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4일 저녁, 스케줄과 스케줄 사이의 짬을 내 기자와 만난 이수영은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가수인생’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올 가을 선보인 노래 ‘휠릴리’가 또다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지만, 차트 순위에 연연하기보다는 인기가 좀 덜해도 오래 남는 가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이수영과의 스타독대!
이수영을 대면한 것은 오랜만이다. 올 한해 일본 진출을 목표로 잠깐의 공백기를 가졌던 이수영은 지난해 말 ‘당분간 한국팬들을 보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는 인사를 건넸었다. 그리고 어느 새 6집을 들고 다시 찾아온 이수영은 타이틀곡 ‘휠릴리’로 또 한번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팬들은 여전히 이수영을 좋아했고, 이수영의 목소리를 원했다. 가요계 장기집권의 시대는 이미 갔다고들 했으나, 이수영만큼은 굳건했다.
“요즘 가요계 상황이 너무 안 좋잖아요. 최악의 시기라고들 하는데 저는 데뷔 이래 최고의 시기를 맞고 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아요.”
기자가 얼마 전 한 신인가수의 매니저에게 들었던 말을 건넸다. ‘이수영의 목소리는 아주 멀리서 들려와도 알아듣겠다고. 가수라면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감탄사였다.
“어우, 정말 감사한 말씀이네요.(웃음) 전 가수라면 일단 목소리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중의 일부 사람들이 가수라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고, 또 후천적인 노력이 더해져 실력이 늘어가는 거겠죠. 그렇지만 그저 반복적인 연습은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연습할 때라도 노래에 대한 사랑과 마음을 담아서 해야 해요.”
이수영의 ‘음색’에 대해 사람들은 ‘독특하다’는 표현을 쓴다. 또한 그 독특함은 어느 한 세대의 팬층에게만 어필하는 것이 아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이수영의 팬들은 다양한 연령층에 포진돼 있다. 별다른 기교가 들어간 창법도, 그렇다고 몇 옥타브를 넘나드는 파워풀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수영의 목소리엔 ‘뭔가 다른 특별함’이 담겨 있다.
“저는 제 목소리를 사랑해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면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도 누구에게 사랑을 줄 수도 없다고 하잖아요. 어릴 때는 기교에 치중해 부른 적도 있었는데, 가수가 되고 음악을 시작하면서 그런 노래는 금방 식상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 역시도 일단 기교가 뛰어난 노래를 먼저 듣게 되지만 오래 듣게 되진 않거든요. 전 정말 오래 남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이수영은 곧 일본에서도 싱글 2집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수로 일본에서 활동해본 소감도 남다른 것 같았다. 특히 일본의 음악시장과 팬 문화에 대해 느낀 점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은 가수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아티스트’에 대해 거의 ‘신격화’하는 분위기랄까요? 전 그래도 한국에서 상당히 대접받는 편인데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신인이나 마찬가지라 좀 걱정을 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여기보다 훨씬 편하게 대접받으며 일했어요.(웃음)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탄탄한 시스템은 부럽더라구요.”
이수영은 발라드 이외의 장르에 대한 변신 계획이 없을까. 이미 콘서트 무대에서 파격적인 의상과 안무를 선보인 적도 있었기에 ‘조용히 서서’ 노래하는 모습만이 이수영의 전부는 아닌 듯했다. 평소 성격은 무대에서 보이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도 솔직히 털어놨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재미있고 웃긴 것에 집착하는 인간이에요.(웃음) 무대에서 제가 댄스도 하고 짧은 치마도 입었던 것은, 그게 바로 ‘공연문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콘서트를 보러 오는 분들은 단지 노래만 듣기 위해 오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이상의 뭔가를 원하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오시는 거잖아요. 저는 언제나 발라드 가수로 남을 거지만 공연에서는 언제든 변신을 계속할 거예요.”
알려져 있듯, 이수영은 이효리와 단짝 친구 사이. 이수영은 “효리와 요즘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린 만나면 방송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나게 논다”고 털어놨다.
“뭐, 여자들이 모이면 결론은 남자 얘기로 끝나잖아요.(웃음) 사람들이 효리한테 남자가 많을 거라고 다들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그러죠. ‘야, 넌 뭐야. 그거 방송용 이미지야?(웃음)’ 둘이 만나면 편하니까 이런저런 얘기 많이 하죠. 사실 효리가 요즘 드라마, 영화 출연 얘기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어요.”
이수영은 “결혼은 언제쯤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아직은 모르겠지만 꼭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 이유도 바로 ‘노래’에 있었다.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희로애락을 모두 겪어봐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트로트를 단지 기교를 넣어 잘 부를 수는 있지만 마음을 담아 할 수는 없거든요. 바로 부족한 연륜 때문이죠. 제 팬들이 대부분 30대 이상이신데, 제가 결혼도 안해보고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울리겠어요.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봐야 인생이 뭔지, 사랑이 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고 그때서야 더욱 애절한 노래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웃음) 늦게 가더라도 결혼은 꼭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