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학교생활과 연기를 함께 하며 바쁜 날들을 보냈던 한가인이 모처럼 인사를 전해왔다. <애정의 조건>의 촬영소감뿐 아니라 여대생으로서의 일상까지, 한가인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모두 들어보았다.
4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된 <애정의 조건>의 일등공신 중 한 명은 한가인임이 분명하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는 내내 눈물연기를 선보여야 했던 한가인은 가슴 저린 실감나는 연기로 인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극중 은파 역은 연기 경력이 짧은 그로선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시놉시스상의 은파는 혼전동거에 미혼모까지 되는 비련의 여인이었다. 과연 어떻게 해서 그런 역할을 선뜻 받아들였는지가 궁금했다.
“처음엔 과연 제가 은파를 잘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어요. 그렇지만 여배우로서 꼭 욕심을 낼만한 캐릭터라고 생각했죠. 감독님께서 ‘은파라는 역을 소화해낸 다음에는 아마 연기자로서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같이 한번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아직 제 나이가 어리지만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 <드라마> 애정의 조건. | ||
“사실 제가 어릴 때 <여명의 눈동자>에서 봤던 선배님과 연기를 같이 한다는 게 처음에는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옆에서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채시라 선배님은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너무 잘 어울리는 분이세요. 선배님이 제 또래에 <여명의 눈동자>를 찍으셨다고 해서 저도 용기를 얻었지요.(웃음)”
무엇보다 한가인의 눈물연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애절하고 실감났다. 때문에 일부에선 ‘안약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을 정도. 과연 처절했던 눈물 연기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드라마 초반엔 제가 지금껏 슬펐던 기억을 떠올리며 연기를 했는데(웃음), 여름이 지날 즈음부터는 ‘내가 은파다’라는 생각을 하며 몰입했어요. 극중에서 아버지이신 한진희 선생님, 채시라 선배님 등 여러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할 때 자연스럽게 빠져들다 보니 절로 눈물이 나더라구요.”
한번은 세트촬영 할 때 20분 정도 눈물이 나지 않아서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촬영이 지연되었고 감독이 잠깐 쉬자며 상황을 정리하는데 너무 속상한 나머지 그제야 눈물이 흐르더라고. 그런 에피소드는 있었지만 안약은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한다.
한가인은 현재 경희대 호텔관광학부 2학년에 재학중이다. 한가인은 <애정의 조건>을 찍으면서도 학교에 가는 일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한가인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 전인 1학년 때는 선배들과 OT, MT도 가고 동아리 모임에도 참석했어요. 소개팅도 딱 한번 해봤죠”라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누구나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지 않을까요. 저 역시도 콤플렉스가 있지만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제 콤플렉스는 ‘작은 입’이에요.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눈이에요. 좀 부끄럽지만 주변 분들도 큰 눈이 예쁘다고들 말씀해 주시구요.(웃음)”
한가인은 남자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이상형으로 꼽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그는 “기분은 좋지만 뭐라고 답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애정의 조건>을 통해 한가인은 ‘연기자’로서 부쩍 성장한 느낌이다. 과연 한가인의 다음 도전은 어떤 것이 될까.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심은하가 맡았던 역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했던 역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한다. 밀려드는 시나리오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한가인의 다음 연기는 ‘강은파’의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