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용준 | ||
그런데 최근에는 <주간문춘> <주간신조> 등 시사주간지를 비롯하여 텔레비전의 연예오락 프로그램까지 ‘욘사마 때리기’ ‘욘사마 죽이기’를 시작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주간문춘>이 배용준의 성형의혹 등 비판 위주의 특집을 2회 연속 준비했다가, 1회 기사가 나가고 난 뒤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2회가 게재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1월, 배용준이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 뉴오타니 호텔앞에서 일본경찰의 말을 듣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다가가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실을 놓고 일본매스컴은 ‘여긴 한국이 아니다. 일본이다. 일본 경찰의 말을 들어라’고 집중적인 비판을 했다.
나중에 배용준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를 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일본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뻔했다.
문제는 배용준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 잇달아 방문한 비, 박용하, 이병헌, 권상우 등과 비교하면서 의도적으로 배용준 깎아내리기를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민방 텔레비전의 생방송에서 권상우를 소개하면서 ‘한국 국내에서는 욘사마보다 훨씬 인기가 있고, 또 욘사마보다 더 몸매 좋은 ‘몸짱’으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는 식의 멘트가 수도 없이 나왔다.
한국 연예인들을 소개할 때 배용준보다 더 인기가 있고, 뭐든지 배용준보다 낫다는 교묘한 말투로 처음부터 작정하고 의도적인 배용준 때리기를 했다.
<주간문춘>과 <주간신조> 같은 주간지들은 ‘안티 배용준’이 생겼다고 소개하고, 그는 일본남성들의 원망의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945년 패전 이후, 고도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일본사람들에게 ‘가족’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드라마였다고 할 만큼 <후유노 소나타>는 그동안 한없이 냉랭하기만 했던 일본가정의 분위기마저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도 일부 일본 매스컴에서는 구태여 ‘배용준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 일본기자들의 분석도 각양각색이다.
‘우선 그를 인터뷰 하기가 어렵다’ ‘그의 실제 가치에 비해 거품인기가 많다’ ‘한 사람에게 인기가 너무 편중돼 있다’ ‘일본남성이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한 말, 부드러운 미소, 귀공자 타입의 잘생긴 얼굴이 일본남성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서양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깨끗한 매너’ ‘와이프들이 자신보다 배용준을 더 좋아한다’ 등등.
물론 이 중에는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외적 요소에 대한 질투심에서 비롯된 왜곡편향의 비판이 주류를 이루지만, ‘거품인기’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하는 일본 매스컴의 생리도 ‘배용준 때리기’를 시도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때문에 ‘배용준 때리기’는 일본기자들의 말대로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잘 안 풀리던 비즈니스도 ‘욘사마’를 거론하며 덕담을 나누면 부드럽게 잘 풀릴 정도로, 현재 ‘욘사마 광풍’은 다른 배우들의 일본진출과 함께 한류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 신주쿠의 ‘코리아 프라자’ 서점 안에 쌓여있는 한류 관련 잡지와 책들. | ||
다행스러운 것은 일본 팬들의 즉각적인 반응. 이 같은 의도를 재빨리 알아차린 일본 아줌마군단이 이런 기사나 방송이 나올 때마다 즉각 항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도 있다.
“사실 욘사마다, 한류다 하지만 현재 한국영화가 일본에 들어와 크게 성공한 것은 <쉬리> 이후 거의 없습니다. 일본 영화 수입사들이 비싼 값에 한국영화를 들여와 엄청난 홍보비를 지출했기 때문에 대부분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일본영화계에서는 한류란 말을 결코 쓰지 않습니다. 그나마 20만~30만 명, 혹은 <스캔들>처럼 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은 배우의 인기 때문이지 영화 자체가 작품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가령 <태극기를 휘날리며>라든가,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우수한 영화지만 전지현의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배용준의 <스캔들>, 이병헌 최지우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순전히 그 배우만을 보고 관객이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영화평론가들은 최근 일본 수입업자들이 마구잡이로 한국영화를 들여오는 바람에 작품성 떨어지는 영화들이 범람하고 있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지요. 때문에 일본영화계에서는 한국영화가 일본영화보다 활성화돼 있고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 자체를 인정하는 작품성에서는 아직 지켜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일본 영화계에서는 아직까지 ‘한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시네콰논’의 이봉우 사장의 얘기다. 시네콰논에서는 이미 <서편제> <쉬리> <친구> <스캔들>을 수입해서 대히트를 시킨 바 있다.
또한 일본가요 시장에 맞춰 철저하게 준비와 트레이닝을 거쳐 대성한 가수 보아의 소속사
“우선 일본에 진출하려면 일본 시스템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부 몇 사람이 일본에서 성공했다니까 너도나도 달려들고 있어요. 일본이란 나라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현재의 한류열풍은 하루 아침에 불어온 바람이 아닙니다. 그동안 유명, 무명의 선배들이 일본에 와서 많은 고생을 하며 온갖 설움 끝에 닦아 놓은 토대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게 한류입니다.
욘사마 붐도 만약 <쉬리>나
따라서 일본에 진출하려면 일본음악이나 일본영화 시스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와야 돼요. 그러면 충분한 경쟁력은 있다고 봅니다.”
준비된 10대 가수로 가창력 춤 언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보아를 일본가요계의 톱스타로 성장시키면서 느낀 것은 철저하게 현지화하는 것과 한국적인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남 이사는 말했다.
어른에 대한 공경이나 윗사람에 대한 예의 같은 유교적 관습이 보아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올 때마다 일본 음악 관계자들은 너무 기특하다고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한다. 가수로서의 이미지 위에 예의 바른 한국가수에 대한 플러스 알파 인식이 더해진다는 것.
일본을 휩쓸고 있는 ‘한류열풍’은 ‘성공’과 ‘실패’란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가진 채 휘몰아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지켜 나가느냐 하는 것은 바로 우리 한국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