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들어진 CF스타에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임은경이 ‘신비소녀’ 이미지를 벗고 성숙한 여성상을 선보일 날은 언제쯤일까. 임준선 기자 | ||
영화 <인형사>의 보도 자료에 소개된 배우 임은경에 대한 수식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CF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임은경은 철저한 마케팅 전략 하에 존재 자체가 비밀로 부쳐지며 신비스러움을 강요받아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확실한 차별화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그만큼 운신의 폭을 좁힌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외부에 노출된 임은경의 이미지는 젊음의 유희를 한창 누릴 나이에 ‘신비’라는 이미지의 베일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 ‘새장 속의 새’같은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신비소녀’가 아닌 ‘자연인’ 임은경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진솔한 모습을 만나본다.
지난 6월29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를 만난 임은경의 얼굴엔 시원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 지난 몇 달간 매달렸던 영화 <인형사>와 <시실리 2km>의 촬영이 이날 오전으로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촬영 현장에서 만날 때마다 휴식기 첫 일정으로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약속했던 임은경은 마치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는 표정으로 기자 앞에 마주 앉았다.
▲ 지난 5월18일 <인형사>의 주인공 김유미(왼쪽)와 임은경이 인형을 끌어안고 포즈. | ||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은 남들이 해보지 못하는 여러 가지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반면 보통 사람이 경험하는 삶과는 일정 거리를 두게 마련이다. 게다가 고교 시절은 신비감에 둘러싸여 보냈고 연기를 위해 대학 생활마저 두 학기째 휴학중인 그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는 같은 학교 친구들도 제가 CF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비밀리에 진행됐고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 않아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었어요. 대학생이 된 후로는 가끔씩 제약받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크게 불편하진 않아요.”
불편을 덜 느끼는 이유는 취미가 영화 감상과 십자수, 꽃꽂이일 만큼 대부분 집안에서 혼자 지내는 일이 다반사인데다가 체질상 술도 전혀 못 마셔 소위 ‘나가서 놀고 싶은’ 욕구가 약하기 때문.
그래도 남는 문제는 외로움. 나이트클럽에도 한번 못 가봤고 미팅이나 소개팅 경험도 전무한 스물한 살, 당연히(?) 연애 경험도 없다. 연애하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며 간접 경험중”이라고 재미없게 대답한다.
▲ 지난 6월15일 양수리 촬영소에서 만난 임은경은 앞으로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아래는 <인형사>의 스틸사진. | ||
임은경의 가장 큰 고민은 남들보다 체구가 작다는 것. 성숙한 여성미를 선보이고 싶은 변화 욕구는 크지만 작은 체구로 인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슬프기까지 하다고.
사실 올 여름 개봉을 위해 한창 촬영중인 <시실리 2km>와 <인형사>에서도 역시 ‘처녀귀신’과 ‘인형’으로 출연하는 그는 여전히 신비한 캐릭터에 묶여있다. 다시 말해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멜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연인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얘기를 그리는 멜로 연기가 욕심나지만 아직은 좀 더 배울 게 많은 것 같아요. 다행히 아직까지 성장판이 계속 활동중이라 키가 자라고 있어요. 여기에다 살도 조금 더 붙었으면 좋겠고요.”
멜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노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지 않을까. 이 질문에 임은경은 “볼 것도 없는데”라며 말을 흐리다 “아마 보는 사람들이 안대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며 손사래를 친다. 노출 역시 ‘성장판’이 더 자라야 가능할 듯.
매니저 김재홍 실장에 따르면 올 가을쯤 드라마를 통해 본격적인 멜로 연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슬픈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하니 임은경의 색다른 변신에 기대감이 생긴다.
기자가 만나 본 임은경은 순수하고 착하다. 어머니에게는 밍크코트를 사드리고 그 자신은 동대문 보세 옷을 산다는 얘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 그의 신비스런 이미지 역시 이런 착한 본성이 기반이 돼 자연스럽게 비춰진 부분일 것이다. 이제 막 배우로서의 출발선상에 선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에 커다란 기대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