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김민종, 안재욱, 이서진 | ||
충무로에 나도는 수많은 징크스(652호 기사 참조) 가운데 가장 무서운 징크스는 배우와 관련된 내용이다. 브라운관에서는 늘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유독 스크린에만 오면 무너지고 마는 이들이 있다. 어떤 뚜렷한 이유 없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이런 현상은 말 그대로 ‘징크스’나 다름 없다. 그렇다고 이런 징크스의 주인공들이 스크린 점령을 마냥 포기한 것은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그 무시무시한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우승했듯이 이들 역시 징크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려고 최선을 다해 충무로 상륙 작전을 펼치고 있다.
영화배우 김민종. 가수와 탤런트 두 부문에서는 모두 최고의 자리에 선 김민종이지만 유독 영화배우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2003년 개봉된 <나비>의 개봉을 앞두고선 “이 영화까지 흥행에 실패하면 영화계를 떠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지만 이 역시 흥행에는 실패했다. 김민종과 김정은의 조화, A급 조연들의 대거 출연, 탄탄한 시나리오 등 갖출 것은 다 갖춘 <나비>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김민종은 다시 한번 징크스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런 그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은 전국 관객 1백만명 이상을 불러 모은 <낭만자객>이었다. 흥행력이 확실히 보장된 윤제균 감독과 손잡고 제대로 망가졌던 김민종의 파격 변신이 결국 징크스에서 그를 구해낸 것.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윤 감독이 이전 작품인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에 비교해 볼 때 <낭만자객>이 올린 성적은 사실상 ‘흥행 실패’에 해당한다는 얘기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종영된 <오필승 봉순영>에 출연했던 안재욱 역시 차기작으로 영화를 결정해 놓은 상태. <찜>에서 여장 남자로 변신을 시도할 정도로 스크린 정복을 위한 도전은 거셌지만 안재욱 역시 영화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중화권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가수로서도 큰 성공을 거둔 안재욱에게도 영화배우의 자리는 쉽지 않은 도전의 대상인 셈.
내년 상반기에 촬영이 시작되는 새 영화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안재욱은 “진지한 자세로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탄탄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다만 “요즘 운동에 매우 열중하고 있다”는 측근들의 얘기로 볼 때 스크린을 통해 드러날 안재욱의 모습이 상당한 건강미를 내뿜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들어 이서진도 충무로 입성을 선언했다. 영화 <공포택시>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으나 흥행 참패를 기록한 뒤 브라운관에서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이서진. 이서진 역시 이번 영화마저 흥행에 실패할 경우 또 한명의 징크스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서진의 자세 또한 남다르다.
“오랜 고민 끝에 중국 올로케이션이 예정된 한국형 블록버스터 무협영화인 <무영검>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는 이서진은 “내가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영화로는 별 재미를 못 봤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달라진 시선을 받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운다.
영화사들 입장에서도 ‘징크스는 징크스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배우 한 명을 캐스팅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미 연기력 검증이 끝난 이들을 징크스 운운하며 캐스팅하지 않을 여유가 없다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설명. 한류 스타의 원조인 안재욱의 경우 당장 중화권 수출 및 흥행이 보장되는 배우인데 누가 그깟 ‘징크스’ 때문에 캐스팅을 주저하겠냐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충무로의 손짓과 배우들 스스로의 결의가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 사실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이들이 그동안 영화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은 자신과 잘 맞는 영화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