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29일 열린 청룡영화제에서 문근영이 입은 미소니 드레스는 원래 성현아가 ‘찜’했던 것이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연말 영화제를 빛내는 드레스 협찬은 각종 명품 브랜드 홍보실(또는 홍보대행사)에 연말 시상식 협찬용 의상 사진을 공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연예인 코디네이터는 공고된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아 협찬을 신청하는데 원칙적으로는 선착순으로 협찬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코디네이터 사이에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홍보담당자는 좋은 드레스를 A급 연예인에게 입히려는 머리싸움을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선착순이라는 원칙은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올해는 더욱 심했다. 예년에 비해 영화제 참가 여자 연예인은 훨씬 늘어난 반면 수입 명품 브랜드의 드레스 샘플은 국내에 늦게 도착했다. 결국 수요는 늘고 공급은 늦어졌다는 얘기. 당연히 연예인 코디네이터 사이에 드레스 쟁탈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협찬 여부를 결정해야 할 명품 브랜드 홍보 담당자들이 A급 연예인이 선택할 때까지 다른 연예인의 협찬을 중단해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디자이너에게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수입 명품 브랜드가 늦게 도착하면서 국내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입는 연예인이 많아진 것. 여성복의 경우 Y&Kei가, 남성복의 경우 론 커스텀이 최대 홍보효과를 누렸다. Y&Kei의 경우 전도연 김효진 이나영에게, 론 커스텀은 김재원 재희 공효진에게 의상을 협찬했다.
그런가 하면 하나의 드레스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진 경우도 있다. 유명 브랜드 미소니의 드레스는 사실 성현아가 먼저 골라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성현아는 피팅(체구에 맞춰 사이즈를 조절하는 것)을 해야하는 시점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반면 문근영측은 적극적인 협찬 의사를 보였다. 드레스를 고르는 것이 가계약이라면 피팅을 하는 것이 정식 계약. 결국 문제의 드레스는 문근영에게 돌아갔고 뒤늦게 연락해 온 성현아측에서 너무나 서운해 했다는 후문. 하지만 후배 문근영이 그 드레스를 입는다는 말을 듣고는 흔쾌히 양보했다고.
▲ 김혜수가 입고 입장한 구치(왼쪽). 오른 쪽은 애초에 맞춰놨던 랄프 로렌. | ||
사연은 이렇다. 어느 패션잡지에서 의상부터 미용까지 김혜수의 청룡영화제 준비과정을 밀착 취재하던 과정에 어이없이 드레스가 뒤바뀐 것. 당시 이 패션잡지 에디터의 차 안에는 방금 촬영을 마친 구치 드레스가 실려 있었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김혜수는 무척이나 이 드레스에 애착을 보였고 결국 시상식장에 이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것이다. 물론 영화제 2부에서는 약속된 랄프 로렌 드레스를 입었지만 홍보 효과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 대부분의 언론에 공개된 김혜수의 사진은 레드카펫과 포토라인에서 포즈를 잡은 사진. 당시 입었던 드레스가 구치 제품인 까닭에 언론에 소개된 드레스는 하나같이 구치 드레스였고 랄프 로렌 드레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생방송을 통해 2부에서만 보여졌을 뿐이다.
심지어 적당한 드레스가 없어 아예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 여배우도 있다. 톱스타 K양의 경우 드레스 욕심이 대단한데 가장 예쁜 드레스를 입어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그런데 협찬 과정에서 모종의 트러블이 생기면서 K양은 아예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