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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프로그램은 단연 KBS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슈퍼 TV)였다. KBS에서 보고한 28건의 안전사고 가운데 <슈퍼 TV>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11건으로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KBS와 MBC에서 지난 5년간 보험금을 지급한 안전사고가 모두 50건임을 감안할 때 전체의 22%를 한 프로그램이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슈퍼 TV>가 이처럼 ‘놀라운’ 기록을 세울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은 단연 시청률에 급급해 연예인들을 위험의 사각지대로 내몬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출발드림팀’이다. 상해사망 보험료를 제외하고 치료비 명목으로는 최고치인 4백만원을 받은 소지섭과 최정원을 비롯, 전진(66만원 지급), 김경진(1백만원 지급), 유재석(1백20만원 지급) 등이 ‘출발드림팀’에서 사고를 당한 연예인들이다.
<슈퍼 TV>는 이 외에도 다양한 방송 안전사고를 냈다. 스노보드나 고공낙하 장면 등의 촬영에서 발생한 사고들이 대표적이다. 총액 기준 최고치인 7백42만원을 지급받은 최정원은 두 번의 안전사고를 전부 <슈퍼 TV>에서 당했을 정도다.
이 외에도 KBS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촬영 당시 흉부압박골절상을 입은 정려원(2백47만원 지급),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했던 김용만(14만원 지급), MBC <목표달성 토요일>에 출연했던 김현정(1백20만원 지급) 등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안전사고를 당했다.
오락 프로그램만큼 위험한 촬영이 바로 사극이다. 특히 낙마 사건이 가장 많은데 역시 최고치인 4백만원의 보험료를 받은 임병기와 서익상이 KBS 사극 <제국의 아침>과 <태조왕건> 촬영 당시 말에서 떨어지는 안전사고를 당했다. 또한 <태조 왕건> 촬영 당시 낙마 사고를 당한 서창호 역시 낙마 사고로 3백만원의 보험료를 지급받았다. 또한 MBC <다모>에서는 김원중, 김도현, 조주현 등 세 명의 스턴트맨이 낙마 사고를 당한 바 있다.
사극에는 낙마 외에도 수많은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한데 <태조 왕건> 촬영 당시 서인석(1백48만원 지급)은 불화살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 최정원(왼쪽), 소지섭 | ||
50여 건의 안전사고 가운데 가장 안타까운 사건은 지난 2002년 7월 <언제나 두근두근> 촬영 도중 발생한 김성섭 FD의 전기 감전 사망사고다. 몇백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출연하는 연예인과 달리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제작 스태프 역시 방송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기는 매한가지. 이 사건은 결국 1억원의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으로 마무리됐다.
5년 동안 모두 50건의 방송 안전사고. 하지만 이 수치는 상해보험 가입대상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SBS는 통계 대상에서 빠져있어 그 한계가 분명하다. SBS와 상해보험 미가입 대상자를 포함한다면 그 수치는 1백 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에서 박형준 의원은 “사후대책인 상해보험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면서 “현실성 있는 안전규정을 마련해 종사자들의 안전한 방송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예관계자들 역시 불만의 목소리를 토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매니저는 “사실 지급되는 보험료는 출연료 수준에도 이르지 못한다”면서 “부상으로 인해 활동에 지장이 생길 경우 치료비의 몇십배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위험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을 수도 없다. 방송국 PD와 매니저의 관계 설정을 고려할 때 출연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매니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현실은 최근 발생한 성우 장정진씨의 사망 사고 같은 최악의 경우로 이어진 것이다.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과 가학성 오락 프로그램의 제작을 중단하려는 방송국의 의지가 절실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