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경남 진 조소현양이 매직쇼 연습 도중 자태를 뽐내고 있다 | ||
하지만 전국 각지를 비롯해 전 세계 교포들 가운데서 뽑힌 한국의 대표 미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그들의 만남은 분명 특별하다. 만남이 이뤄지는 색다른 공간 안에는 분명 성 상품화나 외모지상주의라는 비난과는 또 다른 의미가 움트고 있다.
<일요신문>에선 미스코리아 합숙 현장을 찾아 선발대회 준비에 한창인 58명의 미스코리아 본선 후보자들을 만났다. 합숙 현장에서 펼쳐지는 공식 미인들의 선의의 경쟁과 그 안에서 싹트는 우정을 직접 들어봤다.
지난 9일 저녁 8시30분경, 육군 청성부대를 방문하는 일정을 마친 미스코리아 후보 58명이 합숙소인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코리아골프 아트빌리지 내 프라자 센터에 도착했다. 현장에 먼저 도착해 이들을 기다리던 기자는 저녁 식사를 위해 1층 식당으로 내려오는 후보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과연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이 오를까. 저녁 메뉴는 삼겹살 쌈밥과 된장국. 합숙 기간의 식단을 살펴보니 매끼 식사마다 풍성한 음식이 이들을 위한 밥상 위에 올랐다. 식당 관계자는 “미스코리아 후보들이라 다이어트에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았지만 다른 손님들과 비슷한 양을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날 저녁 역시 약간 늦은 터라 그런지 다들 왕성한 식욕을 발휘하고 있었다.
간단한 자기소개 연습이 끝난 뒤 본격적인 연습은 본선에서 선보일 매직 쇼. 화려한 춤과 마술을 접목한 매직 쇼를 연습하는 후보들의 모습에서 넘치는 끼를 엿볼 수 있었다.
의자, 우산, 마술 지팡이 등 소품을 이용한 이들의 댄스는 이미 상당한 연습을 거쳐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있었지만 안무 감독의 눈에는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은 듯. 어지간한 군대 조교를 무색케 할 만큼 매서운 안무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연습은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
이날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낮에 군부대 방문해서 선보인 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안무 감독은 “이 정도로는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없다”며 “모두 짐을 싸서 집으로 가라”고 심하게 다그쳤다. 하나같이 끼와 매력으로 무장한 이들이지만 전체가 통일된 모습을 선보여야 하는 매직 쇼를 위해서는 치열한 연습과 노력이 필수였다.
연습이 모두 끝난 시간은 자정을 지나 새벽 12시30분경. 여기에 종례까지 마치고 모두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은 새벽 1시가 훌쩍 넘는다. 거의 매일 연습이 이 시간까지 계속되는 강행군 속에 기상 시간은 새벽 6시30분. 이런 살벌한 스케줄로 인해 피로가 쌓인 나머지 환자들도 속출한다. 합숙 과정을 관리하는 한국일보 사업부의 이현걸 차장은 “매일 다섯 명 가량의 환자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피로로 인한 피부 트러블이나 감기”라며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이들이 휴식을 취하는 합숙소 내의 객실은 거실 하나와 두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다. 한 객실마다 6명씩 배정받아 두개의 방에 세 명씩 나눠서 사용한다. 새벽 1시경 각자의 객실로 돌아간 후보자들이 곧바로 잠을 청할까. 천만의 말씀. 사실상 유일한 자유시간인 취침시간에 이들만의 진정한 합숙이 시작된다.
▲ 우산을 이용한 매직쇼를 연습하고 있는 본선 진출자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합숙소의 안전을 책임지는 두 명의 보안 요원은 모든 방에 불이 꺼진 30분 뒤 잠자리에 든다. 때문에 후보들이 늦게 잠이 들수록 이들의 취침시간도 늦어지는 셈. 이를 안 한 객실의 후보자들은 일부러 불을 켜놓고 잠을 자는 방식으로 안전요원들을 괴롭히는 악취미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여자들이 모인 방이니 수다와 간식은 기본이다. 진행팀이 제공하는 야참 간식은 최고급 과일. 여기에 가족들이 가져다주는 간식이 더해진다. 가족들과의 만남은 정해진 면회일로 한정하지만 가족들이 합숙소 프런트에 필요한 물품과 음식을 맡겨두는 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합숙기간 동안 몸무게가 4kg이나 늘어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다.
후보자들이 말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하동 세미골과 몽골에서 맞은 밤이다. 약간의 맥주가 제공된 몽골에서의 밤은 캠프파이어가 마련돼 흥겨운 댄스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또한 하동에서는 막걸리와 함께 장기 자랑 시간을 가졌는데 진행 스태프를 흉내 낸 몇몇 후보들로 인해 모두가 하나 되는 즐거운 시간이 됐다고.
58명의 후보들 가운데 몇몇은 수상의 영광을 누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의 사절단이 되고 또 다른 이들은 합숙 기간의 추억만을 간직한 채 각자의 고향으로 떠나게 된다. 어떤 결과를 안게 되더라도 힘들고, 즐겁고, 괴롭고, 행복했던 합숙기간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