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비밀은 있다> 영화 포스터(왼쪽), <주홍글씨> 영화 포스터 | ||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포스터도 종종 눈에 띈다. 교묘히 ‘표절의혹’을 피해가면서도 성공했던 포스터를 본떠 만드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는 사실. 다른 영화라고 보기엔 너무도 비슷한 포스터들, 그 사연을 알아보자.
수백만~수천만원씩을 들여가며 포스터 사진 한 컷을 만들어내기까지엔 남모르는 전략이 숨어 있다. 가장 근사한 사진 한 장을 뽑아내기까지 수백에서 때로 수천 장의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런데 도무지 ‘의도적’이 아니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쌍둥이’처럼 꼭 닮은 포스터들. 대체 어떻게 된 연유일까.
가장 최근 포스터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영화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주홍글씨>였다. 각각 한 남자(이병헌, 한석규)를 중심에 두고 세 명의 여인들이 주변을 둘러싼 구도는 한눈에도 비슷해 보였다. 더구나 배우들의 위치와 자세까지 말이다. 두 영화 모두 주연배우들의 면면들로 인해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온 만큼, 포스터 또한 큰 반향을 불러왔다. 영화 내용과는 상관없이 표절 의혹에 시달렸던 것도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불러온 또 하나의 현상이었다.
그런데 과연 이 비슷한 모양새의 포스터는 각각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먼저 <주홍글씨> 제작사 LJ필름의 임혜경씨는 “네 명의 배우들을 배치하다보니 다양한 구도가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씨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포스터가 되어버려 실은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덧붙였다.
‘스릴러풍 멜로’라는 장르에 맞게 고급스러우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도록 한 것이 <주홍글씨> 포스터의 관건이었다고. 그런데 한석규와 이은주, 두 사람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한 또 다른 포스터마저도 영화 <페이스>와 비슷해져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어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홍보담당 이한나씨의 설명도 들어보았다. 포스터의 컨셉트는 ‘세 여자가 한 남자를 탐하는’ 영화 속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이병헌을 가운데 두고 최지우 추상미 김효진이 각각의 분위기에 맞게 포즈를 취하도록 했다. 이한나씨는 “네 명을 한꺼번에 배치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포즈 때문에 힘들어했던 최지우는 “요가보다 더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는 후문.
그렇다면 <주홍글씨>의 포스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이한나씨는 “우리 영화보다 <주홍글씨>의 개봉이 훨씬 뒤였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영화의 포스터를 따라하지 않았을까 여겼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개봉이 더 앞섰던 이유로 당당한 입장인 듯한 반응이다.
▲ <오 브라더스> 영화 포스터(왼쪽), <여선생 vs 여제자> 영화 포스터 | ||
외화의 포스터와 비슷한 경우도 있는데, <구미호>는 <원초적 본능>과 너무도 흡사했다. 남자주인공의 등 뒤를 움켜쥐는 손모양까지. 호평을 받았던 <은행나무 침대>의 포스터 역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 유명한 클림트의 작품 ‘키스’가 생각나지 않나.
그런가 하면 주연배우의 ‘명성’ 때문에 엇비슷한 느낌의 포스터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톰 크루즈가 주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미션 임파서블2>가 그랬다. 다른 인물이 주인공을 맡았더라면 같은 각도라도 다른 느낌이 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