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SBS <파리의 연인> 속 ‘태영’에 대해 ‘현실 속 신데렐라’와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꿈꾸지만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왕자님’과의 사랑을 신데렐라처럼 현실로 만드는 인물이 바로 태영이다. 그러나 태영은 신데렐라처럼 계모와 언니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소심한 아가씨가 아니다. 그러기에 김정은이 연기하는 태영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2년 반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김정은은 “팬들의 사랑이 좋지만 한편으론 너무 부담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22일 한창 촬영에 몰두해있는 그녀를 만나 반가운 데이트를 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언덕 꼭대기에 있는 낙산공원. 지난 22일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서 <파리의 연인>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서울시에서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와 같은 명소로 만들기 위해 지난 5일부터 ‘낙산공원 새 옷 입히기’ 행사를 열고 있기도 하다. <파리의 연인> 촬영지로는 제격인 셈.
이날 촬영분은 박신양이 김정은을 돕기 위해 취직을 시켜주는 장면이다. 김정은과 박신양이 나란히 앉아 음료수를 나눠먹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음료수 캔을 따는 장면 때문에 몇 차례 리허설. 드디어 슛이 들어가고 한창 촬영이 이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촬영 기사의 휴대폰으로 밝혀지자 박신양이 “아저씨!”라며 짓궂은 목소리로 큰소리를 친다.
다시 시작된 촬영은 이번엔 어디선가 몰려온 수십 명의 학생들 때문에 간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장소 이동을 하는 사이 김정은과 박신양에게 몰려든 학생들로 인해 현장은 아수라장. 김정은은 학생들에게 떠밀려 밴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매니저가 “사진 촬영은 좀 이따가 해야 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기자 또한 학생들 사이에 떠밀려 정신이 없던 터. <파리의 연인> 촬영장은 이렇듯 열기(?)가 후끈했다.
▲ 지난 22일 <파리의 연인> 촬영 현장에서 만난 김정은은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에 가슴이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동안 주로 영화와 CF 활동만을 해왔던 김정은은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에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극중 태영이 프랑스어를 잘 못하는 역이지만, 프랑스에 유학중인 여동생을 통해 국제 전화로 발음 교정까지 받았다. ‘태영’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의상 준비와 연구도 철저히 했다고.
“<파리의 연인>은 1년 전부터 준비했던 작품이에요. 작가분이 ‘태영’ 역에 저를 염두에 두고 쓰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작품과 캐릭터 모두 마음에 들어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열심히 생각해서 준비한 거예요.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랑 거의 한 달 정도 회의를 한 것 같아요(웃음).”
김정은은 평소 동대문 등을 돌아다니며 의상을 직접 구입하고 있다. <파리의 연인>에서 선보이고 있는 ‘태영’의 의상과 액세서리도 대부분 본인의 것. 파리에서의 의상 또한 김정은이 직접 가져간 것이라고 한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던 ‘프라다 가방’ 또한 김정은이 집에서 쓰던 소품이다.
“옷보다 가방 같은 액세서리는 새것을 쓰면 화면에서 티가 나요. 그래서 제가 쓰던 것을 가져갔는데 시청자분들이 어디 제품이라며 금방 글을 올리셨더라구요. 극중 태영이가 폴라로이드 사진기며 녹음기며 워낙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애라 핸드백 쪽하고는 거리가 멀거든요. 편안한 이미지도 살릴 겸 좀 구겨진 제 가방을 가지고 왔죠. 근데 가난한 태영이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며 논란이 됐나봐요. 그래서 그냥 짝퉁이라고 말해요(웃음).”
▲ 극중 이동건 박신양과 함께 | ||
“잘 모르시지만 조금씩 변신중이거든요, 하하. 제가 멜로 연기도 좀 해요. 태영이만 해도 극중에서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인데 꽤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 같지 않나요?(웃음) 정통 멜로 연기도 자신 있어요. 그렇지만 급하게 제 이미지를 바꿀 생각은 없어요. 배우로서 제 색깔이 분명한 것도 장점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평소의 김정은은 그렇게 명랑하고 톡톡 튀는 성격만은 아니다. 소심한 성격에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낯도 가리고 의외로 여성적인 면도 있다고. 또 김정은은 1년 넘게 남모르는 선행을 베풀고 있다. 장동건 정준호 한재석 김민종 김선아 배두나 김석훈 안재욱 등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모여 ‘따뜻한 사람들의 모임(따사모)’ 활동을 해오고 있는 것. 정준호의 제안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 모임의 멤버들은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 불우한 이웃들과 생활이 어려운 연예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끝으로 ‘결혼 계획’을 물었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이 된 김정은은 “결혼 정말 빨리 하고 싶어요. 근데 남자가 있어야 하죠”라며 입을 삐죽인다. 극중 박신양과 이동건과 같은 두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누굴 선택할까.
김정은은 “음…잘 모르겠어요. 둘 다 멋져서”라며 대답을 유보한다. 그렇다면 실제 <파리의 연인>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미 파리에서 ‘엔딩’ 장면은 찍고 왔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는 수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