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위안부피해자 기림비인 “평화의 소녀상”에 걸린 이효순 할머니의 추모물<사진=성남시>
[일요신문] “나라가 힘이 없는 것도,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참았는데...이젠 그냥 사라지면 그만이지”
27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이효순(90)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인 1941년 당시 만 16세 때 일본군에 강제 동원되어 고초를 겪다 광복 후에도 고향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숨어 울어야만 했다. 단지 자신을 지켜줄 나라가 없어 피해를 본 것일 뿐이었지만, 그녀에게 돌아오는 시선은 자신의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한 여인네일 뿐이었다. 지금까지도 정부가 외교문제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일본정부와 위안부문제를 대응할 때 일본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만을 기다리던 국민의 한사람이자 역사의 희생자인 그녀는 열여섯 소녀 때처럼 힘없이 그저 하늘의 별이 됐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이다.
한편, 지난 4월 27일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보스턴 하버드 케네디스쿨 강연에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가 된 그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my heart aches)며,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그들에 대한 생각은 과거 정권과 다르지 않다”고 답변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 ‘사과(apology)’의 뜻 대신 ‘가슴 아프다(my heart aches)’는 표현만 사용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美 의회 연설에서도 ‘지배’, ‘침략’, ‘사과’란 언급없이 과거사에 대한 솔직한 인정과 반성이 없는 태도로 일관해 한국, 중국 뿐만이 아닌 세계적인 비난을 자초했다.
오는 6월 16일 한·미정상회담을 준비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이웃국가들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일본정부의 계속된 망언 속에 위안부문제를 더 이상 피해자할머니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 내 6900명의 역사학자들은 아베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역사왜곡을 중단하라는 집단 성명을 냈으며,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피해할머니들과 일부시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성남시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위안부피해 기림비인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등 위안부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효순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52명으로 줄었다. 생존자들 역시 나이가 연로해 일본정부와의 힘든 싸움에 얼마나 참고 기다리실지 알 수 없다.
실제로 피해할머니 대부분은 가족도 없이, 노환이나 병이 걸렸거나, 혹은 정신적 피해증상인 과대망상증 등을 가진 채로 생활조차 힘든 상황이다. 성남시 등 몇몇 지자체가 이들을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이자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대한민국을 지키지 위해 희생된 숭고한 순국선열 속에 나라 없는 설움 속에 꽃을 피우지도 못한 피해국민들을 지켜야 하는 것도 호국일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의 문제를 향한 정부와 국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한 이유다. 지원과 사후대책 등도 마련해야만 한다.
일본군 위안부문제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과거사만이 아닌 인류가 지켜야할 기본 정의인 만큼 일본정부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촉구한 것은 물론 국민을 지키는 강한 정부의 현 과제일 것이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