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식 | ||
<올드보이>의 영웅 최민식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소감으로 한 말이다. 과연 그다운 말이다. 옛날부터 훈훈하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최민식은 자기 주머니가 비었을 때나 있을 때 남 퍼주기로 유명하다. 82년 극단 뿌리의 <우리 읍내>로 데뷔한 그는 배고픈 연극판에서의 생리를 드라마에도 가져갔는데, MBC 드라마 <서울의 달>을 찍을 당시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항상 방송국에 올 때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어떤 때는 군고구마, 어떤 때는 호떡 등 밤새 고생하는 스태프들의 일용할 간식을 제공했다. 하루는 ‘그랬대니까요’로 유명한 후배 탤런트 박남현이 세트장 한 켠에서 뭔가 우물우물 씹고 있는 최민식을 발견했다. “형님, 그게 뭡니까요?” “어, 너두 먹을래?” 하며 최민식이 건넨 건 생라면!
그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확 인기를 끌지 못하던 때라 주머니 사정이 달랑달랑 하던 최민식은 주식을 생라면으로 때웠다고.
돈 없기로는 한석규도 막상막하. 1990년 KBS 성우로 입사하기 전까지 1년여를 백수로 보낸 한석규는 1993년 <서울의 달>을 촬영할 때만 해도 최민식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였다. 간간이 단막극이나 연속극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얼핏 스쳐지나가는 단역이거나 대사 한 마디가 고작이었다.
그런 그가 일약 <서울의 달>로 유명세를 타자,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참 성실하고 착실한 친구’에서 짜디 짠 ‘짠돌이’로 별칭이 새로워진 것! 보통 탤런트들이 작품을 찍을 때 공동으로 회비를 거둬 스태프들과 같이 밥도 사먹고 하는데, 한석규는 절대 그 회비를 낸 적이 없다는 후문.
“시라야, 미안하지만 나 회비 좀 꿔줄래?” 상대역이었던 채시라에게 늘 회비를 차용했던 한석규. 그러나 그가 빌린 돈을 돌려줬단 얘긴 아무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방송국에선 한창 주가를 높이는 인기 스타가 해도 너무한다며 뒷말이 무성했는데, 그건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당시 한석규는 MBC 공채 탤런트였다. 공채 탤런트가 아무리 인기를 얻고 주말극에 출연한다고 해도 공채 탤런트에 해당하는 월급만 받아가는 그에게 한 방 크게 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였던 것.
한석규 다음으로 유명한 ‘짠돌이’는 바로 만능스포츠맨 이상인! 그는 한석규 저리 가라할 정도로 짜게 굴었는데, KBS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를 찍을 당시 제일 괴로움을 겪었던 사람은 바로 <서울의 달> 작가이기도 한 김운경 작가였다. 그는 당시 평범한 대학생이던 이상인을 발굴한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무명의 이상인에게 밥 사주고 술 사주느라 거짓말 좀 보태서 원고료의 상당부분을 날렸다고 한다.
보통 연예인들은 데뷔 초기에 감독이나 작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것저것 사들고 오거나 선물공세, 육탄공세를 서슴지 않는데, 이상인은 오히려 적반하장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선생님, 배고파요. 밥 사주세요!” 한창 원고 쓰느라 바쁜 김운경 작가에게 이상인은 ‘식사 대접’을 요구했고 시골 촌놈 같은 이상인한테서 어려웠을 적 자신의 모습을 본 김운경 작가는, 기쁘게 밥을 샀다고 한다.
▲ (왼쪽부터)한석규, 이상인, 정준호 | ||
그 날 김운경 작가는 밤새워 글을 쓰는 데 필수품인 담배 살 돈까지 다 털어서 이상인의 영양보충을 시켜줘야 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매니저와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달랑 카드 한 장만 소지하는 게 예사다. 그러다보니 종종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어머, 어떡하지? 카드를 안 갖고 왔네? 우리 매니저 어디 갔지?” 하며 딴전을 부리는 통에 성질 급한 사람이 내는 일이 다반사. 특히 여자 연예인들한테서 이런 현상이 심한데, 이런 ‘공주과’ 연예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경우 누가누가 연기를 잘하나, 누가 ‘쇠심줄’이냐에 따라서 지갑 여는 임자가 정해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정준호는 술을 잘 사 인심을 두둑하게 얻은 경우다. 그는 데뷔 초부터 사람들에게 술 잘 사기로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그리 길지 않은 연예계 데뷔 경력에 비해 유독 연예인 친구들이 많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 그럴듯한 호텔까지 인수한 그는 연예인에서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인데, 그가 운영하는 영화사 ‘주머니’는 연예인 캐스팅에 걱정이 없다고. 워낙 뿌려놓은 씨앗(?)이 많기 때문.
마시세 그려. 두주불사가 되도록 마시세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