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식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과 비통함만이 가득했다. 이미 여러 차례 그와 대화를 나눴지만, 임현식의 절절한 목소리에 다시금 마음이 저려왔다. 임현식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것은 몇 달 전의 일. 임현식은 암 투병중인 아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임현식은 아내와 관련된 인터뷰라면 할 말도, 해줄 말도 없다며 강경한 태도로 거절 의사를 나타내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8일 오후 다시금 ‘안부전화’를 넣었을 때 임현식은 “지금 통화가 어려우니 30분 후에 다시 전화해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한 시간여 뒤 임현식은 조금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 임현식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본다.
임현식은 지난 7일 암 퇴치 사업을 위해 1억원을 국립암센터에 내놓았다. 임현식이 기부한 발전기금은 암에 대한 연구와 암 관련 사업 및 형편이 어려운 암환자 진료비 지원 사업에 사용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임현식은 “암투병중인 이들이 고통에서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진 것과 달리 임현식은 이 일을 오래 전부터 결심했다고 한다. 폐암 선고를 받은 아내 서동자씨의 투병생활이 시작된 8개월여 전 이미 마음먹은 일이었던 것. “아내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약속한 일이었다. 그 약속을 지킨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임현식은 이 일이 크게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아내 서씨의 건강 상태는 최근 들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한다. 남편이 자신과 했던 약속을 이렇게 실행에 옮겼는데도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을 정도라고. 얼마 전 암세포가 전이돼 다시 대수술을 받은 서씨는 이후 상태가 계속 악화돼 현재 의식 불명의 상태다.
임현식은 “일주일만이라도 먼저 할 것을… 지금은 의식이 없어 내가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 것조차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 내 말도 못 알아듣고 많이 안 좋습니다. 가끔 정신이 들긴 하니까 내가 이런저런 말을 해주긴 하는데 말은 못하지만 그저 눈빛만으로 제게 얘기를 하는 거죠.”
▲ 출연중인 드라마 <영웅시대> 속 모습. | ||
임현식의 주변 동료들도 그의 안타까운 사정에 마음을 쓰고 있다. 촬영장에서 언제나 활기에 넘치고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던 임현식이었다. 요즘 몰라보게 마른 그를 바라보며 동료들 모두 애처로워하고 있는 것. 제작진에서도 그의 상황을 알고 있기에 촬영 스케줄을 조정해주는 배려를 하고 있다.
매니저 없이 평생 일해 온 임현식이 몇 달 전부터 매니저를 두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 임현식을 마치 ‘아버지’처럼 모시고 있다는 매니저 이상훈씨는 “항상 주변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분인데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워낙 술과 담배를 즐기는 그이지만, 아내의 병간호를 시작한 뒤로는 일절 끊고 지내왔다. 그런데 얼마 전엔 촬영이 끝난 뒤 매니저를 불러 유리컵에다가 소주를 따라 마시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너무 힘들고 괴로운 마음에 술로 위안을 삼았던 것. 언젠가 기자에게 “시원한 맥주에 소주를 한 2cm쯤 타서 7잔을 두 시간 동안 나눠 마셔야 좋다”며 자신만의 독특한 주법을 소개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이 얘기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요즘 MBC <영웅시대>와 SBS <작은 아씨들>에 출연중인 임현식은 촬영장과 아내가 입원해있는 병원만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병원에는 세 딸들이 번갈아 가면서 병간호를 하고 있다고. 한 외국항공사의 스튜어디스로 일하고 있는 둘째도 비행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임현식은 누구보다 세 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아직 결혼 전인 세 딸들에게 임현식은 “딸들이 어린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아버지인 내게 힘이 돼준다. 아버지로서 내가 중심을 갖고 위로해 줘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뿐”이라는 말을 전했다.
아내가 나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숨도 아깝지 않다는 임현식의 애끓는 아내 사랑이 부디 좋은 열매를 맺기 바란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