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은 <인어공주>에서 엄마 연순의 처녀시절과 연순의 딸 나영을 함께 연기했다. 전도연은 비슷한 나이, 다른 시대를 산 연순과 나영을 왔다갔다 하느라 고생을 꽤 했단다.
딸 나영은 억척스럽기만 한 엄마 연순이 언제나 불만이다. 때밀이로 돈을 벌어 생계를 꾸려가는 엄마 연순은 아무데나 침을 뱉는 게 버릇. 아버지의 빚보증으로 집이 날아가고 대학도 못 간 채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는 나영은 이런 엄마를 보며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을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 엄마의 고향 우도로 떠나면서 엄마의 스무 살 시절과 만나게 된다. 팬터지 장면도 자연스레 등장한다.
실제 촬영에서 전도연은 연순과 나영을 번갈아 연기하느라 분장과 말투 동작까지 모두 세심한 신경을 써야했다. 연순의 억척스런 캐릭터는 사투리와 수수한 분장으로 기본색을 입혔고 주근깨를 그려 넣어 풋풋함을 살렸다. 오히려 전도연은 “나영보다 연순을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었다”며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2역’을 맡은 1인이 두 사람으로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이 역시 놓칠 수 없는 하이라이트. 이 같은 장면은 배우가 같은 신을 두 사람 역으로 따로 찍어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한 것.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도 1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 영화 <인어공주>의 전도연(위)과 <범죄의 재구성>의 박신양. | ||
박신양도 <범죄의 재구성>에서 형 최창호와 동생 최창혁을 동시에 연기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외모가 다른 형제로 등장하기 위한 고생은 엄청났다. 형 창호로 분장하는 데만 다섯 시간이 걸렸고, 특수고무를 얼굴에 붙인 상태에서의 표정 연기도 힘들었다. 박신양은 “분장한 상태에서 입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천하의 사기꾼으로 조직을 만들어 한국은행을 턴 최창혁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죽음을 가장한 뒤 성형수술을 받는다. 그 뒤 형 창호로 변신해 내성적인 성격의 책방 주인으로 살아간다. 음울한 캐릭터인 창호를 위해서는 실제 헌책방을 찾아다니고, 시니컬하고 껄렁대는 창혁을 위해 박신양은 대사연습을 수도 없이 했다.
원래 ‘창혁’과 ‘창호’는 두 사람이 나눠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박신양이 직접 1인2역을 하겠다고 나섰고, 그 결과 관객은 박신양이 분장한 것임을 미리 알고 보는 재미를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영화 속 ‘1인2역’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도연과 흡사하게 ‘엄마와 딸’ 연기를 펼쳤던 <클래식>에서의 손예진은 다소 밋밋한 연기로 두 캐릭터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 <요조숙녀>에서 고수의 옛 애인과 스튜어디스 ‘하민경’으로 오랜만에 TV 나들이를 한 김희선 역시 외모상의 차이 외에는 두 캐릭터 사이의 감정이나 연기의 변화를 느끼기 힘들었다.
앞으로는 정준호와 공형진도 ‘1인2역’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을 개봉 예정인 <역전의 명수>에서 정준호는 ‘건달’ 형 현수와 ‘모범생’ 동생 명수를 연기하고, 곧 크랭크인되는 <아빠의 청춘>에서의 공형진은 아빠와 아빠의 동창생으로 색다른 2역을 시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