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헌재 부총리(왼쪽)가 지난 2003년 4월 한남동 UN빌리지에 있는 전두환씨 맏며느리 소유 R빌라(오른쪽) 3XX호를 매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사진=레몬트리 | ||
이 부총리가 거주하는 곳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UN빌리지 내 R빌라 3XX호. 부동산 등기부 확인 결과 이 부총리는 지난 2003년 4월 전씨의 장남인 재국씨의 부인 정도경씨로부터 이 빌라를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빌라 매매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이 부총리가 정씨 앞으로 수억원대의 근저당이 설정된 빌라를 그대로 넘겨받았다는 점이다. 즉 이 부총리는 이 빌라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정씨의 대출금까지 떠안고 부동산 거래를 한 셈이다. 이 부총리가(家)와 전씨가(家), 두 집안의 관계에 대한 ‘물음표’를 새삼 떠올릴 만한 대목이다.
R빌라가 들어선 한남동 11-3XX번지 외 9필지는 원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인영 전 한라그룹 명예회장 등이 소유했던 토지. 지난 2001년 이 토지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유명 아파트 건축물 기획 및 설계를 담당한 최시영씨 및 대여섯 명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정도경씨였다. 당시 정씨는 전체 3백84평의 대지 가운데 약 49평을 소유했었다.
지난 2002년 최씨가 이 대지 위에 건축한 건물이 바로 R빌라. 부동산 등기부에 따르면 정도경씨는 이 해 9월 R빌라 3XX호의 소유권자로 등재됐다. 그리고 5개월 후인 2003년 2월12일 정씨와 이 부총리 간의 빌라 매매가 이루어져 4월8일 이 부총리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부에 따르면, 이 부총리가 정씨의 빌라를 인수하면서 안게 된 채무는 2억6천만원(채권최고액 기준). 정씨가 지난 2002년 11월 한국외환은행 한남동지점에서 4억원대의 돈을 대출받으면서 빌라 3XX호에 채권최고액 5억2천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으며, 이 부총리에게로 소유권이 넘어간 4월8일에 이 부총리 앞으로 5억2천만원에서 액수가 절반이 줄어든 2억6천만원의 근저당권이 다시 설정됐다.
▲ 전두환씨 | ||
이 부총리측은 정씨의 빌라 매입 과정에 대해서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총리가 5공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진의종씨(작고)의 사위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허문도 전 통일원 장관과 동서지간이라는 점을 빌라 매입과 연결시켜 바라보는 게 사실. 하지만 이 부총리측은 이 같은 시각이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부총리측 관계자는 “당시 이 부총리가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주택을 찾던 중 때마침 매물로 나온 R빌라가 마음에 들어 매매를 한 것”이라며 “더욱이 대리인이 나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 부총리는 정씨가 전 대통령의 큰며느리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빌라 관계자 역시 이 부총리와 정씨 간의 부동산 매매는 ‘우연한 거래’라고 못 박았다. 이 관계자는 “정씨는 3XX호의 방이 두 개밖에 되지 않아 아이들 키우기에 불편할 것 같아서 빌라를 내놓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래 외국인에게 세를 주려고 했으나 우연하게 이 부총리가 매입자로 나서 빌라를 매매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와 정씨의 부동산 거래를 두 집안과 연결시키는 것은 ‘오비이락’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