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에서 이은주가 선보이는 패션은 3회분을 전후로 구분할 수 있다. 첫회부터 3회까지 재벌가의 딸로 등장했다면 4회 이후에는 집안이 몰락한 뒤 이혼녀로 어렵게 10년의 세월을 보낸 후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극중 상반된 환경으로 이은주의 패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액세서리에서 찾을 수 있다. 4회부터는 구두와 가방, 귀고리가 한 가지씩만 등장한다. 극 설정상 액세서리를 몇 개씩 지닐 만한 형편이 못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그 한 개씩 갖고 있는 액세서리가 하나같이 고가의 명품이다.
▲ 드라마 <불새>에서 주인공 이은주가 착용한 의상과 액세서리들. | ||
극중 이은주가 들고다니는 가방은 수입명품인 ‘테스토니’(a. testoni) 2004년 SS 시즌 제품으로 86만2천원의 고가품이다. 또한 귀고리는 국내 주얼리 브랜드 ‘골든듀’의 ‘JJ’라는 제품으로 소재는 0.05캐롯 다이아몬드에 18K 화이트골드다. 가격은 34만7천원. 골든듀는 극중 커플링, 팔찌, 결혼반지 등 <불새>에서 이은주가 사용하는 주얼리 대부분을 협찬했다.
이렇게 기본적인 액세서리의 비용만 해도 모두 1백37만7천원에 이른다. 드라마에서 화려하게 그려지지 않아 눈에 띄지 않지만 상당한 고가의 액세서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의상은 매회 달라지는데 대부분 명품 브랜드 내지는 국내 고급 브랜드 제품이다. <불새> 5∼6회(4월19~20일 방영분)에서 이은주가 입고 나온 의상을 분석해 보면 이렇다.
우선 5회 처음부터 중반부까지 입고 나오는 의상은 연한 녹색 가디건과 니트에 흰색 치마. 이 의상은 모두 수입 명품 브랜드 MCM 제품으로 2004년 봄 신상품이다. 가격은 니트 15만8천원, 가디건 23만8천원, 스커트 24만8천원 등으로 모두 합쳐 64만4천원이다. 여기에 가방 등 기본적인 액세서리까지 더하면 2백2만1천원이 된다.
6회 중반부에 등장하는 의상은 아이보리색 상하의 한 벌 정장. 이 정장은 수입 명품 브랜드 DKNY의 봄 신상품으로 가격은 1백15만원이다. 여기에 액세서리를 합친 총 비용은 2백52만6천원.
6회 후반부에 입고 나온 의상은 자주색 상의에 빨간색 남방, 그리고 베이지색 치마. 이 가운데 상의와 치마는 다국적 브랜드인 ‘클럽 모나코’(CLUB MONACO)의 봄 신상품으로 가격은 각각 21만8천원, 10만8천원이다. 그리고 빨간색 남방은 해외 명품 브랜드인 프랭키비(Frankie B) 제품으로 아직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샘플만 들어와 있는 디자인이다. 국내에서는 5월 중순께 판매가 시작될 예정인데 가격은 27만원 내외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 한 벌의 의상 비용은 모두 59만6천원으로 여기에 액세서리 가격을 합하면 1백97만3천원이 된다.
한편 이은주가 방영 초기에 입고 나와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빨간색 가디건과 빨간 꽃무늬 원피스는 수입 명품인 모르간(MORGAN)의 2004 SS 시즌 제품이다. 가격은 원피스가 29만8천원에 가디건은 16만8천원으로 총 46만6천원이다. 의상 가격만 놓고 보면 ‘재벌 딸’이던 드라마 초기와 ‘리빙 헬퍼’인 현재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의상 설정이 바로 일부 네티즌들에게 ‘옥에 티’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은주는 집안이 부도난 뒤 ‘리빙 헬퍼’로 일하며 아픈 어머니와 동생을 돌보는 가장이다. 리빙 헬퍼라는 직업이 전문직으로 그려져 있지만 사실상 부잣집 독신주의자의 파출부임을 감안할 때 고수입이 보장되는 직업은 아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은주의 스타일리스트인 고민정씨는 “드라마는 실제 상황이 아닌 허구다. 때문에 사실성보다는 ‘여배우는 예뻐야 한다’는 컨셉트를 지키는 데 중점을 뒀다”며 “오경훈 PD 역시 이은주의 패션에 대해 같은 입장이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배역의 상황과 동떨어진 화려한 의상을 입을 수는 없는 법. 때문에 고씨는 명품을 입어 아름다움은 유지하되 절대 튀지 않도록 코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보리, 브라운, 카키 등 차분한 색감톤을 유지하며 디테일한 디자인을 배제해 전체적인 스타일도 튀지 않도록 했다”는 고씨는 “가방과 귀고리도 하나만을 이용하고 있고 구두 역시 낮은 굽으로 골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중 의상 때문에 <불새>의 이은주가 드라마 <아내>의 엄정화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게 네티즌들의 지적. 엄정화는 <아내>에 출연할 당시 배역(시골 아낙네)에 맞는 의상을 고르기 위해 직접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을 돌아다녀 화제가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