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라(왼쪽), 김늘메 | ||
“저는 평생 아부만 하면서 살았습니다. 후배들을 키우면서 아부를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것은 다 떠나 그의 이 말만큼은 진실이라고 생각된다. 아직도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에 대해 구시대적인 비하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적인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개그맨들은 술자리에서도 함께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로 웃기지 않네”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것은 웃음으로 먹고 사는 희극인에게는 최악의 평가다.
서세원씨는 가끔 자신의 웃음인생을 회상하며 “속으로 울면서 개그연기를 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장례식을 치르고도 다른 사람을 웃기기 위해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금전적으로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다른 분야에 비해 더욱 열악하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 출연중인 개그맨의 회당 출연료는 50만원 안팎이다. 간판스타의 경우 1백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출연료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는 구조다. 한달로 따져서 2백만원 안팎의 출연료를 소속사와 수익배분까지 한다면 말 그대로 남는 게 없다.
▲ 안상태 | ||
또 이런 열정을 지녔어도 스타가 되는 길은 다른 분야보다 더 어렵다. 다른 분야의 연예인은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과 음악 프로그램 그리고 영화, 음반, 콘서트 등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마당이 여럿이지만 개그맨에게는 공중파 방송을 통틀어 몇 개 되지 않는 개그프로그램에 출연해 다른 개그맨들과 아이디어로 무한 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오죽했으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안어벙’ 안상태는 자신의 웃음 아이템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과 레스토랑 등지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웃음을 알렸다. 심지어 경찰서 형사과를 찾아 자신의 웃음을 선보이고 우락부락한 형사들로부터 “진짜 웃기네”라는 소리를 들은 후에야 방송국 공채 개그맨 시험에 응시했을 정도다.
욕설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유명한 김구라는 공중파 방송에 복귀하기까지 각종 행사 진행을 맡으며 생활고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의 자극적인 멘트들은 사실 발붙이기 어려운 연예계와 방송계에 대한 쓴소리다. 이제 웬만큼 살게 된 그이지만 “돈 되는 일이라면 종교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할 정도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도 말이다.
‘개그맨의 사관학교’라고 할 수 있는 대학로 개그 공연에 출연중인 개그맨들은 더욱 열악하다. <웃찾사>에서 개그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늘메는 대학로 공연에서 전기톱에서 일어나는 불꽃으로 담뱃불을 붙이는 묘기(?)까지 선보인 적이 있다. 덩치가 좋은 개그맨들은 콧바람으로 페트병을 쭈그러뜨리고, 다시 바람을 불어넣어 펴는 ‘묘기대행진’까지 펼친다.
지난 18일 <웃찾사> 개그맨과 박승대씨 간의 화합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개그맨들은 이면계약의 파기라는 실리를, 박승대 대표는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것은 개그프로그램의 열악한 제작구조와 시스템에는 변화가 없다. 여전히 대다수 개그맨들은 인기와 돈에 굶주려 있기 때문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