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이 ‘효리의 해’ 였다면 올해는 ‘유진의 해’로 장식될 수 있을까. 드라마 촬영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유진을 만나봤다.
유진의 드라마 출연 소식은 사실 깜짝 뉴스였다. 지난 8월 2집 앨범 <810303>을 들고 오랜만에 무대에 선 유진은 타이틀곡 ‘Windy’가 좋은 반응을 얻자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게 됐다. 당시 기자를 만난 유진은 연기 활동 재개에 대해 “2집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도 여전하지만 내년 초까지는 가수 활동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SBS-TV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에 유진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달여 만에 그의 생각이 바뀐 것이다. 순탄한 2집 활동을 갑작스레 중단하면서까지 드라마에 출연을 강행한 까닭은 무엇일까.
“정말 놓칠 수가 없었어요”라는 유진은 “대본은 물론이고 좋은 감독님과 방영 시간까지 너무 좋은 조건의 드라마잖아요”라며 출연 동기를 설명한다.
▲ 드라마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위), 드라마 - 러빙유(아래) | ||
“별다른 건 없다”는 게 유진의 설명. 다만 연기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어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서 가끔 혼자 연습한 게 전부라고 한다. 조금의 운이 따랐다면 드라마 속 ‘은수’와 실제 성격과 잘 맞는다는 점.
유진의 장점은 이미지 변신에 남다른 감각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집 앨범 발매 때도 “SES 당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앨범의 컨셉트를 ‘섹시미’, 그리고 이를 통한 ‘성숙미’로 정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백팔십도 달라진 변신을 꾀했다. ‘촌티’가 팍팍 풍겨나는 순박한 시골 처녀로 분한 유진은 가수 활동 당시의 ‘섹시미’를 완전히 벗고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순박미’를 완성해냈다. 귀엽고 발랄한 SES 당시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두 가지의 이미지를 연이어 선보인 셈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드라마 촬영으로 정신없이 바쁘지만 가수로서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분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어요”라는 유진은 “뮤직비디오를 중심으로 후속곡 <폭풍의 언덕> 활동도 시작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드라마 촬영 틈틈이 시간을 내서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이런 과정이 팬들 입장에서는 조금 혼란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섹시한 유진을, 드라마에서는 순박한 유진을 만나게 될 테니까 말이다.
▲ 유진은 2집 앨범 활동을 통해 섹시미를 과시하고 있다. | ||
현재 두 사람은 좋은 선후배,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가끔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곤 한다”는 유진은 “두 사람 모두 정신없이 바빠졌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정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담담히 속내를 밝힌다.
가수와 연기자를 오가며, 아니 동시에 소화해내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유진. “열심히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사실 자체가 기쁘다”는 그는 “가수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가수도 하고, 연기도 하는 것으로 분리해서 생각해 주길 바란다”는 바람을 곁들였다.
최근 가수들이 인기를 등에 업고 연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유진도 이런 시각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노력과 끼를 보여준다면 그가 설령 가수 출신이라고 해도 연기자 유진으로 사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