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벌어진 일 중 하나. 꽤 잘생기고 터프한 섹시미로 연예계에 데뷔하게 된 L은 어느 날 밤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모델로서는 주목을 받았지만 아직 연기경험이 전무해서 어떻게든 드라마에서 입지를 굳혀야 할 상황이었는데, 때마침 출연한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탤런트로 확실하게 변신하려고 벼르던 그에게 어느날, 장난 같은 운명의 손길이 뻗쳐왔다.
“오늘 밤 우리 집으로 와주세요~.”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바로 그의 이름을 탤런트로 기억하게 해준 MBC드라마의 C작가였기 때문이었다. C작가는 작가치고는 상당히 육감적이고 미인 축에 속한다고 소문나 있었다.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던 L은 한참을 갈등하다 C작가의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L은 그래도 나은 경우. L의 상대가 젊고 예쁜 작가였지만, 전혀 성적 매력(?)을 못 느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원나잇 스탠드’의 희생타가 돼야 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H작가는 함께 작업할 남자배우와 젊은 감독이 몸을 사릴 만큼 그 분야에서 ‘킬러’로 통한다. H작가의 작품이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흥행가도를 달릴 만큼 화려한 커리어를 동반하고 있기에 남자배우와 감독은 그의 묘한 취향을 알면서도 그와 작품을 같이하려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그의 호출을 받는 사람들은 그의 부름을 어떻게 거절할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고 한다. 아무리 인기와 성공을 위해 치르는 일이라고 해도 시각적으로 도저히 ‘땡기지’가 않았기 때문. 그래도 어차피 한번은 치러야 할 대사(大事). 눈 딱 감고 과감하게 치르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다 결국은 미운 털이 박히기 직전 대타를 고용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PD들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작가가 한밤중에 호출을 하면 꼭 몇 명의 ‘구원투수’를 데리고 간다고. 그러면 그 중에 한 명이 ‘은혜’를 입어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영예를 안았단다.
남자작가들의 ‘횡포’는 더 심하다. 여자작가는 그야말로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이 벌어지는 일이고 나이든 남자작가들의 경우 이런 ‘작업’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아예 본처가 인정한 ‘세컨드’가 있어 그 여자 배우는 그 작가의 작품엔 항상 고정 출연자로 등장했다.
이럴 경우 그 배우가 작가의 ‘세컨드’라는 사실을 모르는 스태프들이나 동료 탤런트가 그 배우의 연기 미숙을 꼬집게 되면, 그건 그야말로 ‘사망’감이었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애교에 속한다. 굵직굵직한 드라마로 명감독이란 소리를 듣는 L감독은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왕성한 정열을 자랑하는 케이스. 그는 한 작품 할 때마다 공식적인 마누라가 생기는데, 어떤 경우엔 2중, 3중 플레이를 해서 각각의 연인들 사이에 묘한 경쟁과 암투가 생기고 밑에 있는 스태프들은 이들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 난감해서 무척 애를 먹기도 한다.
이번엔 작가와 배우의 절묘한 궁합으로 PD가 물먹은 경우다. 얼마 전 멋진 드라마를 통해 명감독이란 소리를 듣고 싶었던 한 PD가 작가와 배우를 잘못 만나 통한의 눈물을 흘린 일이 있었다. 그 PD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꽤 잘 쓴다고 소문난, 그리고 영화에서도 이름을 날린 적이 있는 작가를 어렵게 섭외했다. 게다가 핸섬하고 섹시함으로 여자들한테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남자배우의 캐스팅에 성공하면서 드라마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게 웬 날벼락?! 드라마는 PD의 생각과는 달리 산으로, 산으로만 향했다.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엉뚱하게 남자배우를 미화하는 쪽으로만 가고 있었던 것. 자연스레 시청률은 바닥권에서 마구 헤엄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남자배우의 농간임이 밝혀졌다. 기획 당시 설정했던 대로 나갈 경우 자신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게 될 거라고 판단한 남자배우가 은밀히 여자작가에게 접근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속아준 여자작가는, 멋진 미소와 부드러운 S의 매너에 반해 계속 그가 하자는 대로 써주게 된 것.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연출자가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 보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영원히 가슴에 한이 된 이 PD는, 절대 잘생긴 남자배우와 여자작가는 붙여놓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