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명세빈은 요즘 결혼을 꿈꾸고 있다. 올해로 스물여덟, 서른을 눈앞에 둔 나이다 보니 ‘인륜지대사’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 출연하게 된 것이 우연만은 아닌 듯싶었다(요즘 세상, 나이가 무슨 대수겠냐마는). 서른을 훌쩍 넘긴 여느 여배우들이 “아직은 일을 더 하고 싶어요. 결혼엔 관심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명세빈의 이 같은 ‘고백’이 더 와닿았음이 사실이다.
명세빈은 21일 첫방송되는 MBC 수목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주인공 ‘이신영’ 역으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명세빈은 1년여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전히 깜찍한 미소와 생기발랄한 표정을 간직하고 있는 명세빈은 “이번 역할이 가장 내 실제 모습에 어울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극중 명세빈이 연기할 이신영은 방송국 사회부 기자다.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취재현장에서는 물만 먹고 남자에게까지 차이는 도무지 되는 일이란 없는 팔자의 여성. 예를 들자면, 사건 현장에서 죽은 지 일주일 만에 발견된 독신녀의 시신을 자기로 착각하고 기절하질 않나 투견도박장을 취재하러 갔다가 개에 물리고 후유증으로 소화불량·불면증·두통·변비에 급기야 치질까지 생긴다.
‘청순가련녀’ 명세빈은 과연 이처럼 ‘망가지는’ 역할에 부담은 없었을까.
“대본을 읽고 뱃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어요. 부담이요?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밖엔 없었죠. 재밌을 거 같지 않나요?(웃음)”
극중 이신영은 명세빈이 이전에 연기했던 차분하고 순수한 캐릭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엽기발랄한 여성이다. 어느 새 데뷔 9년차를 맞는 명세빈도 이제 자연스레 변신을 소화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명세빈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부를 한 듯했다.
“처음 경찰서 출입기자부터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원래 뉴스를 좋아해서 뉴스도 많이 봤어요. 기자들이 마이크 잡고 말하는 스타일을 유심히 보고 있어요.”
▲ 개성 강한 삼색 노처녀 연기를 펼칠 명세빈 이태란 변정수(왼쪽부터). | ||
“역할에 따라 평소 모습도 좌우되는 것 같아요. 제가 다쳐서 응급실에 누워 있는데(얼마 전 촬영중 눈가에 부상을 당했었다) 이게 극중 신영의 모습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던 걸요, 호호.”
극중 신영은 평소 유명인의 성대모사와 모창을 개인기로 연습하나 주변의 반응이 썰렁한 인물. 명세빈이 이때 쑥스러워하며 요즘 유행인 원빈의 성대모사를 잠깐 선보였다(연기였는지, 역시나 썰렁했다^^).
명세빈은 극중 캐릭터처럼 결혼하고 싶단다. 그 이유에 대해 “일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또한 장래 남편감은 집안보다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재벌가든 가난한 집안의 사람이든 배경은 그 다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에는 또한 변정수와 이태란이 가세해 삼십대 여성의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줄 예정이다(물론 명세빈이 연기하는 노처녀 ‘신영’도 서른 살이다). 변정수는 재벌가 며느리로 들어갔다가 맞바람을 피우고 이혼한 뒤에도(글쎄, 백인아이를 낳게 된다고) 당차게 살아가는 여성으로, 이태란은 집안 형편을 책임져야 하는 스튜어디스로 등장한다. <앞집여자>를 연출했던 권석장 PD는 그때의 ‘세 여자’(유호정 진희경 변정수)들과 또 다른 세 여자를 만들어 나가야 할 터. 비슷한 코믹터치기에 더 어려울 법도 하다.
결국 이번 드라마의 화두는 ‘서른 살의 여자’다(애초 가제도 ‘서른 살 일기’였다).
서른의 여자에 대해 논하거나 평하는 건 이제 시대에 뒤떨어지는 감마저 있지만, 그렇다고 만만히 볼 나이는 아닐 것이다. 혼돈과 안정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여진 나이, 누군가 ‘삼심대의 여자는 자아분열적 상황에 놓인다’고까지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