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임준선 기자 kjllim@ilyo.co.kr | ||
방송국에 입문한 뒤 ‘내 삶이 많이 달라졌다’고 고백하는 방송작가 3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예·오락·교양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인 우은희(31), 정다운(28), 강미영씨(27)가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이 작가들의 남모르는 세계와 방송국과 연예인들에 대해 솔직한 대담을 나눴다.
조성아(조): 모두들 방송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우은희 작가(우): 대부분 작가들이 방송아카데미로 먼저 시작하게 되요. 여기 세 사람 모두 아카데미 출신이에요. 워낙 글 쓰는 것은 좋아했어요.
정다운 작가(정):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어릴 적부터 많았어요. TV 보는 것도 좋아했구요. 고등학교 땐 이승환씨 팬이어서 콘서트장에 쫓아다니고 그랬죠.(웃음)
강미영 작가(강): 원래 PD가 꿈이었어요. 근데 그쪽은 좀 힘들더라구요.(웃음) 저는 연예계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없었고 워낙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냥 열심히 준비했어요. 연줄도 없었고 그저 기회가 오면 잡겠다는 각오 하나로 도전했죠. 그런데 막상 하는 일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지금은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조: 방송국에 들어와 달라진 점은 어떤 건가요.
우: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방송 외적인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있죠. 그렇지만 직업병도 만만치 않아요. 아마 위장병은 다들 가지고 있을 걸요. 안구건조증도 많고. 처음에 이 일 시작하면 살이 쫙 빠지다가 한 6개월쯤 지나면 그때부턴 배가 나오기 시작해요.(웃음)
강: 전 방송국에서 일하지만 연예인들 보는 게 신기한 건 지금도 그래요. 왜냐면 보는 사람들만 보지 보기 힘든 사람은 한 번도 못 봐요. MBC에서 <대장금> 찍은 이영애씨도 지금껏 한 번도 못 봤어요. 가끔은 내가 잘 아는 것 같아 착각하고 그냥 인사하고 아는 척할 때가 있기도 해요.(웃음)
▲ (왼쪽부터) 우은희 작가, 정다운 작가, 강미영 작가 | ||
강: 그러다보니 언제나 팀끼리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간혹 예상 외로 일이 일찍 끝나 오후 3~4시쯤 시간이 날 때도 있는데 그땐 누굴 부를 수가 없는 거예요. 자연스레 친구들하고도 점점 멀어지고.(웃음)
조: 방송작가들은 보통 결혼이 늦는 것 같은데요.(웃음)
우: 맞아요. 애인이 있다가 결혼하는 경우 빼고는 다들 늦게 하는 것 같아요. 극과 극이에요.
강: 친구들 만나면 잠시 심각해지다가도 여기 오면 제가 제일 어려요. 그러니까 또 금방 잊죠.(웃음)
정: 우리 팀도 제 위로 서른아홉, 서른둘이에요. 에휴.
조: ‘방송국 물’이 좋다고 하잖아요. 방송 타면서 예뻐지고 세련돼진 사람들도 많고.
정: 일하는 환경으로만 치자면 우리 다 이뻐졌어야 해. 근데 그게 카메라를 받아야 돼요. 우린 맨날 카메라 뒤에서 일하니까 신경을 안 쓰게 돼요.(웃음)
조: 얼마 전
우: 일반적으로 작가들이 일반인들보다는 많이 버는데, 이상하게 돈이 없어요. 알뜰한 친구들도 물론 많이 있는데 낭비벽이 있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거든요. 보통 막내 때 돈을 제일 많이 모으고 올라갈수록 더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후배들 밥도 사줘야 하고.
강: 돈이 들어오는 것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더 돈 관리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저희가 매주 회당 돈을 받는데 그것도 규칙적이지 않거든요. 조연출이 잘 챙겨주면 그나마 제대로 받지만, 윗분 중 누가 한 명 출장가서 결재가 안 나면 한 주 미뤄지는 일도 생기고. 마이너스 통장 만든 사람들도 은근히 있어요.
우: 근데 마이너스 통장 만들기도 힘든 게 저희가 프리랜서 신분이 많거든요. 철저한 신분보장이 안돼있다 보니까 신용카드도 만들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웃음)
정: 연예오락프로 작가들은 드라마 작가들에 비해 보수가 턱없이 낮거든요. 그래서 ‘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웃음) 공연이나 각종 행사 기획 시나리오를 많이들 쓰고 홍보물 만드는 일도 종종 하는 것 같아요.
조: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대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요.
정: 고등학교 때부터 팬이었던 이승환씨를 직접 만나게 됐는데 그때가 채림씨가 출연했을 때예요. 남편이라고 오셔서 객석 쪽에서 모니터 하시더라구요. 이승환씨가 채림씨 소속사 대표이기도 하잖아요. 워낙 꼼꼼히 모니터하는 바람에 실은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웃음) 나중에 ‘이 부분은 좀 빼 달라’더니 미안했는지 PD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건네고 가셨어요.
▲ 장동건(왼쪽), 정우성 | ||
조: 실물을 보고 ‘반한’ 경우는 없었나요.(웃음)
강: 전에 오연수씨를 잠깐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맨 얼굴이 참 예쁘시더라구요. 박한별씨도 실물은 진짜 예쁜데 화면에서는 얼굴이 크게 나온다고 본인도 속상해 하구요. 한예슬씨는 정말 얼굴이 조막만해요.
정: 이휘재씨는 정말 피부가 뽀~얗구요.(웃음) 근데 참, 요즘은 남자연예인들도 성형수술을 많이 해요. J씨는 어느 날 콧대 세우고 턱 깎고 나타나 우리도 다 놀랐잖아요.(웃음)
우: 전에 장동건씨랑 정우성씨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후광이 비치더라구요. 이 직업을 잘 택했구나 생각했죠.(웃음)
조: 간혹 녹화 후에 연예인이나 매니저가 편집을 요구하는 일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강: 가장 당황스러울 때가 녹화할 때 얘기 다 해놓고 나중에 빼달라고 할 때예요. 사실 정해진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장 분위기에 따라 얘기가 나오는 건데, 이게 분위기에 따라 많이 좌우되거든요. 첫사랑 얘기는 약과이고, 첫키스 얘기까지 생각지도 않은 말들을 할 때가 있어요. 그랬는데 끝나고 매니저가 와서 무조건 편집해달라고 그러면 난감하죠. 그때 담당 PD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해요.
우: 시청률을 위해선 내보내야 되고, 연예인이나 소속사와의 앞으로의 ‘관계’를 생각해선 빼야 되고 진짜 고민되죠. 제가 했던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PD가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결국 뺐었죠.
조: 소속사의 힘이 커져서 그런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강: 요즘은 정말 PD 선에서도 섭외가 안돼요. 국장까지 나서야 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정: PD들도 연예인들에게 함부로 요구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돼버렸죠. 심지어 대본수정을 요구하는 일도 다반사라니까요.
우: 가끔은 섭외하다가 연예인들의 매니저랑 친해지는 경우도 있어요.(웃음) 저는 남자배우 L과 정말 악연이었는데, 카메라 앞에서와 밖에서의 모습이 천지차이인 거 있죠. 한 10초 멘트 받기 위해 네 번이나 찾아갔어요. 매니저까지 쩔쩔 매며 미안해하는데, 결국 네 번째 찾아가서야 해주더라구요. 그것도 계속 뭐라고 툴툴거리면서. 끝나고 매니저에게 한마디 건넸죠. ‘같이 일하기 힘드시죠?’라구.(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