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왕초> <리멤버> 등을 쓴 중견의 지상학 작가는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주변 동료들도 모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그의 사연은 바로 하나뿐인 딸이 오래 전 유괴를 당한 것.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결국 외동딸을 찾지 못한 그는 이 사연을 자신의 대본에 직접 담았다.
단막극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방송을 탔는데 혹시나 방송을 본 목격자라도 있을까 하는 기대는 그저 기대일 뿐이었다. 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 지 작가가 가끔씩 주변 동료들 앞에서 딸의 안부를 궁금해 하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선 딸을 잃은 부정(父精)의 애달픔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고. 한 후배작가는 “어떻게 해서라도 딸을 찾고픈 마음에 당시 상황을 극중에서 재연하기도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편 송지나 작가는 대본을 쓰기 전 직접 경험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그는 작가 데뷔 초 사건다큐멘터리 <추적60분>을 맡은 이력을 갖고 있다. 당시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인신매매조직’에 대한 내용을 쓰기 위해 직접 경험해 보기로 결심했던 것.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까지 해야겠느냐’며 말렸지만 결국 송지나 작가는 인신매매조직에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조직에 끌려가 몸을 다칠 뻔하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방송엔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었다. 위험천만한 순간 송지나 작가는 다행히 구출됐다고 한다. 이 정도라면, 정말 기자가 따로 없다.
▲ 지상학 작가 | ||
<올인>의 성공을 경험한 최완규 작가는 평소의 취미생활을 작품에 담아 성공한 경우다. 그는 주변에 널리 알려진 ‘카드 마니아’다. 도박(?)을 워낙 즐기는 그는 <올인>을 쓰기 전 이미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외모만큼이나 뚝심 있는 성격의 최완규 작가는 좋아하는 것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이 대단하다고. 곁에서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후배작가 K씨는 그의 이 같은 뚝심과 카리스마에 반해 먼저 ‘구애’의 말을 건네기도 했을 정도이다.
최완규 작가는 요즘 서태지에게 빠져있다. <올인> 역시 실존인물인 프로 도박사 차민수를 소재로 했던 그는 이번에도 ‘실존 인물’의 신화를 극으로 만들 계획. 무려 9명의 보조작가를 두고 준비중인 그의 ‘서태지 스토리’는 내년 초 드라마로 방영될 예정이다. 이미 서태지와 몇 차례 만남을 가지고 사전 취재까지 마친 상황.
납량특집을 전문으로 쓰는 오락프로그램 작가들의 하소연도 들어볼 만하다. 얼마 전 납량특집극 녹화장에서 만난 한 작가는 “온갖 종류의 귀신들을 다 경험해 봤다”며 남다른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젠 웬만한 공포담은 우습다”고 말하는 그는 한 가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전쟁과 관련된 스토리를 쓰던 중이었다고. 그날따라 뒤숭숭한 기분으로 원고에 몰두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음날 어머니가 점을 본 얘기를 해주었다. “얘야, 조상 중에 전쟁에서 돌아가신 분의 혼령이 와 있단다.”
물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귀신이 덮치려는 순간 번개가 치는’ 경험도 대본을 쓰며 이미 겪어본 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