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11월23일 열린 SBS 드라마스페셜 <유리화> 시사회 겸 제작발표회가 끝난 직후 만난 김하늘은 이렇게 브라운관 컴백 소감을 밝혔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대박 이후 코미디 연기로 정평을 얻었지만 사실 그의 원래 색깔은 청순가련형 멜로다. 그러나 영화 <동감>이나 드라마 <피아노>의 멜로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영화 <빙우>의 실패 이후 ‘코미디 대박, 멜로 실패’라는 이상한 징크스까지 나돌 정도. 징크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드라마 <유리화>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미디 연기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멜로 연기는 서서히 그 안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와요. 그런 느낌이 그리웠어요.”
그런데 웬걸.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시사용 편집본에서의 김하늘은 여전히 코믹한 모습이다. 이제는 멜로 연기가 방해될 정도로 코미디가 몸에 밴 것일까.
“그건 아니에요. 세 주연 배우 사이의 갈등과 애증이 증폭되는 중반부 이후를 위해 드라마 초반은 일부러 밝고 가볍게 가고 있어요”라는 김하늘은 “지금 3,4회분을 촬영중인데 벌써부터 갈등이 시작되고 있어요”라고 설명한다.
술에 취한 모습은 김하늘 코미디 연기의 정수.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됐던 술 취한 모습이 이번 드라마 초반부에도 재밌는 설정을 위해 등장한다.
“실제로 술에 취하면 약간 눈을 깜박거리는 습관이 있어요. 술 취한 연기는 평소 이런 내 모습을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라며 그 비법을 공개했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 명의 주인공 가운데 최고참이라는 점에서 책임감이 남다르고 <해신> <슬픈연가> 등 같은 시간대 드라마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 있다”는 게 그의 생각.
▲ <유리화> 주인공 김하늘과 이동건. | ||
<유리화>의 흥행을 자신하는 이유는 세 가지 좋은 징후 때문. 첫째 대본이 빨리 익히는 편이고 둘째 회를 거듭할수록 작품과 캐릭터에 빠져들고 세 번째는 배우와 스태프 사이에 호흡이 잘 맞는단다. 데뷔 이래 8년 동안의 연기 활동 가운데 생긴 김하늘 자신만의 흥행 예감이 이번 드라마와 딱 맞아떨어진다고.
이번 드라마는 한국과 일본이 두 주 가량의 차이를 두고 동시 방영돼 일본 내 한류 열풍을 더욱 확산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 초반부는 일본 로케이션을 통해 제작됐다.
지난 11월4일부터 17일까지 일본 고베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김하늘은 한류 열풍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 팬들이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적극적으로 변했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그는 “여기저기서 디카와 폰카 플래시가 터지는 데 통제가 안 될 정도였어요”라고 회상한다.
물론 그런 일본 팬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싫은 것만은 아니다. “촬영장에 나오셔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일본 팬들이 너무 고마웠어요. 생각보다 일본의 한류 열풍이 훨씬 놀라운 수준이었어요”라며 일본 촬영 소감을 밝혔다..
김하늘의 <유리화> 속 캐릭터는 잡지사 사진기자다. 때문에 그가 기자로서 활약하는 모습이 드라마 전반에 잘 드러날 전망. 특히 인기 연예인 채윤서(유민 분)의 밀애 장면을 몰래 미행, 잠복 취재하는 장면은 파파라치에 가깝다. 만약 본인이 기자들에게 이런 사적인 부분을 취재 당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당황스럽겠죠. (기자가) 너무 미울 것 같아요. 그런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가끔은 화가 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재밌는 설정으로 진행돼 촬영은 즐거웠어요.”
영화 <빙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령> 그리고 이번 드라마 <유리화>까지. 김하늘에게 2004년은 데뷔 이래 가장 바쁜 한해였다. 멜로, 코미디, 공포 등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며 흥행 실패부터 대박까지 다양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다그쳐봤다. 만인의 연인인 그에게 왜 단 한 명의 남자 주인공은 없는 것인지.
“남자에는 별 관심 없어요. 연애는 연기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고요”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내놓는 그에게 기자는 “정통 멜로 연기를 하려면 연애 경험이 필요한 거 아니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제서야 털어놓은 솔직한 속내. “좋은 남자만 있다면 언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