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비주의 마케팅으로 시선을 모은 <그때 그사람들> 속 한석규 백윤식. | ||
반응은 금세 오기 시작했다. ‘10·26’이라는 소재의 민감성에 30대 이상 관객층이, ‘한석규-백윤식-임상수 감독’이라는 최상의 라인업에 20대 관객들이 크게 요동쳤다. 유래없는 최고의 ‘신비주의 마케팅’이 드디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인들의 호기심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시점에서 또 하나의 ‘호재’가 등장했다. 지난 1월12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최고의 악재가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최고의 마케팅 이벤트라는 게 충무로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그때 그사람들>의 경쟁 상대는 1주일 먼저 개봉하는 <공공의 적2>와 <말아톤>. 이미 두 작품은 언론과 평단에서 두루 좋은 평을 얻어내 대박이 예상되고 있지만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뛰어 넘지는 못한 상태다. 결국 신비주의 마케팅이 두 화제작을 능가한 것. 마케팅 전략에서만큼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셈이다.
이 같은 완벽한 신비주의 마케팅은 10·26이란 소재의 민감성 때문에 제작 과정을 비밀리에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상 의도적인 ‘비밀’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강제규&명필름’의 이윤정 마케팅 실장은 “결과론적으로는 뛰어난 마케팅전략이 됐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면서 “굳이 숨기려 노력하지도 않았고 공개하려 노력하지도 않았을 뿐”이라고 얘기한다.
▲ 김윤아가 노래하는 장면. | ||
촬영이 시작된 시점에서 영화 전문지 기자들 사이에 그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곧 제작사는 ‘엠바고’를 요청했다. 민감한 소재의 특성상 정치적 해석이나 오해로 촬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
“배우나 스태프에게 비밀서약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는 데 사실이 아니다”는 이 실장은 “다만 기자들에게 엠바고만을 부탁했을 뿐 다른 수단은 동원하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엔카와 일본어 논란에는 의도성이 다분해 보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예고편에 김윤아가 엔카 부르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일부러 논란을 조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고의 ‘홍보’ 효과를 유발한 박지만씨의 가처분신청 역시 엔카 장면이 결정적 이유였음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김윤아가 영화에 나온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가수의 출연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예고편에 노래 부르는 장면을 집어넣는 것은 영화 마케팅의 기본이다”고 설명했다.
가처분신청이 제작 초기 단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탓에 법적인 준비도 꼼꼼히 이뤄져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답변서를 통해 제작사측은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하고 몇몇 장면과 대사만을 문제 삼는 것은 영화를 예술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법적인 분쟁이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마케팅 효과로 연결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이 실장은 “영화의 특정 장면이나 노래가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얘기했다.
물론 위험성도 다분하다. 블랙코미디라는 낯선 장르와 임상수 감독의 변신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이제 판단은 관객에게 넘어갔다. 어떤 의도였건 최고의 마케팅 전략으로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그때 그사람들>이 관객 동원에선 과연 어떤 수치를 기록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