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관에 비해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지는 인사들의 당권 경쟁보다 오히려 민심은 두 장관의 대권수업에 더 관심을 갖는 듯하다. 비록 정치권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지만 정-김 두 장관은 여권을 양분·통치한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열린우리당을 대표하는 인사인 셈이다.
그러나 대중적 관심을 끌어 모으며 대권수업을 쌓고 있는 정-김 두 장관이 들으면 서운해할 법한 이야기가 여권 일각에서 나돌고 있다. 조기에 대권 후보로 노출된 정-김 두 장관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쉽지 않다는 부정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회의론은 일단 기존 여론조사 결과에 근거한다. 정-김 두 장관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된 차기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앞질러 본 적이 거의 없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일찍부터 대권주자로 노출된 정-김 두 장관에게 고 전 총리나 박 대표를 차후 앞지를 수 있는 요인이 다소 적은 편이라고 지적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권 초기부터 이인제 의원이 여권의 대표적 대권주자로 각인됐지만 대권행보를 선점했다는 것 이외에 상승요인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이 의원이 결국 노무현 후보에게 추월을 허용했다”며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이 다른 당 후보는 물론 여권 내부의 제3의 후보에게조차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정-김 두 장관 지지도 상승 요인 부재 원인으로 장관직 수행에서 빚어지는 ‘좌충우돌’을 지적한다. 정 장관은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한 대북 외교 성과에 ‘올인’한 인상을 주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 장관도 결식아동에게 지급된 부실 도시락 파문으로 진땀을 빼는 등 ‘보건복지부에서 고생만 한다’는 소릴 듣는다. 어려운 시기에 통일부와 보건복지부를 맡은 터라 ‘당장 뚜렷한 성과를 내기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며 정-김 두 장관을 두둔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노 대통령이 대권 수업 받으라고 두 사람을 장관직에 앉혔는데 믿음직한 면보다 불안한 면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런 점들이 여론조사 결과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 직계그룹의 견제도 정-김 두 장관이 넘어야 할 산이다. 여권 내 역학구도는 아직도 정-김 두 장관 세력에 의해 전개되고 있으며 이는 친노직계그룹의 집중 견제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당내 최대 지분을 행사해온 정 장관 중심의 구당권파와 전당대회 투표 대의원 3분의 1 확보를 목표로 하는 국민참여연대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 장관이 당 지도부 구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계급장’ 발언과 한국판 뉴딜정책 국민연금 차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이미 노 대통령측과 ‘얼굴을 붉힌’ 전력이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재야파 역시 구당권파에 대한 반격을 도모하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친노직계 그룹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보다 노 대통령의 안위가 우선이다. 단임제인 현행 대통령제에서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해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의 힘을 견제해야 한다”며 친노직계 그룹의 역할론에 주목했다.
여권 내 차기 주자들의 경쟁력에 누구보다 민감해야할 인사들이 바로 친노직계그룹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국보법 폐지론처럼 노 대통령이 다른 정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한 일들이 많은데 만약 다음 임기에 다른 정파에서 정권을 잡게 되면 노 대통령이 벌여놓은 개혁작업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고 노 대통령측이 정치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정권의 안전 운행 못지 않게 정권 재창출 작업 역시 친노직계 인사들에게 중요한 일이란 지적이다. 이는 다른 당 후보에 비해 지지도가 떨어지는 여권 내 대권주자에 대한 회의론이 조성될 경우 친노직계 그룹이 그 중심에 서게될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진다.
친노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정-김 두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 측근그룹의 견제설에 “지금은 그런 이야기보다 분열된 여론을 수습하고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전력 지원해야 할 때이며 두 장관도 이를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 측근그룹이 모임을 갖고 정-김 두 장관의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 의견을 나눴다’는 최근 소문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누군가 소설을 쓴 것”이라 잘라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대선이 아직 3년 가까이 남겨놓은 상황에서의 여론조사 결과는 무의미하다”며 정-김 두 장관의 대선 경쟁력에 대해 충분한 상승요인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여권의 한 인사는 “4월이 중요하다. 전당대회가 흥행성과 없이 끝나고 4월 재보선에서 여권이 참패할 경우 대안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김 두 장관에 대한 회의론 확산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