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 김석(왼쪽)과 이세영은 키스신보다 더 강렬한(?) 뽀뽀신을 선보였다고. 임준선 기자 | ||
중년 배우들이 뭉친 <고독이…>도 놀라운 작품이지만 아역배우 중심의 영화 <아홉살 인생>은 정말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 역시 색다른 분위기였다. 국어책 읽듯이 소감을 밝히는 신인 아역배우와 매니저 대신 어린 배우들의 옷매무시를 고쳐주는 젊은 어머니들이 정겹게 다가왔다.
<아홉살 인생>은 최근 극장가에 ‘중년영화 VS 아동영화’라는 보기 드문 구도를 만들어낸 영화다. 베스트셀러인 위기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인생의 첫 번째 아홉수’를 넘기는 산동네 초등학생들의 ‘깜찍·발칙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칫 아이들을 위한 영화로 생각될 수 있지만 그 안에 액션과 사랑, 그리고 우정까지 ‘아홉 살 동심’을 통해 인생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골목대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다툼, 서울서 전학 온 여학생에 대한 연민, 여학생들 사이의 질투,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70년대 판자촌의 따스한 정이 그려져 있다.
물론 출연 배우들도 대부분 아역배우들이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김석과 이세영만 연기 ‘유경험자’고 나머지 대부분의 어린 배우들은 4개월여에 걸쳐 부산 울산 대구 등지를 돌며 오디션을 열어 선발했다.
이들 아역 배우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들이다. 거의 초보 연기자인 이들이 연기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일까. 우선 계절에 맞지 않는 촬영 설정이 문제였다. 촬영이 진행된 기간은 겨울이었으나 영화 속 계절은 여름이니 아역 배우들은 한겨울에 반팔·반바지 차림으로 촬영에 임해야 했다. 연기 초년생들에겐 고난이도 ‘눈물 연기’ 역시 골치 아픈 숙제였다. 배우들 가운데 막내인 ‘기종’ 역의 김명재(9)는 “우는 연기가 가장 힘들었는데 스태프들이 도와줘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성인 배우들도 어려워하는 액션 연기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아홉살 인생>의 ‘액션’ 장면은 대부분 아이들의 ‘막싸움’ 내지는 선생님에게 맞는 장면. 어린 배우들의 액션 신 소감에서도 동심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심한 경상도 사투리를 감추기 위해 국어책을 읽는 듯한 독특한 어법을 구사한 ‘검은 제비’ 역의 박백리(13)는 “‘고릴라’와의 싸움 장면이 제일 어려웠는데 그가 걸쭉한 침을 내 얼굴에 뱉을 때가 가장 괴로웠다”면서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경험을 처음으로 겪어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스턴트맨이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연기도 있었다. <대장금>의 어린 금영으로 인기를 끈 이세영(여·13)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의 촬영을 앞두고 걱정에 빠졌다. 평소 수영은커녕 물을 너무 두려워해 물가 근처에도 못 갔기 때문. 그럼에도 촬영에 임한 이세영은 “감독님이 물이 얕다고 하셔서 ‘믿고’ 들어갔는데 너무 깊었다”면서 “정말 너무 무서워서 죽을 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누가 영화의 백미는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이라 했던가. <아홉살 인생>에서는 키스신보다 더 강렬한(?) 뽀뽀신이 등장한다. “좋아한다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뽀뽀신을 사용했다”는 윤인호 감독은 “십여 차례 NG가 났는데 사실 여섯 번째부터는 잘했다. 하지만 석이의 부탁으로 계속 NG를 냈다”는 ‘폭로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주인공 ‘여민’ 역의 김석(13)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해명하며 “그 날은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사실 뽀뽀는 하기 싫었지만 너무 추워서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한다. ‘하기 싫었다’는 말의 진의를 묻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대답으로 노련하게 피해갔다. 상대역인 이세영은 “너무 추워서 입이 바짝 말랐다. 분위기가 너무 서먹서먹해 힘들었다”고 ‘뽀뽀의 추억’을 밝히기도.
‘뽀뽀를 하기 싫었다’는 말로 관심을 집중시킨 김석은 사진 촬영 때도 이세영의 어깨에 손을 올려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계속 쭈뼛거렸다. 두 주연배우의 불화(?)가 느껴지는 대목에서 홍보 관계자는 “둘이 좋아해서 그런다. 저 나이 때에는 좋아하는 마음을 저렇게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홍보를 맡고 있는 양은진씨는 “촬영 내내 배우들 사이에 ‘열애설’이 나돌았다”고 털어놓았다. 그 주인공은 남녀 주인공인 김석과 이세영. 두 배우는 이미 드라마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어 이번이 두 번째 만남. 게다가 영화에서 둘을 질투하는 ‘금복’ 역의 나아현(여·13)이 실제로 김석을 짝사랑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고 한다. 양씨는 “스태프 사이에서 아현이가 정말 질투하기 때문에 저런 사실적인 연기가 가능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 어린 배우들은 하나같이 “대본에 따른 연기였을 뿐”이라며 ‘사실무근’을 주장하기도.
“1천만 관객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아홉살 인생>의 아역 배우들. 하지만 화려한 스크린의 조명이 꺼진 뒤에는 그들 역시 한 명의 어린이일 뿐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의 ‘아이들’은 과연 <아홉살 인생>을 보면서 어떤 추억을 떠올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