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속 최지우(위)와 김혜수. | ||
행복은 아주 아주 잠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도대체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마치 옷이란 입기 위해서가 아니라 벗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인 양 그녀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출렁거리는 가슴을 안고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여기저기를 활보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남자는 발정 난 수컷도 아닌데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한다.
사실 여성의 노출은 영화에서도 대단한 화제 거리다. 압구정동 생지옥(?)이 스크린에서도 수시로 펼쳐진다. <얼굴 없는 미녀>의 김혜수나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최지우처럼 쭉쭉빵빵 미녀들이 헐벗은 몸매를 과시하는 영화들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육체파 여인 김혜수에게 <얼굴 없는 미녀>는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다. 육감적인 가슴선과 각선미를 지닌 그녀는 <얼굴 없는 미녀>에서 과감한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김혜수는 신경증의 일종인 ‘경계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녀를 치료하는 의사가 치료 과정에서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 자신과 관계를 맺게 만든다. 안 그래도 각종 시상식에서 가슴선이 훤히 드러나는 시원한 의상을 즐겨 입는 김혜수에게 <얼굴 없는 미녀>는 ‘헐벗은 미녀’로 거듭날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최지우도 만만치 않다. 최지우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빼어난 각선미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최지우는 적잖은 노출 연기를 보여주게 된다. 동생의 남자를 사랑하게 된 최지우는 서서히 성에 눈뜨면서 과감한 노출 패션을 선보인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그녀의 빼어난 다리 굴곡 역시 <누구나 비밀은 있다>에서 보여질 ‘비밀 아닌 비밀’이다.
이 시대에 노출이라는 건 여성들에게는 무기나 다름없다. 또한 여성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몸에 솔직한 시대가 됐고 노출은 상대를 사로잡는 방법의 하나인 탓이다.
또한 여성의 노출은 영화에서처럼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마케팅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이젠 압구정동의 헐벗은 언니들처럼 깊게 패인 가슴선과 다리 굴곡, 엉덩이와 허리, 배꼽까지, 섹시하다는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드러내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노출이 만들어내는 여성성은 시선의 대상일 뿐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그런데도 무더운 여름날 여성들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채 헐벗은 몸을 드러내며 시선을 갈망한다. 시선을 끄는 섹시함이 곧 최고의 패션이 된 탓이다. 어쨌든 남자들은 행복하지만 동시에 괴로운 시대다.
지형태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