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외국인 속옷 모델의 채용은 대부분 모델 에이젠시를 통해 이뤄진다. 홈쇼핑 업계가 란제리 상품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2002년까지는 일부 홈쇼핑 업체가 유럽 현지에서 모델 선발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문적인 모델 에이젠시를 통해 현지 모델들을 공급받고 있다. 비자 문제 때문에 3개월 단위로 외국 모델과 계약하는 데 그 기간 동안 해당 홈쇼핑에만 독점 출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대부분 벨로루시,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유럽 동구권 출신으로 자국에서 A급으로 손꼽히는 모델들이다.
외국인 모델의 출연료는 국내 B급 모델 수준. 이 정도면 외국인 모델들에게는 상당한 고액으로 3개월로 한정된 계약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재계약 대상자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현대홈쇼핑에서 란제리 전문 쇼핑호스트로 활동중인 권정주씨는 “외국인 모델들과 언어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자주 만나면서 친해지게 된다”면서 “특히 재계약을 통해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몇몇 모델들과는 각별한 인연을 맺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란제리 프로그램에 외국인 모델들을 출연시킬 때 제작진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단연 선정성 논란이다. 이미 여러 차례 선정성 시비에 휘말리며 뭇매를 맞아야 했던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위원회가 제시한 허용 범위에 맞춰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선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더욱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방송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 가장 조심해야 사항은 보이지 말아야 할 곳이 드러나는 것이다. 특히 속이 비치는 소재의 란제리를 외국인 모델이 착용할 경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권씨는 “모든 외국인 모델은 미니 3각 팬티(일명 T팬티)를 먼저 입은 뒤 상품 란제리를 입는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일종의 ‘공사’를 거친 뒤 방송에 임한다는 얘기. 그래도 방송사고의 위험이 태생적으로 도사리고 있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외국인 모델의 채용 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슴이 커서 볼륨감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선발된 모델 대부분은 외국인의 체형 특성상 C컵으로 같은 여성이 봐도 놀랄 정도로 가슴이 큰 편이다. 그런데 국내 상품은 대부분 B컵으로 이들이 방송에서 착용하는 브래지어 역시 B컵이다. C컵 가슴의 여성이 B컵 브래지어를 착용하니 정말 터질 듯한 상태가 된다. 보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매번 위험스러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모델 대부분은 각자의 나라에서 이름값을 높여온 전문 모델들이다. 홈쇼핑 관계자들은 이들의 프로의식이나 진지한 방송 자세를 두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시청자들 역시 이들을 단순한 눈요깃감이 아닌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으로 봐주기를 바란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부탁이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