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열여덟 살인 문근영에게 연변은 너무나 놀랍고 신기한 세상이었다. 한국의 남대문시장에 해당하는 ‘서시장’을 찾아 각종 과일을 꼬치에 끼워 꿀을 발라서 파는 중국식 꼬치 요리를 먹어보기도 했고, 열심히 공부중인 연변 사투리를 실제로 접하게 된 것도 많은 공부가 됐다.
“서시장에 있는 한 레코드 가게에 들어갔더니 <어린 신부>가 DVD 매장에서 BEST 코너에 있더라고요. 은근히 기분이 좋으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연변 여행에서 문근영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살 연상인 조선족 김봉선양과의 만남이었다. 문근영의 ‘렬렬한 팬’이라는 김양은 문근영의 연변 여행을 돕고 연변 사투리를 과외해 주는 도우미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영화 대사를 중심으로 새벽 두시까지 연변 사투리를 문근영에게 전수한 김양은 헤어지기 직전 영화 <댄서의 순정>에 등장하는 문근영의 대사 전체를 연변 사투리로 녹음한 테이프까지 선물해 감동의 도가니를 만들어냈다.
문근영은 “연변 사투리는 말의 높낮이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고 뜻도 많이 달라 배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춤 배우는 것보다 연변 사투리가 훨씬 어렵다”고 얘기한다.
새벽까지 이어진 연변 사투리 과외 도중 김양의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당당히 “일 없슴다”(“괜찮습니다”의 연변 사투리)라고 대답했다는 문근영. 어느새 그는 ‘어린 신부’의 이미지를 벗고 ‘연변 소녀’로 변해 있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