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애교형’의 대표적인 경우는 강호동. 그는 그야말로 애교만점 스타일. 눈을 깜빡이거나 몸을 배배 꼬면서 ‘어우, 몰라~’ 할 때 뒤로 안 넘어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의 이 애교는 씨름 선수 시절부터 있었던 오래된 습관.
강호동을 연예인으로 발탁한 MBC 이응주 프로듀서는, 오래전 <천하장사 결승전>을 방송으로 보다가 그의 타고난 재치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보는 사람도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는 샅바싸움에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살짝 윙크를 했던 것. 지금 천하장사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판에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할 정도라면 그의 애교와 유머 감각은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시침뚝~형’에 해당되는 연예인은 보통 신인들이다. 신인들은 방송 시스템에 익숙지 않아서 매사 긴장하는데, 스스로 NG가 났다고 밝히자니 후환이 두려워서 은근슬쩍 넘어간다. 그러나 제일 좋은 건 자수해서 광명 찾는 일! 나중에 찍어놓고 보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미리미리 자수해야 미움도 덜 받고 진짜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다.
스태프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자책형’이다. 이들은 NG가 났을 경우 얼굴이 빨개지거나 다음 대사까지 잊어버려 촬영 스태프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주로 도지원과 전인화가 이에 해당되는 연예인들. 둘 다 웬만해선 NG를 안내는 편이지만 일단 NG를 냈다 하면 너무 괴로워해서 스태프들이 안쓰러워할 지경이라고. 모두 완벽주의자라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런데 MBC <아일랜드>에 출연중인 이나영은 자책이 아닌 자학 수준. NG를 내면 가만히 있질 못한다. 자신이 대사를 잊어버리거나 실수를 해서 NG를 내면 대본으로 막 머리를 때리거나 주먹으로 쳐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고.
끝까지 자기가 잘했다고 우기는 ‘막무가내형’의 대표 주자는 박상면이다. 대부분 애드리브에 강한 사람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대사를 까먹었을 경우 애드리브로 넘기다가 NG사인이 나면 일부러 재미있게 하려고 그랬다며 우기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스태프들과 친해야 이뤄질 수 있는 해프닝이다.
이밖에 ‘연기몰두형’과 ‘흑심형’으로 인해 NG가 나기도 한다. 연기몰두형은 자기 연기가 마음에 안 들어 재차 다시 가자고 하는 경우. 연기 욕심이 많은 조인성이 대표적이다.
심은하가 <청춘의 덫>을 촬영할 때 벌어진 일화는 유명하다. 극중 상대 남자배우로 출연한 이종원에게 연기로 지독한 증오심을 표출하는 날, 심은하는 자기 최면을 건 것처럼 미소 한 점 없이 대기실에 등장했다.
그런데 그 날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심은하와 이종원의 시선이 마주치는 타이밍이 계속 불안해지면서 NG를 연발하자 연기에 몰입한 두 사람은 신경이 예민해져 누구 실수인지 따졌고, 이 때 감정이 격해진 심은하가 이종원을 무대 뒤로 불러내면서 말싸움이 벌어졌다. 드라마 속 감정이 무대 밖으로까지 연결된 것. 이런 경우는 종종 연기에 몰입된 연기자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신현준도 이와 비슷한 경우에 해당된다. SBS <천국의 계단>을 찍을 때 최지우를 괴롭히는 역으로 나왔던 김태희는, 신현준의 살벌함에 늘 불안하고 가슴을 졸여야 했다고. 왜냐하면 분노한 신현준이 찾아와 김태희를 때리거나 몰아붙이는 장면이 많았는데, 어떨 때는 뺨을 너무 세게 맞아 그 아픔으로 대사를 까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두 신현준이 연기에 몰입해서 벌어진 일. ‘OK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달려와 미안함을 표시하는 신현준에게 김태희도 한수 지도를 받지 않았을까.
흑심형인 남자배우 K의 경우도 무더기 NG를 낸 케이스. 몇 년 전 방영된 한 드라마에서 상대역으로 한채영을 고집하더니 키스신에서 수도 없는 NG를 냈던 것. 이렇게 대부분의 남자 배우들이 상대 여배우에게 관심이 있을 경우 일부러 키스신이나 애정신에서 NG를 내곤 한다. 이런 유형은 나이가 많은 여자 배우가 자기보다 어린 남자 배우와 키스신을 찍을 때도 나타나는 현상. 촬영장의 묘한 분위기로 인해 가끔은 NG 장면이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고 제작진들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