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zzang@ilyo.co.kr | ||
흥행 성적에서 가장 큰 이변은 단연 <가족>이다. 여자 주인공을 신인 수애로 내세운 데다 남자 주인공이 중견배우 주현인 <가족>은 한마디로 흥행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다. ‘스타 부재’를 기본으로 감독 역시 신인인데다 최루성 스토리의 영화라는 점에서 매스컴과 평단으로부터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약점들로 똘똘 뭉친 <가족>은 가뿐히 전국 관객 2백만 명을 넘기며 ‘대박’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불황으로 어려운 서민들에게 가족의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해준 게 흥행의 원동력으로 발휘했고 ‘스타’가 아닌 ‘배우’들의 연기력이 관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덕분에 수애는 연말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독식하며 새로운 스크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요즘 영화계가 가장 골머리를 썩고 있는 부분은 단연 P2P 서비스를 통한 영화 동영상의 불법 공유다. 그런데 이런 불법 공유의 도움으로 대박을 터뜨린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 <나비효과>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로 오락성과 작품성을 골고루 갖춘 영화지만 흥행 요소는 적은 편이었다. 그런데 <나비효과>는 현재 2주 연속 흥행 수위 자리를 차지하며 연말 극장가의 복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이변의 이유를 ‘네티즌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나비효과>의 동영상 파일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P2P를 통해 네티즌들 사이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심지어 극장판과는 결말이 전혀 다른 감독판까지 나돌며 <나비효과>가 재미있다는 소문이 흥행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네티즌의 불법 동영상 공유가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 되어준 셈.
이변으로 인해 영화계의 오랜 속설이 깨진 경우도 있다. 바로 ‘상복 있는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속설이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허물어진 것. 서울 관객 78만 명으로 한국영화 흥행 랭킹 6위를 기록한 <범죄의 재구성>은 올 한 해 각종 시상식에서 각본상, 신인감독상 등 주요 부분을 석권했다. 게다가 이 영화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신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상복있는 신인 감독의 경우 흥행력에서 나쁜 점수를 받아 차기작 돌입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 감독은 이런 정설 역시 한방에 날려버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제작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영화는 흥행하지 못한다’는 속설은 <알포인트>가 바꿔버렸다. 지난 2001년 제작이 결정된 이 영화는 감독이 교체되는 것을 시작으로 사스로 인한 해외 로케이션 연기, 캄보디아로 촬영지 변경 등 험난한 곡절을 거쳐 4년여 만에 완성된 영화다. 게다가 영화의 장르는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장사가 안되기로 유명한 호러. 하지만 예상외로 극장에 관객들이 몰려들었고 전국관객 1백50만 명으로 당당히 대박 영화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영화 <목포는 항구다>는 전국 인구 분포와 흥행 성적이 무관함을 보여준 사례다. 영화 흥행 순위를 집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서울 관객 집계와 전국 관객 집계로 나뉜다. 대부분 두 가지 방식의 순위가 비슷하기 때문에 서울 관객 집계를 바탕으로 흥행 성적을 평가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목포는 항구다>의 경우 두 가지 방식에서 전혀 다른 순위를 나타낸다. 서울 관객은 38만 명으로 한국 영화 랭킹에서 10위권 밖에 랭크되어 있다. 그렇지만 전국 관객은 1백80만 명으로 당당히 대박 영화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조폭 코미디 영화의 지방 강세는 이미 오랜 전통이지만 이렇게 큰 격차를 보인 경우는 <목포는 항구다>가 처음. 특히 제목에 등장하는 목포 일대에서 엄청난 흥행 기록이 세워져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