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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CAN의 무명 시절 일화다. 캔의 배기성이 <개그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되었는데, 오락 프로그램에선 무조건 웃겨야 산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그로선 넘어지는 게 최선의 방법.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 걸상에 걸려 넘어지는 것처럼 해서 사람들을 웃기려고 했던 그는 그러나 진짜로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고 말았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것을 우려한 그. 놀라서 쫓아오는 사람들을 향해 자기를 깔아뭉개고 있던 걸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으켜 세우며 “안녕하세요?”라고 마치 앙드레 김처럼 말했다고 한다. 결과는 대박! 비록 무릎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안 잘려서 너무 행복했다는 배기성이다.
살신성인의 정신은 모든 ‘언 스타’들의 기본! 지금은 사람들에게 꽤 알려져 인기도 얻고 있는 양배추의 신인 시절, 어쩌다 한 번 프로그램에 단역으로 출연하거나 패널로 나가게 되면 그건 그야말로 영광 중에 영광이었다. 밤새 수백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온몸을 다 바쳐 연기를 했더라도 재미가 없으면 잘리는 게 이 바닥의 생리.
“진짜요?” “뭐죠?”란 단 두 마디를 하기 위해 갖가지 춤을 다 춰대며 땀을 뻘뻘 흘려야 했던 그의 아름다운 노력 정신에 PD는 감히 가위질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순수 노력파와는 달리 어느 정도 방송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중견급들의 편집 비켜가기는 노련하다 못해 치밀할 정도다. 말 많기로 유명한 이혁재. 일단 한 번 말을 시켰다 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끝도 없이 이어져 편집하기가 제일 어려운 인물이다.
| ▲ (왼쪽부터) 배기성, 이혁재, 지상렬 | ||
이보다 더 지능적인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지상렬! 지상렬은 뜬금없는 말과 재밌는 비유로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초대되는 게스트인데, 그도 편집하기 어려운 인물 중의 하나다.
그는 기가 막히게 앞 상황과 뒷 상황을 연결하는 비상한 재주를 가졌다. 예를 들면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아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편집당하지 않는 절대지존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도저도 안 되는 신인 여자 연예인들의 경우, 일단 옷을 야하게 입고 나와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도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을 경우 리액션이라도 많이 받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웃긴 얘기를 하면 과도하게 크게 웃는다.
이것도 안 통할 경우 “제발 편집하지 말아 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한다. 막 찍고 있는 중간에 이러면 마음이 약해지게 마련. 이것도 통하지 않을 경우 개다리춤이라도 춰서 어떻게든 화면에 얼굴이 오래 비추도록 애를 쓴다.
자기가 공주인 줄 착각한 어떤 신인 여배우의 ‘편집 안 당하기’ 전략 한 가지. 글래머러스한 몸매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섹시미를 과시하고 있는 여배우 H양은 안하무인으로 유명한데, 초창기 시절 잠깐 오락프로그램의 MC를 맡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나 말을 못하는 그 때문에 제작진은 늘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런데 적반하장격으로 여배우 H양은, PD가 자기를 미워해서 자기가 한 말은 모두 자른다고 생각하고, 그 당시 사귀던 K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K군은 그 당시만 해도 MC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터라 사랑하는 H양을 위해 그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참여하는 걸 자청하게 됐다.
“걱정하지 마. 이 오빠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나만 믿어.” 다년간의 노하우로 편집당하지 않는 비법을 꿰고 있는 K군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H양에게 말을 시켜 도저히 편집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송 날. 둘은 행복한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 “이번엔 도저히 못 잘랐을 거야. 우리의 환상적인 작품을 누가 자르겠어. 안 그래?”하며 마음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이 모두 잘려 나간 것이 아닌가. 잔뜩 기대를 하고 봤던 H양은 그날 밤 K군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