘너그러운’ 이해심마저 느껴지는 분석이다.
이보다 먼저 개봉한 <실미도> 속에서도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지적됐다. 부대원들의 등에 불도장을 찍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나중 장면에선 그 흉터가 없어져 버렸다는 것. 실제로 얼마 동안 부대원들의 등에 흉터가 남아 있다가 영화 후반으로 가면서 이 흉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다.
극중 부대장으로 등장한 안성기가 손목에 찬 시계가 눈에 거슬린다는 이도 있었다. 이 시계는 ‘루미녹스’라는 브랜드로 89년에 만들어진 메이커다. 극중 시대배경은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 이 관객은 시계는 멋있었으나 단지 눈만 즐거웠다는 따끔한 충고까지 함께 곁들였다.
이처럼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눈은 보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선다. 영화 제작자들은 스쳐 지나가는 장면 하나에도 이제 더욱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비록 ‘옥에 티’를 잡아내는 재미가 사라질지라도 그 누구도 탓하진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