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마누라>의 신은경(왼쪽)과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의 주인공으로 유력시되는 제니퍼 로페즈. | ||
할리우드에서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이미 수 년 전부터다. 이 관심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2년 10월 <조폭마누라>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들린 당시로 돌아간다.
코믹 액션물인 <조폭마누라>는 ‘조폭’이라는 다소 식상하면서도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누라’라는 색다른 설정이 가미돼 눈길을 끌었고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 미라맥스사에서 <조폭마누라>에 대한 관심을 표해온 것도 바로 이 때문.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툼레이더>와 같은 ‘강한’ 여성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미라맥스의 요구와 절묘하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조폭마누라>에 대한 미라맥스사의 관심은 ‘리메이크 판권 계약’이라는 국내 영화계의 빅뉴스를 만들어냈고, 계약금 1백10만달러에 수익금 5%를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까지 얻어냈다.
그러나 1년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조폭마누라>의 할리우드판은 언제쯤 완성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 해 초, 미라맥스 측이 주인공 신은경 역을 두고 배우들에게 타진중이라는 것과
이에 대해 <조폭마누라>를 제작한 현진시네마의 강재석 이사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 이사는 “글쎄, 우리도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 배우 캐스팅도 확정되지 않은 것 같다. 이후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조폭마누라>의 할리우드판이 몇 달 뒤인 9월께 개봉될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들렸던 터라 아쉬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시 <조폭마누라>의 후속편인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에 캐스팅됐던 신은경은 “아직 확실한 건 모르지만 올 9월 미국 LA나 뉴욕에서 한국과 미국의 ‘조폭마누라’가 한자리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 <엽기적인 그녀> | ||
당시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지에 협상 과정이 먼저 보도될 정도로 할리우드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할리우드의 인기작가인 빅 레빈이 시나리오를 쓰고, <브링 잇 온>의 페이튼 리즈가 연출을 맡을 것으로 유력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해 개봉을 목표로 했던 <엽기적인 그녀> 역시 현재까지 ‘완성시기가 미정’인 채 여전히 진행중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배급사인 아이엠픽쳐스의 이재현 대리는 “아직 배우 캐스팅도 확정되지 않았고, 시나리오도 작업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영화뿐 아니라 나머지 영화들도 모두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2년11월 워너브러더스에 팔린 <가문의 영광>은 현재 시나리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복절 특사>의 경우 차승원, 설경구가 연기한 주인공 탈옥수역의 캐스팅만 확정된 상태. <달마야 놀자>나 <시월애>도 현재 주인공과 감독 섭외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비싼 값에 팔렸던 <조폭마누라>의 단적인 예에서도 볼 수 있듯, 리메이크 판권 계약이 곧 영화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할리우드에서는 판권을 구입한 영화들의 프리프로덕션만 1~2년씩 잡아 준비하며, 이 기간 동안 감독, 배우, 작가 등을 결정한다. 판권만을 손에 쥐고 제작되지 않는 영화들도 다반사인 것.
또한 해외 영화제에서의 한국 영화에 대한 호평을 너무 낙관적으로 볼 일만도 아니다. 영화제에서의 수상 경력과 흥행은 큰 연관이 없는 게 사실. 또한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권 영화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일시적 흐름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영화의 리메이크에서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할리우드다.
그러나 일본 공포영화 <링>의 성공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드림웍스가 판권을 구입한 <링>의 리메이크 성공이 할리우드로부터 아시아권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게 한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연이어 리메이크 판권 계약을 한 <올드보이>와 <폰>까지, 어느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성공의 신호탄을 쏘게 될지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