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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스스로 약간의 억울함을 토로한 것처럼, 오주은을 직접 만나보니 참으로 순진하고 한없이 착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언제나 눈을 치켜뜨고 사사건건 강태영(김정은 분)을 못 살게 구는 <파리의 연인> 속 ‘문윤아’의 모습은 분장을 모두 마친 후에도 얼른 다가오지 않았다. 신데렐라를 못살게 구는 언니들처럼, 극중 오주은은 ‘왕자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나쁜 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른다. 오주은은 그 때문에 ‘욕도 많이 먹는다’며 선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파리의 연인> 종영을 앞두고 어렵게 시간을 낸 오주은은 ‘폭탄발언’까지 하는 과감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뙤약볕 아래에서 가진 한강변 데이트를 즐겁고 인상적으로 만들었다. <파리의 연인> 종영 이틀 전까지 마지막 대본이 나오지 않아 24시간 대기 상태였던 오주은은 숱한 사연과 사랑을 만들어낸 <파리의 연인>을 결코 잊지 못할 거라며 지난 13일 마지막 촬영에 들어갔다.
폭염을 뚫고 내리쬐는 강렬한 햇살 아래, 한강대교 한가운데의 조그마한 섬 중지도에서는 <파리의 연인> A팀이 촬영중이었다. 오주은은 이날 기주의 약혼반지를 한강에 던지며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심각한’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었다. 메이크업을 손보느라, 머리모양을 바꾸느라 정신없던 오주은은 “오늘은 내면연기가 많이 필요한 장면이에요”라며 활짝 웃는다. 극중 ‘악녀’의 모습으로 변하기 위해선 연기뿐 아니라 외모를 꾸미는 데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눈이 처진 편이라 화장을 안 하면 좀 착해 보여요.(웃음) 다행히 속눈썹이 긴 게 자랑이라면 자랑이죠. 머리도 길게 내리면 윤아의 못된 이미지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셔서 이렇게 주로 올리는 스타일로 하구요.”
오주은은 <파리의 연인>을 통해 인기를 얻게 됐지만, 실은 벌써 데뷔 5년차인 ‘커리어 우먼’이다. 주로 CF와 잡지 화보촬영을 해오다가 SBS <여고시절> <태양 속으로>에 출연했는데 크게 이름을 알리진 못했다. 그녀가 데뷔 초 출연했던 변비약 CF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는 않다.
“그 변비약 CF는 (김)세아 언니랑 같이 찍었어요. 재미있었어요.(웃음) 삼성카드, 싼타페 광고에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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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추리닝에 안경 쓰고 눈곱만 떼고 모자 눌러쓰고 집 앞 제과점에 갔었는데요. 하하. 빵집에 제빵사 여자분이 나오셔서 앞치마에 사인을 해 달라 그러시는 거예요. 해드렸더니 ‘어, 착하네?’ 그러시는 거 있죠.(웃음)”
이렇게 욕을 듣는 것도 악역을 그럴 듯하게 해내고 있다는 뜻. 극중 이름 ‘문윤아’ 때문에 ‘공포의 문양’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수많은 선배 연기자들이 어려워하는 ‘악녀 연기’이기에 이번 작품에 들어가며 오주은은 각오가 대단했다. MBC <불새>에서의 정혜영의 연기를 열심히 보며 공부도 많이 했다고 한다. 또 <파리의 연인>에 함께 출연중인 박신양과는 같은 소속사(싸이더스HQ) 식구이기도 하다. 쟁쟁한 선배 연기자인 박신양과 김정은를 보며 배운 점도 많다고.
“신양이 오빠는 참 꼼꼼한 분이세요. 연기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시는 거 같아요. 같이 출연하는 신이 있으면 불러서 ‘이렇게 해 봐라’ 지도도 많이 해주세요. 정은 언니는 감정표현이 다양한 게 장점인 거 같아요. 어쩜 그렇게 눈물이 시도 때도 없이 주르륵 흘러내리는지…(웃음) 애드리브도 참 잘하시고 너무 부러워요.”
실제 이상형은 수혁(이동건 분)보다는 기주(박신양 분) 쪽이라는 오주은은 극중에서 기주와 ‘첫 키스신’을 찍기도 했다. 그것도 여자가 남자를 덮치는(?) 기습 뽀뽀.
“그거 워낙 순식간에 찍어서 NG도 안 나고 카메라 앵글 바꾸느라고 한 3~4번 만에 끝났어요. 신양 오빠가 워낙 잘 받쳐주셔서 편하게 찍은 거 같아요.”
싫다는 남자를 붙잡고, 그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떼어놓기 위해 발버둥치는 여자지만 그녀의 딱한 사랑을 ‘이해’하고 찍었다는 오주은은 “윤아의 사랑도 사랑인 것 같다”며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의 오주은은 남자 앞에서 그렇게 독하게 굴지는 못할 성격인 것 같았다. 그래서 “참해 보인다”는 칭찬 한 마디를 건넸더니 “속으신 거예요”라며 ‘하하’ 웃는다. 이어서 날린 그녀의 ‘폭탄발언’!
“제가 엉뚱한 면이 있거든요. 남자친구가 있을 때 얘기지만(지금은 없어요.^^;) 애교보다는 저의 엉뚱한 면을 보고 많이 웃더라구요. 음… 실은 남자 연예인에게 ‘대시’를 받은 적이 있어요. 누군지는 말할 수 없구요.(웃음)”
안타깝게도 곁에 서 있는 매니저가 손으로 ‘X자’를 그리며 막는 바람에 더 자세한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무대를 벗어난 자연인 오주은은 이처럼 솔직, 털털, 발랄함으로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을 안고 있었다. <파리의 연인> 종영 이후에도 당분간 ‘문윤아’의 잔상이 오주은의 전체 이미지를 끌고 가겠지만 그녀가 다양한 연기 변신으로 반짝 인기가 아닌 진정한 연기자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