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수정(왼쪽)과 강혜정. 지난해 청룡영화제에서 각각 신인상과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 ||
모두 아역탤런트 출신들이다. 이들이 요즘 무섭게 뜨고 있다. 위로는 48년째 연기생활을 하고 있는 안성기부터 아래로는 <가을동화>의 ‘어린 은서’ 역의 문근영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스타들이 스크린과 안방을 종횡무진 오가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히 ‘아역 출신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얼마 전 막을 내린 SBS <왕의 여자>에서 강인한 인목대비로 열연했던 홍수현 역시 아역탤런트 출신이다. 몇 해 전 방송된 SBS <고스트>에서 귀여운 빵집 소녀로 나왔던 그녀는, KBS <상두야 학교 가자>에서 비를 쫓아다니는 ‘한세라’로 나와 확실하게 자기의 존재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요즘 그녀의 인기는 상한가인데, 최근 권상우와 찍은 모 이동통신업체 CF에서 발랄한 외모로 다시 한번 이미지 변신중이다.
홍수현보다 더 무섭게 뜨고 있는 인물은 바로 <올드보이>의 강혜정이다. 강혜정은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최민식(오대수 역)과 당당하게 ‘맞짱’을 떠서 강렬한 매력을 발산했는데, 그녀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미 검증받은 바 있다.
강혜정은 1998년 SBS <은실이>에서 은실이를 괴롭히는 표독스러운 이복언니 ‘영채’ 역으로 나와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그후 2002년 MBC 시트콤 <논스톱Ⅲ>에서 김정화의 단짝 친구인 ‘글러브 낀 열혈 여학생’ 역으로 출연했으나 자기 색깔을 찾지 못한 채 도중 하차해야 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드디어 강혜정이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물을 만난 고기처럼 뛰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영화 <플러쉬>(감독 송일곤)와 <나비>(감독 문승욱)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촉망받는 기대주로 꼽혀왔다.
강혜정이 독특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면, 영화 <장화홍련> <…ing>의 임수정은 ‘여성스럽고 예민한’ 성격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두 사람 모두 틴에이저 잡지 모델로 시작해 오디션을 전전하며 무명시절을 거쳤는데, 임수정은 KBS 2TV 청소년 드라마 <학교4>에 이유리, 여욱환 등과 함께 출연한 바 있다.
이렇게 많은 스타들이 아역 탤런트 출신들인데, 전혀 의외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역 출신들도 있다. 여성그룹 ‘쥬얼리’의 멤버 조민아가 대표적인 경우.
조민아는 가수 다나의 바통을 이어받아 iTV <조민아의 DMZ(데일리뮤직존)>의 진행을 맡고 있는데, 그녀 역시 원래 ‘주특기’는 연기였다. KBS
또 한 명. 터프하면서도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신화’의 김동완 역시 아역배우 출신이라는데, 아무도(?) 그가 어디 출연했는지는 모른다. 본인이 입을 열지 않기 때문.
김동완은 오는 4월 말 개봉되는 영화 <돌려차기>에서 아슬아슬한 삼각팬티 한 장만 걸친 채 여성팬에게 화끈한 매력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는 이미 2002년 KBS <천국의 아이들>에서도 연기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얼치기 고교 태권도부의 전국대회 도전기를 그린 본격 청춘 스포츠영화 <돌려차기>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는 김동완을 보면서 그가 어느 드라마에 나왔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듯.
연예계에는 두 명의 김민정이 있다. 한 명은 탤런트고, 또 다른 한 명은 개그맨이다. 김병만과 함께 ‘무림남녀’ 코너로 한때 KBS <개그콘서트>를 중국 무술영화에 나오는 ‘소림사’처럼 만들었던 개그우먼 김민정은, 미스코리아가 꿈이었던 아역탤런트 출신이라고.
초등학교 6학년 때 KBS 2TV 아침드라마 <길>로 데뷔한 김민정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한때 탤런트 김민정의 출연료가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개그맨 김민정은 <개그콘서트>에서 ‘뮤직드라마’ 코너에 출연중이다.
<개그콘서트>의 또 다른 재주꾼 김기수 역시 아역 출신이다. ‘봉숭아학당’에서 두 다리를 쭉쭉 뻗는 ‘시계춤’으로 유명한 ‘댄서 김’ 김기수는, 중학교 때 KBS 1TV <역사는 흐른다>에 학도병으로 출연했다가 상처만 받았다고 한다. 얼굴이 길어 철모가 안 맞아서 고생했는데, 24시간 동안 죽어라 찍어서 등만 한 컷 나왔다고.
그래서일까. 김기수는 개그맨으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각 방송사 개그맨 시험에서 총 7번 떨어졌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인 같지 않고 너무 프로처럼 행동해 떨어뜨렸다고. 시험을 위해 남들이 안한 걸 찾다 찾다 다리를 찢는 시계춤을 고안했다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김기수의 아버지 함자는 ‘김완선’이다. 그래서 아버지 피(?)를 물려받아 춤 실력이 좋은 거 같다는 그는 ‘이름’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다고 한다.
매년 학기 초가 되면 가정환경조사서를 적어냈는데 아버지 성함이 ‘김완선’이라서 아버지 이름을 적을 때마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적지 말고 아버지 이름 적으라”고 머리를 쥐어박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