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로고송 전쟁’을 한바탕 치른 정동영(우리당) 박근혜(한나라) 조순형(민주당) 대표(왼쪽부터). | ||
이번 총선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 ‘오나라’와 인터넷 엽기송 ‘우유송’을 확보한 한나라당이 로고송 전쟁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 하지만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인터넷 ‘당근송’과 자두의 ‘김밥’ 등을 잡은 열린우리당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민주당과 민노당도 개성 있는 로고송으로 승부수를 띄워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정치판 ‘음악전쟁’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까. 각 당이 고심 끝에 내놓은 로고송에 얽힌 뒷얘기를 따라가봤다.
정치권의 본격적인 ‘로고송 확보 전쟁’은 작가연대의 선전포고로 시작됐다. 3월4일 기자회견을 연 작가연대는 총선 로고송으로 사용되는 대중가요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입장과 함께 2004총선시민연대가 선정한 낙천·낙선 대상자들이 사용할 수 없는 ‘금지곡 리스트’를 발표했다. ‘오 필승 코리아’(윤도현) ‘바꿔’(이정현) 등 정가의 로고송 후보 1순위 노래 20여 곡이 금지곡으로 선정됐는데 각 당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로고송 영순위’ 곡은 국민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인 ‘오나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물밑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최종 승자는 한나라당으로 확정됐다. 특히 ‘오나라’의 작곡가인 임세현씨(36)가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만났던 박근혜 대표의 팬이기 때문에 로고송 사용을 허락했다는 사연까지 알려지면서 박 대표의 이미지 상승에도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숨겨진 뒷얘기가 있다. 발표와 달리 ‘오나라’가 한나라당 로고송으로 확정된 것은 발표 시점인 3월23일보다 훨씬 이전으로 알려진 것. 한나라당 로고송 제작을 맡은 키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미 3개월 전에 모든 로고송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당대표는 박 대표가 아닌 최병렬 전 대표였다.
한나라당 주변에선 ‘오나라’를 잡은 실질적인 일등공신으로 강용석 변호사를 꼽고 있다. 5년 전부터 작곡가 임씨의 법적대리인을 맡아온 강 변호사는 이번 총선에 한나라당 공천(서울 마포을)을 신청했던 인물. 당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강 변호사를 통해 일찌감치 ‘오나라’를 로고송으로 확보했으나 ‘반작용’을 우려해 드라마 종영까지 발표를 미뤄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강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나와 접촉하는 게 더 편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결정권자인 임씨의 박 대표에 대한 믿음이 로고송 사용을 허락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오나라’를 로고송으로 사용하기 위해 MBC 고위층을 통해 접촉하려 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강 변호사는 “열린우리당이 ‘오나라’를 공짜로 사용하기 위해 MBC 보도국 간부를 통해 접촉해 왔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문병남 부팀장은 이에 대해 “‘오나라’를 사용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접촉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알려진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오나라’에 이어 네티즌들에게 최고의 인기곡인 ‘우유송’ 확보 전쟁에서도 승리했다. ‘우∼유 좋아’로 시작되는 ‘우유송’은 열린우리당 로고송 공모에서 1등을 차지한 곡. 하지만 공모 후 저작권자를 접촉했을 때에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인 한나라당과 계약이 체결된 뒤였다. 한나라당은 ‘오나라’는 ‘한나라’로, ‘우유송’은 ‘경제송’으로 개사해 로고송으로 사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열린우리당측은 “기호 3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가사에는 ‘우유송’보다 또 다른 인터넷 엽기송인 ‘당근송’이 더 적합해 이 노래를 ‘3번송’으로 개사해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는 의미로 ‘배신자’를 로고송으로 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 대신 ‘얄미운 사람’을 로고송 중 하나로 내세우기로 했다는 후문. 민주당 노운하 부장은 “‘배신자’는 한화갑 전 대표의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당시 당원들이 즉흥적으로 부른 노래일 뿐”이라며 “이것이 와전된 것으로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른 정당들이 주로 잘 알려진 노래를 개사해 로고송으로 사용하는 데 반해 민주노동당은 3곡의 로고송을 자체 제작하고 여기에 ‘착한 사람들에게’ 등 지난 선거 때 썼던 노래패들의 기존 노래를 그대로 사용할 예정. 민주노동당 이지안 부장은 “다른 당이 저작권료로 거액을 쏟아부어 로고송을 만들지만 우리는 자체 제작한 로고송으로 비용 절약과 동시에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당 로고송의 제작비는 대부분 2백만원가량의 저작인격권료에 50만원에서 1백50만원 사이의 저작재산권료가 덧붙여지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다만 열린우리당은 ‘당근송’ ‘아리랑’ ‘가야 하네’ 등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곡을 선정, 상당한 비용을 절감했다.
여기에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김밥’(개사명·기다렸다 전국정당)과 ‘떴다 그녀’(떴다! 우리당)도 로고송으로 선정했다. 낙천·낙선 대상자 금지곡인 ‘김밥’을 선정한 데에는 비교적 대상 후보가 적다는 장점이 작용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경우 인기 가수의 노래 대신 ‘조국찬가’(<태극기 휘날리며> 홍보곡) ‘개구리와 올챙이’(<브레인 서바이버> 삽입곡) ‘한나라가 제일 좋아’(<개그콘서트> 삽입곡) 등 OS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북한가요 ‘휘파람’(개사명·한나라)을 로고송으로 사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