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선미는 “이젠 좀 더 진한 역할을 맡고 싶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가 반갑게 팔짱을 낀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장보러 나온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두 사람은 영락없이 친 모녀지간의 분위기다. 주말 저녁마다 온 가족을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만드는 KBS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는 이렇게 남한강변의 아름다운 고장 여주에서 촬영중이다. 올 겨울 마지막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2월20일. 매서운 강바람을 따스한 가족애로 바꿔내는 마력의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우리 시대의 맏며느리’ 송선미를 만났다.
말 그대로 명불허전이다.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를 통해 거장 김수현 작가는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한국적 가족의 평범한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몸소 입증하고 있다 특히 21세기형 종가집 맏며느리상을 선보이는 송선미의 캐릭터가 한층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재미있게 연기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송선미는 “대본을 보며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출연해 연기할 수 있다는 데 매일 감사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중년 배우가 송선미에게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촬영 현장에 시고모 역할의 김보연이 나타나자 “고모”하고 부르며 뛰어가는 것은 물론 시아버지 역할인 송재호의 호칭 역시 스스럼없이 “아빠”다.
극중에서 송선미가 주로 호흡을 맞추는 이들은 중년 배우들. 김해숙, 송재호, 김보연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 듯 한데 송선미는 극중 ‘아리’처럼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스스럼없이 선배 연기자들을 대한다.
“연기자의 자세와 태도, 그리고 연기를 바라보는 관점 등등 너무 배우는 게 많아요. 성격도 좋으셔서 절 정말 친딸처럼 대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촬영장을 찾아요.”
하지만 최근 들어온 둘째 며느리(이민영 분)와의 충돌이 시작됐다. 물론 실제 두 사람은 시간만 나면 수다를 떨 정도로 친한 사이지만 극중 상황이 문제다.
“요즘 한창 두 며느리가 신경전을 벌이는 중인데 대본 연습을 하다보면 가끔 진짜로 미워지곤 해요. 대사가 얼마나 가슴에 팍팍 꽂히는지 속이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빨리 두 며느리가 화해를 해야지 이러다 정말로 민영이를 미워하게 될 것 같아요.”
송선미는 뭔가 묘한 매력을 소유한 독특한 여배우다. <미술관 옆 동물원>의 신비스런 캐릭터로 충무로에 입성한 이후 <두사부일체> <도둑맞곤 못살아> 등 여러 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와 연기 색깔을 만들어냈다. 다만 조금은 맹해 보이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 문제라면 문제. 이는 <부모님 전성서>에서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물론 설정이죠. 원래 성격은 직선적인 성향이 있지만 뒤끝이 없는 쿨한 성격이에요. 오히려 자아가 너무 강한 편이라 좋고 싫은 게 분명해 문제일 정도인걸요. 낯가림도 심하고.”
이런 성격 탓에 스타성이 충분한 그는 스타의 길 대신 배우의 길을 택했다. 지금도 예능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너무 쑥스럽다는 그는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단다. 다만 이제는 맹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좀 더 진한 색깔의 연기를 해볼 작정이다. 요즘에는 무협영화에 나오는 여전사 역할이 가장 욕심난다고.
그렇다고 데뷔 10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열애설 한번 없었다는 건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연기가 좋아 독수공방을 작정한 것일까. 이런 얄미운 질문에도 송선미는 주저하지 않는다. “연예인처럼 잘 알려진 사람하고 사귄 경험이 없어 열애설이 없을 뿐”이라며 잘라 말하는 그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자 더 이상의 답변을 꺼린다. 다만 현재는 솔로라는 점만 강조하며.
슈퍼모델 출신답게(96년 SBS 슈퍼엘리트모델 선발대회 2위 입상)송선미의 가장 출중한 매력은 단연 뛰어난 몸매다. 최근 송선미는 자신의 몸매 관리 비결이었던 필라티즈(Pilates) 운동을 소개하는 DVD를 출시했다. 몇 년 전부터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필라티즈는 동양식 요가와 서양식 스트레칭을 접목시킨 운동기법이다.
“제가 꿈꿔온 이상적인 몸매는 슬림하면서 작은 근육이 잔잔하게 박혀있는 무용수의 몸매에요. 그런데 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운동은 큰 근육만 키워주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필리티즈는 제가 원하던 몸매를 만들 수 있는 운동이었어요.”
절대 자신의 DVD를 광고하기 위한 얘기가 아님을 강조한 송선미는 자신이 촬영한 DVD가 아닐지라도 좋으니 몸매 관리가 걱정인 여성이라면 한번쯤 필라티즈를 경험해볼 것을 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